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유진 320만원vs키움·BNK 190만원...130만원 차이
美 빅테크, 하반기 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메모리 계속 살 수 있나
회사채 발행으로 빚투도 확대...연준 긴축시 부담 가중
SK하이닉스의 HBM4 실물.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증권가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가 중구난방이다. 일주일 시차를 두고 100만원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폭증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판단이 엇갈린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메모리반도체 최종 소비자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재무 부담이다. 그동안의 설비투자 규모가 너무 막대했던 터라 올 하반기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메모리 값이 올라서 하이닉스 실적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비싸진 메모리 구매 자체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8일 동안 제시된 증권사별 하이닉스 목표주가(맨 오른쪽)와 제시 일자. 사진=에프앤가이드
하이닉스 목표가는 고무줄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2.22% 내린 180만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나란히 320만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11일 키움증권(190만원), BNK투자증권(185만원)이 내놓은 목표가와 130만~135만원 차이다. 단 키움·BNK투자증권은 목표가 달성 시점을 6개월로, 미래에셋·유진투자증권은 12개월로 설정했다.
물론 이를 감안해도 목표가는 편차는 극심하다. 목표 시점이 12개월인 곳끼리 비교하면 LS증권(210만원)은 미래에셋·유진투자증권과 110만원 차이가 난다. 이외 12개월 목표가는 대신증권 250만원, 하나증권 275만원, iM증권 276만원, KB증권 300만원 등이다. 현대차증권은 6개월 265만원을 제시해 키움·BNK증권과 75만~80만원 격차를 보였다.
실적 전망치도 제각각이다. 같은 날 같은 목표가(320만원)를 제시한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하이닉스 올해 영업익을 각각 289조원, 256조원으로 예상했다. 33조원 차이다. 반면 목표가 차이가 90만원에 달하는 iM증권과 BNK투자증권의 전망치는 각각 245조원, 240조원으로 외려 엇비슷하다.
미국 CSP(클라우드서비스 공급자)들의 잉여현금흐름 추이. 사진=BNK투자증권
하이퍼스케일러, 'FCF 마이너스 전환' 우려
하이닉스에 가장 낮은 목표가를 책정한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미국 CSP(클라우드서비스 공급자)들의 실제 설비투자는 컨센서스 대비 98%에 그쳤다. 메타 투자금액이 71%에 그친 게 주요인"이라며 "실적 발표 후 연간 투자액은 전년 대비 64% 증가에서 69% 증가로 상향됐는데, 최근 FCF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메타와 MS가 주도한 것이라 신뢰감이 낮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3787억달러에서 2026년 6857억달러, 2027년 8707억달러로 전망된다. 그런데 FCF는 지난해 3~4분기 600억달러를 웃돌던 데서 올 1분기 200억달러 수준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이 연구원은 “올 하반기 FCF가 마이너스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데, 차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금리에 민감해져 있다”며 “선행지표인 장단기금리차는 2월부터 하락 추세이며 AI 설비투자 모멘텀도 둔화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른바 이 회사의 '빚투'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5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합산 회사채 발행액은 1210억달러로 직전 5년 평균치의 4배가 넘는다.
그동안 이들은 연방준비제도의 저금리 기조 아래 낮은 비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풍부한 유동성과 금리 인하 기대가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낙관론을 떠받친 것이다.
문제는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의 취임으로 연준이 긴축 성향으로 돌아선다는 점이다. 케빈 워시는 대차대조표(QE)를 통해 자산 가격을 떠받쳐온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물이다. 기준금리는 내릴 수 있지만, 연준은 물가와 시스템 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며 위기 때마다 반복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지양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더구나 이란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퍼지면서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결국 그간 금리 인하 기대와 연준의 유동성 공급 가능성 위에서 형성됐던 AI 낙관론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FCF가 결국 마이너스에 도달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빅테크들의 AI 설비투자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빅테크들이 다 같이 투자를 적절히 조절하면 반도체 가격 폭등을 막는 협력이 된다.
그러나 누군가 갑자기 혼자서만 투자를 가속하는 '배신'을 택한다면 독주가 가능해진다. 이런 선택지에서는 배신이 항상 우월한 전략이 되기에 결국 설비투자액은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잉여현금흐름은 감소 중이나 일부 업체는 아직 넉넉한+권에 있다. 기술적·재무적으로 탄탄한 업체는 그렇지 않은 경쟁자에게 비싼 비용과 치킨게임을 강요할 수 있다"며 "기업들은 미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과잉투자는 정말 빈번하게 발생한다. 현실은 적당하지 않게 흘러간다. 아직까지는 AI Capex 컨센서스가 더 높아진다는데 베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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