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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R편집국에서] 또 반성문 쓸 것인가...토스ㆍ카카오 가볍게 언급한 '박...

연예인이 공인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애매하다. 다만 정치인은 명확한 공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인은 말 그대로 자신의 말과 행보에 공공의 무게가 실려있음을 깨닫고, 또 인지해야 한다.

[ER편집국에서] 또 반성문 쓸 것인가...토스ㆍ카카오 가볍게 언급한 '박...

연예인이 공인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애매하다. 다만 정치인은 명확한 공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인은 말 그대로 자신의 말과 행보에 공공의 무게가 실려있음을 깨닫고, 또 인지해야 한다.

최근 경제계에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박용진 부위원장의 소셜미디어(SNS)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거래 대금 결제주기 단축 검토’ 지시에 호응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 글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뒤처진 국내 증시의 T+2(거래일 기준 이틀 뒤 결제) 결제 시스템을 꼬집고 개인 투자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말미에 언급한 공모주 청약증거금 이자 문제 역시 증권사의 오래된 관행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선 굵은 정치활동을 통해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려했던 그의 행보와 결이 맞아 떨어진다.

문제는 엉뚱한 곳으로 튄 불똥이다. 박 부위원장은 결제주기 지연의 폐해를 지적하며 "심지어 토스와 카카오에서는 결제주기 2영업일 사이에 주식 결제대금을 미리 당겨 주고 이자를 챙겨 돈을 버는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다"며 "내 돈 두고 생돈 빌려서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혁신을 표방하는 핀테크 플랫폼들이 오히려 낙후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투자자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는 뉘앙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자본시장 시스템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다.

사진=갈무리

살펴보자. 박 부위원장이 지적한 서비스의 정식 명칭은 ‘주식 매도대금 담보대출’이다. 주식을 판 돈이 계좌에 들어오기까지 걸리는 이틀의 공백 동안 그 매도 대금을 담보로 증권사가 돈을 빌려주는 신용 공여 상품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거나 다른 종목에 재투자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핀테크 플랫폼이 음습한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스템 위에서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브 앤 테이크'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박 부위원장은 이를 '황당한 상황'으로만 몰아가며 핀테크 플랫폼에 선명하고 불필요한 낙인을 찍어버렸다.

심지어 이 서비스는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증권 같은 특정 핀테크 업체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거의 모든 대형·중소형 전통 증권사들이 수십 년 전부터 제공해 온 아주 보편적인 금융 서비스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통 증권사들의 해당 대출 이자율이 핀테크 증권사들보다 높게 책정된 경우도 허다하다.

박 부위원장이 SNS를 통해 모두 똑같이, 아니 오히려 더 큰 규모로 영위하고 있는 합법적 수익 모델을 두고 굳이 '토스와 카카오'라는 플랫폼 기업의 이름만 콕 집어 저격한 이유는 묘한 씁쓸함을 남긴다.

물론 박 부위원장이 편협한 시각으로 시장을 보고 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이 추진되는 중이고, 이 과정에서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던 중 사소한 이슈가 튀어나온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항상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던 용사가 아니던가. 이런 그가 플랫폼을 향한 편협한 시각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은 아쉽고 또 뼈아프다.

기존 금융권의 관행은 묵인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 핀테크 기업들만 마치 부도덕한 이자 장사를 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시장의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규제합리화위원회라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인사가 이토록 치우친 잣대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우려스럽다.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고 낡은 규제를 혁파하는 것인데, 부위원장 스스로가 신사업과 플랫폼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라는 낡은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의혹을 받으면 어쩌란 말인가.

핀테크가 모든 금융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우려나 소비자 보호 문제 등 철저히 감시하고 규제해야 할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채 '플랫폼은 악, 전통 산업은 선' 혹은 그 반대의 이분법적 사고로 시장을 재단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촌극을 경험한 바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 사태다. 당시 정치권은 기존 택시 업계의 반발에 밀려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였던 타다를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박 부위원장 역시 당시 타다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 중 하나다. 그리고 훗날 법원에서 타다의 합법성이 인정되고, 모빌리티 혁신이 좌초된 것에 대한 사회적 자성이 일자 그는 뒤늦게 자신의 판단이 짧았음을 인정하는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다만 타다 사태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것인지, 이번 '주식 매도대금 담보대출' 발언은 과거의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치인의 SNS는 더 이상 사적인 일기장이 아니다.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공식적인 성명장이자 시장에 즉각적인 시그널을 주는 확성기다. 특히나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핵심 인사라면 그 무게감은 남다르다. 설익은 정보와 편견이 섞인 글 한 줄이 시장에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하고 특정 기업에 부당한 낙인을 찍을 수 있는지 신중하게 헤아려야 한다.

결제주기 단축과 공모주 청약증거금 이자 문제는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권익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임이 틀림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박 부위원장이 지적한 문제의식의 본질 자체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올바른 정책은 정확한 사실관계와 객관적인 통찰에서 출발한다. 박 부위원장이 규제합리화의 진정한 적임자로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면, 섣부른 감정적 비판보다는 시장을 꿰뚫어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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