전세 공급 부족, 수요 충족 못해
임대차보호3법·다주택자 규제
1가구1주택 살펴야 해결 실마리
정부, 안정적 거주 환경 역할을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월세화의 가속화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년간 9.96% 상승했다. 이러한 전세가격 급등은 월세화를 촉진해 월세의 비중이 44.1%에서 50.2%로 증가했다. 서울의 임대차시장의 불안은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세종 등 지방의 주요 도시까지 번지는 추세다. 결국 더 높은 전세보증금과 치솟는 월세를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들 중에서도 자산이 적은 서민들이다. 즉,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주거취약계층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월세시장이 불안해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접근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임대차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전세의 공급이 부족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전세공급부족이라는 문제는 왜 발생할까? 그 원인을 파악해 제거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첫번째 원인은 ‘임대차보호3법’이다.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했다.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규제의 역설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임대차시장에 많은 임대인이 진입해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임대인이 사정변경 등으로 실거주하려 해도 4년 동안 들어갈 수 없고 임대료가 많이 인상돼도 적정임대료를 받을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굳이 집을 매수해 전세를 놓을 동기가 사라진 것이다. 임대차보호 3법이 도입될 때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상황을 예측했지만 그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가 임대차시장의 붕괴이다. 일부에서는 기업형 임대를 육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임대료의 규제, 종부세 등 세금 중과로 기업은 수익을 얻기 쉽지 않아 진입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
두번째 원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이다.
다주택자는 부동산투기세력이라는 국민 정서를 바탕으로 세금중과 등의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예전에는 아파트를 매수해 임대하는 사람, 투자목적으로 갭투자 하는 사람, 월세 수입을 목적으로 빌라·오피스텔을 매수해 임대하는 사람 등 임대주택공급자가 시장에 많이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임대차시장은 공공에서 8%정도 공급하고, 나머지 92%는 민간기업 또는 다주택자인 개인이 공급하는 구조다. 따라서 공공영구임대주택 공급만으로 임대차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에서 모든 임차가구에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 결국 구매여력이 있는 다주택자가 신축 빌라·오피스텔 등을 임대목적으로 분양 받아야만 건설업자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비아파트도 공급한다. 정부에서 비아파트 공급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해도 분양성이 낮으면 민간에서 공급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비아파트의 공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주거취약계층들은 갈 곳이 없다. 따라서 비아파트는 다주택에서 제외해 주는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 원인은 1가구1주택정책, 토지거래허가제의 확대, 실거주의무, 비거주 1주택에 대한 규제 등이다.
이 제도는 서로 연결돼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정의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1가구1주택정책은 가구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주택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실거주의무 또한 전세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공급부족은 전월세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이다.
결국 정부에서도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의 공급만으로 한계가 있다. 민간에서도 공급이 이루어지고, 기존 주택이 임대차시장에 많이 공급이 돼야만 임대차시장이 안정될 것이다. 과도한 거래규제보다는 정상적인 임대차시장이 조성될 수 있도록 시장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거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택정책은 가격안정과 불로소득환수라는 이념에 매몰돼 서민들의 삶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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