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두나무 지분 6.55% 확보…‘금융 판 전환’ 승부수
은행 의존도 90%…함영주, 스테이블코인서 새 성장축 모색
디지털자산의 인프라 가능성…송금·결제·자산관리까지 연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그래픽=최주연 기자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플랫폼 기업 두나무에 1조원을 베팅했다.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투자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정을 미래 금융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핵심은 하나금융이 더 이상 ‘은행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시대’를 전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그 돌파구를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찾고 있다는 해석도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하나금융은 15일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거래로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4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블록체인 인프라와 기술력, 고객 기반까지 모두 갖춘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왜 지금 하나금융이 두나무에 1조원을 넣었느냐’는 데 주목한다. 재무적 투자로만 보기엔 규모가 크고, 최근 함 회장이 이어온 메시지 흐름과도 정확히 맞물리기 때문이다.
◇ “은행의 위기”…함영주 시선은 ‘다음 금융’으로
실제 함 회장은 최근 ‘은행의 위기’를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다. 올 초 실적 발표에서도 그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스테이블코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직접 말했다. 디지털 금융 대응 차원을 넘어 금융 질서 자체가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부분 기여도(연결기준) 추이 /하나금융
하나금융 내부 사정을 보면 이런 판단 배경은 더 분명해진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4조원을 돌파했지만, 그룹 수익의 대부분은 여전히 하나은행에서 나왔다. 지난해 기준 그룹 순익 가운데 은행 기여도는 93.6%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처럼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강한 구조와 달리, 하나금융은 사실상 은행 수익에 그룹 전체가 기대는 구조가 약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은행 산업 자체 성장성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성장에는 규제가 걸려 있고, 순이자마진(NIM)은 금리 방향에 따라 흔들린다. 최근에는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플랫폼까지 금융시장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전통 은행의 역할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함 회장이 최근 골몰하고 있는 것이 은행 이후의 금융 인프라 변화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단순 코인 투자 아닌 ‘금융 레일’ 선점 전략
특히 하나금융은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자산이라기보다 ‘결제와 송금 구조를 바꾸는 기술’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실제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기존 SWIFT망을 거치던 외화송금을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 기반으로 구현하는 기술 검증도 마친 상태다.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며칠씩 걸리던 해외 송금과 정산 구조를,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거래 구조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가장 먼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영역도 바로 결제와 외환시장이다.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 투자와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협력을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은행이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를 넘어, 아예 미래 금융 레일 선점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월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영국의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와 글로벌 비즈니스 및 디지털 자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 첫번째)이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마리 후엔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홍콩&중화권&북아시아 지역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하나은행 딜링룸을 방문해 환율 및 유가 등 최근 자본시장 이슈에 대해 딜링룸 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나금융
함 회장이 최근 글로벌 금융사들과 디지털자산 협력을 확대하는 흐름 역시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와 디지털자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인 서클과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 송금 넘어 WM까지…“디지털자산도 자산관리 시대”
결과적으로 함 회장의 시선은 단기 수익보다 금융 산업 향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이번 두나무 투자에는 자산관리 시장 변화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향후 가상자산 현물 ETF, 토큰증권(STO), 디지털자산 기반 연금·신탁 시장까지 열릴 경우 은행 WM(자산관리) 모델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업비트와 그룹 플랫폼을 연계한 새로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존 펀드·예금·보험 중심 자산관리에서 디지털자산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다.
물론 변수도 적지 않다. 국내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는 여전히 정비 단계이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역시 정치·규제 변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이번 투자를 두고 “함영주식 미래 금융 베팅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금융지주들의 성장 전략이 은행 몸집 확대나 보험·증권 인수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인프라 자체를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가장 앞단에 하나금융이 먼저 올라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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