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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Z세대 3총사의 '과학 영웅' 찾기 "과학보국 정신, 우리가 잇겠습니다"

특히 그는 최근 중국 절강대 졸업생들이 만든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 사례를 보며, 수도권 집중이 아닌 지역 거점 대학의 연구 역량이 산업 현장과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Z세대 3총사의 '과학 영웅' 찾기 "과학보국 정신, 우리가 잇겠습니다"

'전설' 찾아 무작정 전화하는 청년들의 집념

3총사 "애국심이 곧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

"선구자들의 헌신, 우리 세대로 잇는 가교 될 것"

오는 28일 대덕연구단지 방문·현충원 참배로 '정신 계승'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기틀을 닦은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직접 발로 뛴 Z세대들. 단체 설립 전 김원준 대표(왼쪽 두 번째)를 만나 김재관 박사의 유산과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진우찬 학부생]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이 어떤 헌신 위에 세워졌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김재관 박사님 같은 선구자들의 '과학보국' 정신이 끊이지 않고 우리 세대로 이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들, 이름조차 생소해진 원로 과학자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청년들이 있다.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신입생 진우찬 학부생(회장)과 연세대 기계공학과 박예나 학부생(부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박재준 학부생(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김재관 박사 기념사업회'와 비영리 단체 '영웅의 기억'을 통해 과거의 과학기술 유산을 발굴하고, 이를 또래 청년들에게 알리는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1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세 명의 Z세대는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지형을 분석하고, 그 해답을 원로들의 지혜에서 찾고 있었다. 이들이 왜 원로 과학자들을 찾아 다니고, '과학보국(科學報國)'을 인생의 이정표로 삼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과외 선생님과 고교 동창이 뭉친 '운명적 시작'

이들이 한 팀으로 뭉치게 된 건 아주 우연하면서도 재미있는 인연 덕분이었다.

부산국제고 재학 시절, 진우찬 학생과 박재준 학생은 경제학 수업을 함께 들으며 국가 발전의 원리에 대해 토론하던 동료였다. 당시 진우찬 학부생은 한국사 시간 때 진행한 과학 탐구 수업을 들으며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과학기술 정책에 매료되어 있었고, 재준 학부생은 통합사회 소논문으로 '부울경 메가시티와 지방균형발전'을 쓸 만큼 사회 구조 설계에 진심이었다.

진우찬 학부생은 "친구들이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 각자 전공에만 매몰될 때, 저는 우리나라 산업을 설계해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박재준 학부생 역시 경제학이 단순히 돈을 버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도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두 친구는 고등학교 내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미래 설계도'에 대해 고민을 나눴다.

여기에 박예나 양이 합류하며 팀은 '완전체'가 됐다. 박예나 양은 진우찬 학부생의 수학 과외 선생님이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만난 사제지간이었지만 이들은 수학 문제보다 기술 경영과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박예나 양은 "요즘 대학생 중에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이토록 진심인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힘든데 우찬이 눈빛을 보고 '이 친구랑은 뭘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함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섞인 이 '묘한 조합'의 팀은 진우찬 학부생이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 본격적으로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이들이 팀을 이룬 뒤 가장 먼저 찾아간 인물은 김재관 박사의 아들인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대표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과 대학생이 똘똘 뭉쳐 나타나 "김재관 박사님의 정신을 잇고 싶다"고 말했을 때, 김 교수는 감동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때 김 교수가 선물한 책이 바로 '뮌헨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기적'이었다.

세 청년은 책을 함께 읽으며 '과학보국'의 정신을 공유했다. 1960년대 독일 유학 중 조국의 가난을 목격하고 귀국해 포항제철의 기틀을 닦고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KAIST 설립을 주도한 박사들의 이야기는 이들에게 단순한 역사가 아닌,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로 다가왔다.

◇ 원로들 마음 돌린 청년들 진심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과학청년센터에서 '대한민국의 원자력과 기술 자립'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비영리 단체 '영웅의 기억' 소속 청년들이 장 전 소장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 간절히 부탁한 끝에 성사됐다. [사진=진우찬 학생]

목표를 정한 이들의 다음 스텝은 책 속에만 있던 전설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역사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 지혜를 전수받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이들의 행동력은 그야말로 '직진'이었다.

연락처도 모르는 원로들을 찾아내기 위해 이들은 이른바 '무작정 전화하기'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세종시 전의면에서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들은 주저 없이 해당 건물 1층에 있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저희는 이런 활동을 하는 학생들인데, 박사님을 꼭 뵙고 싶습니다"라는 간절한 부탁에 직원들도 마음을 열어 연락처를 건넸다.

진우찬 학부생은 "박사님들께 직접 전화를 드려 우리나라 방위산업과 원자력의 태동기를 학생들에게 들려달라고 설득했다"며 "박사님들도 이런 무모한 청년들의 연락을 처음에는 놀라워하시더니 이내 기특해하며 흔쾌히 손을 잡아주셨다"고 회상했다.

안동만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섭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진심을 전했고, 서울로 모시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이들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서울역 근처의 과학청년센터를 빌려 특강을 열었다. 자신들의 용돈과 아르바이트비를 털어 강연장을 대관하고 박사님의 기차표를 끊어드렸다.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사비 활동'이었지만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가치 있는 투자였다.

돈이 아깝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진우찬 학부생은 "돈이 나간다는 생각보다는 박사님들을 만나고 모시고 싶다는 열망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심은 통했다. 강연장에는 공대생뿐만 아니라 한국외대, 한예종 등 인문·예술계열 학생 30여 명이 모여들었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원로들의 삶의 궤적을 통해 인생의 멘토링을 받는 시간이었기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장인순 소장은 강연 후 서울역으로 향하는 길에 "평생 강연을 많이 다녔지만 여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고 했다.

안동만 소장 역시 "대부분 문과 학생이라기에 처음엔 의아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과학기술에 대해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닌 그 이상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과거의 주역들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겠다는 그들의 운동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서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고 당시 느낌을 밝혔다.

특히 박재준 학부생은 이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사고 체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박재준 학부생은 "그동안 국가 발전을 경제적 지표나 제도적인 방안으로만 보려 했던 '문과식 사고'에 갇혀 있었다"며 "과학기술이 우리나라 발전의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로 듣고 나니, 이런 핵심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12시에서 멈춰있던 제 시계에 친구들이 새 건전지를 넣어준 덕분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기분"이라며 훗날 '개발경제학'을 공부해 국가 산업에 이바지하겠다는 구체적인 다짐을 세웠다.

진우찬 학부생은 "우리나라가 정말 척박한 환경에서 성장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저도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진우찬 학부생은 과학기술에 능통한 인재가 됐고 정책을 잘 설계해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영상=대덕넷]

◇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청년들이 짊어진 과제"

원로들과의 만남이 깊어질수록 청년들의 마음속에는 예기치 못한 책임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박사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무용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비추는 뼈아픈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척박한 땅에서 '과학보국' 하나로 기적을 일궈낸 선배 세대의 발자취와 비교했을 때 오늘날 우리 청년들이 걷고 있는 길은 너무나 달랐다.

박예나 양은 인재들의 수도권 쏠림과 제조업 기피 현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이 문제를 지적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에서 우수한 동료들을 지켜본 그는 "과학 기술에 대한 열망이 큰 친구들도 취업 시점에는 어떻게든 서울권에 남으려고 전공의 본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영학회 활동을 통해 만난 인문계 학생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다. 지방에 갈 바엔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반응을 보며 박예나 양은 '애국심의 부재'를 뼈아프게 느꼈다.

그는 "결국 애국심이 답이라고 생각한다"며 단호한 소신을 밝혔다. 박예나 양은 "내가 하는 일들이 가족과 친구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친구들은 나를 '젊은 꼰대'라고 놀리지만 우리 선배들이 힘들게 일궈온 이 소중한 자산을 우리 세대에서 망칠 수는 없다는 게 내 확고한 가치관"이라고 말했다.

진우찬 학부생 역시 이웃 나라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며 느낀 위기감을 선배들의 지혜와 연결했다. 6살 때부터 중국어를 배운 그는 중학생 시절 방문했던 심천(심천)에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따장(DJI) 드론과 BYD 전기차가 도시를 뒤덮은 모습, 그리고 아이들조차 과학자를 영웅으로 예우하는 문화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다.

진우찬 학부생은 "중국은 과학 전문가들이 정책 설계를 주도해 결정이 빠르고 일관적이지만, 우리는 정권에 따라 원자력 예산이 춤을 추는 등 산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있다"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특히 그는 최근 중국 절강대 졸업생들이 만든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 사례를 보며, 수도권 집중이 아닌 지역 거점 대학의 연구 역량이 산업 현장과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짚으며 훗날 국가 산업 정책을 연구하고 설계하는 전문가로 성장해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다는 비전을 전했다.

세 청년은 이제 세무서에 정식 등록된 비영리 단체 '영웅의 기억'과 '우정미래포럼'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은 셋이서 시작했지만, 규모를 더 키워 지식 생태계의 허브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세 명의 학생은 각자 구체적인 진로와 포부를 다지고 있다.

진우찬 학부생은 국가 산업의 거시적 정책을 설계하는 전문가를 꿈꾸고 있으며, 박예나 양은 기계공학도로서 제조업 현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실무 전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재준 학부생은 과학기술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개발경제학자'가 되어 국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다짐을 세웠다.

오는 28일, 세 사람은 처음으로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둘러보고 장인순 소장, 안동만 소장도 만날 예정이다. 대전현충원에 영면한 최형섭, 한필순, 최순달, 김재관 박사 등 과학 선배들에게 참배하는 일정도 잡혀 있다.

세 사람이 각자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향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진우찬 학부생은 과학기술에 능통한 채로 산업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 그가 원로 과학자들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도 결국 그 정신이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됩니다. '포항제철을 세우는 데 김재관 박사님 같은 분이 있었다'는 것만 알아줘도 충분합니다. 그 이름 하나라도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게 저희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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