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가 공금 멋대로…250억 빼돌려도 18년간 몰랐다
드라마 ‘아파트’보다 더 황당한 전남광주 잇단 아파트 비리…도대체 무슨 일이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 등 혼자서 담당…본인 등 40여개 계좌로 이체
전 남편인 경찰·친인척·전 관리소장 등 연루…피해 최대 440억 될수도
다른 아파트선 입주자대표회장 등 공사업체 선정 과정 ‘짬짜미’ 의혹도
2026년 08월 27일(목) 20:40
B씨가 장기수선충당금을 빼돌린 탓에 전남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A아파트 세대 내 발생한 누수를 해결하지 못해 벽지가 뜯어지고 곳곳에 곰팡이가 폈다.
수리를 하지 못해 페인트가 다 벗겨지고 곰팡이가 피거나 바깥에 금이 간 A아파트 경비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전남광주지역 아파트 내 불법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으로 선출돼 관리사무소 직원과 짜고 178억원 규모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빼돌리려고 하는 드라마 ‘아파트’보다 더 크고 황당한 현실판이 전남광주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금이 내 돈’=광주경찰청이 수사중인 전남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A아파트 전직 경리 50대 B씨와 B씨 전남편, 친인척, 지인, 전직 관리사무소장 등 8명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아파트 관리비, 장충금, 공과금 등 250억여원을 개인 계좌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아파트 입대의는 과거 은행 자료까지 조사하면 전체 피해 규모가 최대 4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지난 2024년 4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장충금 6억7000여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옮긴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 송치돼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과 입대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B씨는 공금 계좌를 자기 금고마냥 자유롭게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30년 넘게 경리로 근무하면서 관리비와 장충금, 공과금 지출 업무를 사실상 혼자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까지 모두 B씨의 관리 하에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공금이 모이면 일부를 자신의 계좌 등으로 이체하고, 관리사무소 전표에는 전기요금, 상수도요금, 승강기 유지관리비 등을 납부한 것처럼 허위로 적어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금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빈 자리는 공과금을 연체 처리하거나, 지인에게 대가를 약속하고 신용카드로 대신 납부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가 이렇게 돈을 보낸 계좌만 40여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B씨가 빼낸 공금을 전달받은 이들 중에는 현직 경찰도 포함됐다. 경찰은 현직 광주경찰청 소속 경찰관이자 B씨의 전 남편인 C씨가 10년 넘게 B씨와 수천만원 넘는 거액을 수시로 주고받은 정황을 확인, C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공범 여부를 조사 중이다.
A아파트 측은 B씨가 지난해 3월 아무런 통보 없이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될 때까지 범행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전남광주시 서구 금호동 D아파트 입주민이 변압기 교체 공사 입찰 과정 비리 의혹을 제기한 변압기 교체 공사로 교체된 변압기.
◇아파트 공사는 ‘짬짜미’로=전남광주시 서구 금호동 D아파트에서는 공동주택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대의 회장 등이 평가 점수를 조작, 특정 업체에 일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D아파트 입주민들은 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 주민 등 당시 입찰 업체 적격심사 평가위원 10명을 광주서부경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들이 2024년 6월 추진된 3억원 규모의 변압기 교체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낙찰되도록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부여했다는 게 고발 내용이다.문제의 공사는 아파트 내 800㎸A 변압기를 200㎸A만큼 승압한 뒤 400㎸A 전기차 충전용 변압기를 분리 설치하고, 700㎸A 변압기 4대를 동일 용량으로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아파트는 공사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공동주택 관리정보시스템’에 입찰 공고를 냈고, 총 5개 업체가 입찰해 E회사가 시공사로 낙찰됐다.
감사 결과 E회사는 당초 상주 기술자가 3명에 불과해 기술인력 보유 점수를 4점(정량평가)을 받아야 하는데, 평가위원 10명 전원에게서 1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입찰 업체들이 각각 10명, 7명, 5명의 기술자를 확보한 것과 비교해 가장 적은 수의 기술자를 보유했음에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입주민들은 정량평가 기준에 맞춰 점수를 다시 계산해 보면 E회사의 종합 점수가 95.4점에서 89.4점으로 낮아지며, 3등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맞춰 업체를 선정했을 경우 입찰금액 기준으로 공사비를 4400만원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입주민들 주장이다.
앞서 입주민들은 입주자 87명의 동의를 받아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비리신고센터에 해당 사안을 신고했으며, 전남광주시 서구를 통해 아파트 측에 과태료(200만원)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D아파트 동대표는 “정당한 기준을 적용했다면 4400만원을 아낄 수 있었는데 입주민 공동재산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잘못을 묵인하면 공동주택의 회계 질서를 바로잡을 수 없는 만큼 책임을 묻고 손실액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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