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에스케이(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제공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미국 증시 상장을 본격 추진한다. 미국 예탁기관이 한국 하이닉스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증서(ADR·미국 주식예탁증서)를 미 거래소에서 달러로 사고파는 방식이다. 그러나 상장을 위한 하이닉스의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등 주주가치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곽노정 에스케이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식예탁증서 상장을 위한 신청서(F-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며 “세계 최대 주식시장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상장된 미국에서 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이날 주총 개최 전 공시를 통해 “올해 연내 상장이 목표”라며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과 수요 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기업가치 재평가와 주가 높이기, 신규 투자금 조달 등을 위한 미 증시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각)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도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GTC 2026)에서 “(하이닉스의 미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장을 통해) 한국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재 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약 16배로, 경쟁사인 미 마이크론(약 19배)에 견줘 낮은 수준이다. 하이닉스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곽 대표이사는 “올해 하반기에 상장하는 걸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상장 방식이다. 애초 시장에서는 하이닉스가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활용해 미 증시에 상장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을 초래하는 신주 발행 대신, 기존 자사주를 담보로 상장할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실제 하이닉스도 지난해 12월 공시를 통해 “자사주를 활용한 미 증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신주 발행을 통한 상장으로 사실상 방향을 틀었다. 지난 1월 실적 발표 뒤 기존 자사주 1738만주(교환사채 목적 893만주 제외) 가운데 1530만주를 주주 환원을 위해 이미 소각했고, 208만주는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사용했거나 향후 지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남은 자사주가 없다 보니 대규모 자사주 소각 발표 두 달 만에 다시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주주들의 반발이 나왔다. 하이닉스가 재무 안정을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며 새롭게 제시한 목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주주는 “돈을 이렇게 잘 버는 회사가 왜 자사주 매입이 아닌 신주 발행을 통해 상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주주 환원을 생각하지 않고 100조원 이상을 모은다는 것도 분개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액면 분할(주식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것)을 고려 중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곽 대표이사는 “신주 발행은 여러 목표를 동시에 진행하려다 보니 순서가 바뀐 것”이라며 “액면 분할은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당장 급한 투자금 조달을 위해 신주 발행을 하되, 향후 창출되는 이익을 토대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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