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일본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사카나AI가 일본 환경에 특화한 신규 AI 모델 시리즈 ‘나마즈(Namazu)’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첫 일반 사용자용 챗봇 서비스 ‘사카나 챗(Sakana Chat)’을 출시했다. 일본어·문화·사회 규범을 반영한 ‘소버린 AI(주권형 AI)’ 전략을 한 단계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사카나AI는 24일(현지시간) 기존 글로벌 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사후 학습(Post-training)을 적용해 일본 사회에 맞게 재구성한 나마즈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전 학습(Pre-training) 대신, 이미 공개된 고성능 모델을 정밀 조정해 지역 특화 성능을 확보하는 접근 방식이다.
“고성능을 지역에 맞게 재조정”…사후 학습 전략
현재 대형언어모델(LLM) 시장은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한 사전 학습 단계에서 미국과 중국 소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견 국가나 스타트업은 독자적 초거대 모델을 처음부터 구축하기보다, 오픈 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활용해 지역 특화 모델을 만드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나마즈 시리즈는 딥시크 기반 모델과 라마 계열 모델 등 다양한 글로벌 오픈 모델에 사카나AI의 후속 학습 기술을 적용한 형태다. 특정 기반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단순히 성능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 맞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정치·문화 민감 이슈 대응 강화
사카나AI는 나마즈 모델이 추론·지식·코딩 등 기본 능력에서 원본 모델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정치·역사·외교 등 민감한 주제에서 중립성과 사실 정확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해외 모델이 특정 질문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 달리, 나마즈는 응답 거부율을 크게 낮췄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표현의 자유 기준에 맞춰 정보 제공 방식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한 디지털 정책 전문가는 “AI 모델은 개발 국가의 이데올로기나 정보 통제 기준을 일정 부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자국 사회의 규범과 법적 기준에 맞는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공 영역에서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첫 소비자용 서비스 ‘사카나 챗’ 공개
사카나AI는 모델 발표와 함께 일반 이용자를 위한 챗봇 서비스 ‘사카나 챗’을 처음 선보였다. 이는 2023년 7월 설립 이후 모델 병합 기술과 특화 모델 개발에 집중해온 회사가 처음으로 내놓은 소비자 대상 서비스다.
사카나 챗은 실시간 웹 검색 기능을 통합해 최신 정보를 반영할 수 있으며, 약 1000명의 베타 테스터를 대상으로 한 시험 운영을 거쳐 개선이 진행됐다. 예를 들어 특정 산업 동향이나 기술 비교를 요청하면 실시간 검색 결과를 수집해 통합 분석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챗봇을 무료로 공개해 사용자 피드백을 수집하고, 향후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버린 AI’ 실험, 일본형 모델 가능성은?
사카나AI는 창업 1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으며 일본 최대 규모 AI 유니콘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빅테크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 대신, 고성능 모델을 일본어와 일본 사회 환경에 맞게 재조정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글로벌 AI 전략 전문가는 “AI 주권은 반드시 독자 모델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핵심은 데이터 통제권과 모델 조정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카나AI의 시도는 일본이 미국·중국 중심 AI 질서 속에서 독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마즈와 사카나 챗의 출시는 글로벌 AI 경쟁이 ‘초거대 모델 경쟁’에서 ‘지역 맞춤형 모델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성능뿐 아니라 문화적 맥락, 사회 규범, 법적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느냐가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형 AI 모델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사카나AI의 행보는 AI 산업이 점차 다극화되는 흐름 속에서 하나의 실험이자 전략적 선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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