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하 사업단)이 출범 5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결산하고, 2026년부터 시작될 2단계 사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사업단은 지난 5년간 설정한 정량적 목표를 99% 이상 달성하며 K-바이오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렸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AI 혁신'을 두 축으로 하는 '넥스트 스텝(Next Step)'에 진입한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지난 16일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신약 개발은 단순히 산업적 측면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산업"이라며 "성공적인 신약 개발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 사업 성적표 '99% 달성'…'전주기 지원 시스템'의 안착
지난 2021년 출범한 사업단은 10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 중 현재 6년 차에 접어들며 반환점을 통과했다. 사업단의 최우선 임무는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과기부, 산업부, 복지부 등 3개 부처가 협력하는 범부처 전주기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성과는 지표로 증명됐다. 사업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설정된 대부분의 정량적 지표는 연도별 부침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모두 달성됐다. 무엇보다 특정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고 다수의 기관이 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재까지 지원된 총 553개 과제 중 197개 과제가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었으며, 이는 직접적인 기술 이전(L/O)과 상장(IPO)으로 이어졌다.
주요 사례로 꼽히는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비임상 단계에서 사업단 지원을 받아 해외 기술 이전과 FDA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끌어냈다. '에임드바이오' 역시 후보물질부터 비임상까지 연속 지원을 받으며 FDA 희귀의약품 지정과 기술 이전 성과를 동시에 거뒀다.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아제 기술은 치료제 제형 변경(SC 제형) 기술로서 FDA와 EMA 승인을 획득하며 국내 바이오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사업단 측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석·박사급 전문 인력들이 과제별로 밀착 관리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 2162건 전수 분석… '바이오벤처'가 중심축
사업단이 이번 간담회에서 처음 공개한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분석 결과는 K-바이오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은 총 2162건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개발 주체에서는 산업계가 전체의 89%를 차지하며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바이오벤처의 비중이 78%에 달한다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달리티(Modality) 측면에서는 변화가 뚜렷했는데 여전히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의 비중이 높지만,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ADC(항체-약물 접합체),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TPD(표적 단백질 분해), RPT(방사성 의약품) 등 신규 모달리티 파이프라인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개발 단계별로는 디스커버리(39%)와 비임상(35%) 단계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과거 비임상에 머물렀던 물질들이 대거 임상 단계로 진입하면서 '임상 단계 풀(Pool)'이 과거보다 훨씬 두터워졌다.
사업단은 전체 파이프라인의 약 44%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성공률이 낮아 민간 투자가 꺼려지는 '죽음의 계곡(비임상 단계)'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기간은 늘어나고 비용은 높아지고…신약개발 이중고 타개할 'AI 인프라' 구축
주목할 점은 대내외적 신약개발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신약개발 비용은 두 배로 급증했고, 임상 진입 후 승인까지의 기간은 더욱 늘어났다. 특히 바이오벤처가 임상 3상에 직접 진입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리스크로 인해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되고 있다.
사업단은 이러한 고비용 구조를 타개할 핵심 인프라로 'AI 신약개발'을 꼽았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미 AI를 연구 인프라로 내재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단은 2026년부터 평가 기준을 개정해 AI 활용 과제에 대한 가점을 부여하고, 조기 승인이 가능한 과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다.
또한, 임상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바이오마커(Biomarker) 활용도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과제의 절반 정도가 환자 선별이나 치료 효과 확인을 위해 바이오마커를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는 정밀 의료 체계가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2단계 사업 진입… '성과 고도화'와 '집중 지원'의 시작
지난 5년 간의 1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된 것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2단계 사업이 추진된다. 이번 2단계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성과 고도화'로 1단계에서 양적인 파이프라인 확보와 지원 시스템 안착에 주력했다면, 2단계에서는 실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임상 지원 단가의 30% 증액이다. 바이오벤처가 감당하기 힘든 임상 단계의 비용 부담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누겠다는 의지다. 또한, 민간 매칭 펀드 비율을 현재 50% 수준에서 혁신법이 허용하는 최저 수준까지 낮춰 기업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박영민 단장
AI 인프라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사업단은 이미 2026년 신규 과제 평가 기준을 개정하여 AI를 활용한 과제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전체 신약 개발 과정에 AI가 녹아들게 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운영 방식도 더욱 유연해진다. 형식적인 행정 관리가 아니라, '마일스톤(Milestone)' 기반의 실질적인 관리를 강화한다. 과제 진행 중 이슈가 발생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 평가'를 통해 과감히 과제를 중단(Drop)하거나 계획을 변경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폭 지원…대한민국의 미래 열 것"
박영민 단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신약 개발이 가진 미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신약 개발은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매우 크지만, 그만큼 위험도 높은 분야"라며 "사업단은 기업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인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사업단은 향후 2029년까지 신규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2030년까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글로벌 블록버스터 창출'이라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올해 역시 연 2회 신규 과제 선정을 진행하며, 오는 7월 1일 접수 마감 예정인 2차 공고를 통해 새로운 혁신 파이프라인을 모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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