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 SK실트론을 품기 위한 인수금융 논의가 전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의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시장에서는 거래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흘러나온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을 재검토하면서 한국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두산그룹에 제공하기로 했던 2조 5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SK실트론 지분 100%(㈜SK 70.6%, 최태원 회장 29.4%)에 대한 지분 가치가 약 5조 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두산은 이 중 2조 5000억 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기로 한 바 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두 회사 간 계약이 완전히 깨진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양측이 계약서를 쓰려고 했다가 못 쓰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인수금융에 관여하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도 “논의가 중단된 후 아직까지 SK와 두산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사안이 없다”고 전했다.
SK그룹은 그룹 사업 재편을 위해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최종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논의가 중단됐다. SK는 15일 SK실트론 매각 관련 재공시를 통해 “세부적인 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재계에서는 1차적으로 가격과 관련한 이견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기초 소재 중 하나인 웨이퍼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치평가를 놓고 이견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SK그룹 내부에서는 AI,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확대에 따른 전략적 가치 상승 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실적은 부진하지만 웨이퍼 업황 사이클이 시차를 두고 개선되는 만큼 매각 가격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매수자 측의 생각은 다르다. SK실트론은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5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2% 감소했고 올해 1분기 EBITDA도 7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 줄었다. 순차입금도 24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8% 늘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본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것은 SK실트론 몸값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라며 “이달 중 추가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가 사실상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SK실트론을 매각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로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 이를 공식화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거래가 틀어졌다면 15일에 SK가 우협을 선정했으며 추후 재공시하겠다고 했겠느냐. SK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이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인 분위기상 딜이 안 될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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