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10월 2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6 글로벌 녹색성장 주간 및 정상회의(Global Green Growth Week)’를 개최했다. 개회식에 이어 열린 첫 번째 본회의에서는 ‘분열된 세계에서 글로벌 협력의 재창조’를 주제로 국제협력 체계의 전환과 녹색금융, 기술혁신, 에너지 안보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웨스틴조선서울=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기후위기 대응을 개별 국가의 자발적인 노력에 맡기는 기존 국제협력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강력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녹색전환을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경제·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제로 규정하고,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녹색문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는 10월 2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6 글로벌 녹색성장 주간 및 정상회의(Global Green Growth Week)’를 개최하고, 개회식에 이어 ‘분열된 세계에서 글로벌 협력의 재창조(Reinventing Global Cooperation in a Fragmented World)’를 주제로 첫 번째 본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세션에서는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국제협력이 위축되는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협력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 장관을 비롯해 룩셈부르크 금융계와 국내 과학기술계, 카타르 정부 관계자들이 녹색금융과 기술혁신, 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국제협력의 방향을 제시했다.
“전 지구적 숙제는 전 지구적으로 풀어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기존 국제기후협력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강력한 국제적 공동 대응과 화석연료 중심 산업체계를 넘어서는 녹색문명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김 장관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공존’을 제시했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공지능(AI),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존을 언급하며, 이 가운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기후재난을 사례로 들며 온실가스 배출 책임과 기후변화 피해가 일치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네팔에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국가들의 책임을 왜 네팔의 많은 주민들이 져야 합니까?”라고 반문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파리협정을 중심으로 한 기존 국제기후협력 체계가 국가별 자발적 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김 장관은 “기후위기 문제는 전 지구적인 숙제인데,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파리협정과 같은 단위 국가의 선의에 맡겨져 있다”며 “전 지구적 숙제는 전 지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방식을 넘어서는 협력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구는 더 이상 인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보다 강력한 ‘지구적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제적 연대와 함께 산업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석기시대가 돌의 고갈이 아닌 청동기와 철기 등 더 효율적인 기술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고, 마차 역시 기차와 자동차의 등장으로 대체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체계도 자원의 고갈이 아닌 더 높은 효율을 갖춘 기술과 산업의 등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녹색성장이 화석연료 기반의 성장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때 본격적인 산업 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녹색성장을 넘어 녹색문명의 시대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변화를 철강과 건물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철강부터 반도체까지 폭넓은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전환(GX)을 함께 추진해 새로운 산업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전력·산업·수송·건물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체계보다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경제적 성과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동시에 인류 공동의 번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국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력 유지 넘어 새로운 금융협력 체계 구축해야”
줄리 베커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민간자본 동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녹색채권 등 지속가능금융을 통해 녹색전환에 필요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어 줄리 베커(Julie Becker)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Luxembourg Stock Exchange) 최고경영자(CEO)는 녹색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금융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커 CEO는 “어느 국가도 혼자서 경제를 녹색화할 수 없고, 어느 시장도 혼자서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며 국가와 시장, 국제기구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재편으로 세계 경제의 분열이 심화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는 국경을 넘어 더욱 광범위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폭염과 산불, 홍수, 가뭄 등 기후재난이 보건과 식량·에너지 안보, 재정과 경제성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녹색전환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닌 국가 경쟁력과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재정만으로는 전환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자본시장과 금융 인프라의 역할에 주목했다.
베커 CEO는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지속가능금융 플랫폼인 룩셈부르크 그린 익스체인지(Luxembourg Green Exchange, LGX)를 소개하며, 투자 자금의 사용처와 환경적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GGGI와 추진해 온 녹색금융 역량 강화 협력도 실질적인 국제협력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녹색투자 수요가 큰 국가일수록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역설적인 상황이 존재한다며, 자금 조달뿐 아니라 실제 투자가 필요한 국가와 산업으로 자본이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베커 CEO는 “분열된 세계에서 우리의 과제는 협력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공공·민간 금융과 선진국·신흥국을 연결하는 새로운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녹색금융 기준을 조율하고 정보 투명성과 투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어느 국가나 지역도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충식 총장·카타르 차관보, 기술혁신과 에너지 안보 중심 협력 강조
배충식 KAIST 총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첨단기술 혁신과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녹색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산학연 협력과 기술의 실증·상용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세 번째 연사로 나선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과학기술 혁신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총장은 국제사회의 분열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과학기술은 국가와 기관 간 실질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험실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새로운 기술이 기존 산업체계에 통합되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디지털 기술, 제조업 역량을 활용하면 세계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KAIST가 추진하는 ‘비욘드 카본(Beyond Carbon)’ 구상도 소개했다. 기후·에너지 연구와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대학을 지속가능한 기술의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이다.
배 총장은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전력·물 수요 증가를 새로운 환경적 과제로 지목했다. 다만 AI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과 에너지 시스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산업계와 연구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GGGI가 추진하는 글로벌 녹색 AI 협력 구상에 공감을 표하며, KAIST도 연구와 산학협력, 국제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이 실질적인 녹색전환으로 이어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모하메드 알사다 카타르 환경기후변화부 차관보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의 균형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을 위해 국가별 여건을 고려한 국제협력과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마지막 연사로 나선 아흐마드 모하메드 알사다(Ahmad Mohammed Al Sada) 카타르 환경기후변화부 차관보(Assistant Under-Secretary)는 녹색전환을 환경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회복력,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로 규정했다.
알사다 차관보는 국제무역이 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기술과 공급망이 분리되는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행동이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을 환경정책의 부수적인 과제가 아닌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는 국가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통해 폭염과 물 안보, 공중보건 등 주요 기후위험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인 국가 회복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알사다 차관보는 국제사회의 분열이 심화할수록 새로운 협력 모델이 더욱 필요하다며, 어느 국가도 독자적으로 녹색전환을 완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환에 필요한 기술과 소재가 국가 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카타르도 지역 간 협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분열은 선택이지, 정해진 미래가 아니다”라며 국제사회가 시장 개방과 협력을 유지하고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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