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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하이닉스, 계약 규칙 바꾼다...가격 보다 물량 우선 고갹 니즈 반영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장기공급계약(LTA) 구조 재편에 나선다. 회사는 23일 열린 2026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방식의 구조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계약 구조...

SK하이닉스, 계약 규칙 바꾼다...가격 보다 물량 우선 고갹 니즈 반영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사진: SK하이닉스]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SK하이닉스가 장기공급계약(LTA) 구조 재편에 나선다. 회사는 23일 열린 2026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방식의 구조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계약 구조 변화는 단순한 영업 전략을 넘어 메모리 산업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초로 매출 5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4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늘었고, 순현금은 35조원을 달성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리스크로 인식하면서 중장기 물량 확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고객에게는 공급 안정성을, 회사에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의 구조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 특유의 변동성을 줄여 시장의 평가를 한 단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업계에서 공급사가 주도적으로 계약 조건 재설계를 공식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기존 LTA가 가격 변동 헤지 성격이 강했다면, 새 계약 구조는 물량 우선 확보를 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LTA 재편 검토의 배경에는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자리한다. 회사는 이날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용 디램(DRAM),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급 부족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워 가격 상승 사이클이 과거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사들의 과거 업황 둔화기 투자 축소와 가용 스페이스 부족이 단기 증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현물 가격 약세에 대해서도 "현물 시장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매우 작아 수급 상황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일시적 조정으로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판단은 생산 인프라 투자 속도에 그대로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가동 시점을 2027년 2월로 기존 계획 대비 3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청주 M15X 램프업과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준비, EUV(극자외선) 장비 확보가 맞물리며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는 "고객 수요가 공급 역량을 상회하는 환경 속에서 공급 역량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엔비디아 젠슨 황 CEO, SK그룹 최태원 회장 [사진: SK하이닉스]

HBM 부문에서는 6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준비가 본격화됐다. 회사는 "주요 고객사와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 중이며, 하반기 샘플 공급 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3년 동안 고객들이 요청하는 수요는 이미 당사 공급 역량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쟁사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서는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가 철칙"이라며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증설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HBM4E(7세대) 차별화 전략으로는 베이스 다이 최적화와 1c 나노미터 공정 적용을 제시했다. 1c 공정은 이미 성숙 단계에 도달한 양산 능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낸드도 연산 부품으로 재정의…321단 QLC 전환 가속

낸드 전략 역시 LTA 구조 재편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송창석 낸드 마케팅 담당은 "낸드는 이제 단순 저장 장치가 아닌 연산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올해 말까지 국내 생산량의 50% 이상을 321단으로 전환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와 AI PC 스토리지 시장에서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활용해 고성능 eSSD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CTF(전하 트랩 플래시) 기반 321단 QLC 기술을 적용한 cSSD 'PQC21' 공급도 시작했다.

차세대 제품 라인업도 구체화됐다. 회사는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LPDDR6와 192GB SOCAMM2 양산을 이달 시작했으며, CXL 3.0 기반 2세대 제품으로 신규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낸드 영역에서는 3D 적층 기술인 HDF(고대역폭 플래시)의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eSSD 전 영역에서 고성능 TLC(트리플 레벨 셀)와 대용량 QLC(쿼드러플 레벨 셀)를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AI 수요에 대응한다.

SK하이닉스가 이번 GTC 2026에서 공개한 커스텀 HBM 콘셉트 [사진: SK하이닉스]

LTA 구조 재편이 실제 실행에 옮겨질 경우 메모리 산업의 밸류에이션 논리에도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 비공개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계약 구조 변화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작업이 ADR 상장과 맞물릴 경우, 그동안 메모리 업체에 적용돼온 사이클리컬 할인 요인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이클 변동에 따른 실적 가시성 저하는 국내외 메모리 업체의 주가 멀티플을 짓눌러온 요인으로 꼽혀왔다.

LTA 재편 방안의 구체적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연내 주주환원 확대 방안 마련 계획도 함께 제시한 상태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검토 대상으로 함께 향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겠다"며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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