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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日 성과주의 저주…잇따라 터진 '부정 스캔들'

성과급을 타기 위해 고객 돈을 빼돌린 보험사, 회장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회계·품질 부정행위를 저지른 모터회사, 발전소 재가동을 위해 지진 데이터를 조작한 전력회사….

日 성과주의 저주…잇따라 터진 '부정 스캔들'

성과급을 타기 위해 고객 돈을 빼돌린 보험사, 회장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회계·품질 부정행위를 저지른 모터회사, 발전소 재가동을 위해 지진 데이터를 조작한 전력회사….

일본 주요 기업에서 조직의 목표 달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회계와 안전, 고객 보호 등 기본 원칙이 무너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업종과 부정행위의 형태는 다르지만 과도한 성과 압박과 경영진에 대한 맹목적 충성, 무력화된 내부 견제 장치라는 공통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성과급에 눈먼 보험사, 고객 돈 편취

일본 금융청은 9일 푸르덴셜생명보험에 보험업법에 근거해 3개월 업무정지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보험업 인가 취소 다음으로 무거운 행정처분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전날 전·현직 영업사원 등이 다수 연루된 고객 자금 편취 사건과 관련해 외부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넘게 이 회사 영업사원들이 고객 돈 61억6660만엔(약 523억원)을 부정하게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부 변호사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영업 실적을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삼아 온 기업문화가 대규모 부정행위의 배경이 됐다”며 “개인의 인맥과 신뢰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한 사업 모델이 폭주했다”고 지적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영업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완전 성과급에 가까운 급여 체계를 유지해 왔다. 높은 수입과 포상을 둘러싼 경쟁은 부작용을 낳았다. 일부 직원은 가공의 보험 계약을 꾸미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계약 실적이 부진한 직원은 월수입이 약 20만엔까지 떨어졌고, 영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직접 부담해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회사가 위험 신호를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9년 무렵부터 내부 신고가 증가했지만 경영진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문제를 방치했다. 조사 보고서에서는 비위 사건에 연루된 일부 직원이 사장상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도쿠마루 히로미쓰 사장은 “생명보험은 고객의 인생을 장기간 함께하는 사업으로, 신뢰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태를 초래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상장폐지 위기 처한 니덱

올해 초부터 일본 재계를 뒤흔든 ‘니덱 사태’의 파장도 커지고 있다. 대규모 회계 부정 스캔들에 이어 850건에 달하는 품질 관련 부정행위가 추가로 드러났다. 외부 감사법인은 지난달 30일 니덱의 결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표명을 거절했다.

감사법인은 충분하고 적절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허위 진술에 연루된 일부 임직원이 여전히 재무보고 책임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을 거절 사유로 제시했다. 모터 성능을 고의로 부풀려 납품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고객사들의 계약 취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강압적인 실적 중심 경영이 부정행위의 구조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적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손실을 숨기고 이익을 부풀리는 회계처리가 이뤄졌으며, 이를 견제해야 할 회계·감사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니덱을 특별주의 종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내부 관리체제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출된 확인서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니덱이 곧바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주부전력의 지진 데이터 조작 사건도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혼슈 중부 시즈오카현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재가동 심사 과정에서 지진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부전력은 최근 재가동 심사 신청을 철회했다. 사내에서 데이터 조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묵살됐다. 조사 보고서는 재가동 심사 대응이 늦어질 경우 경영진으로부터 질책받을 수 있다는 압박이 부적절한 행위의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야스이 미노루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직문화 개혁의 진척 상황을 확인할 외부위원회를 연내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경영진에 직접 전달하는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윗선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고, 불편한 문제는 공론화하기보다 덮고 넘어가려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사태를 키웠다”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폐해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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