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정훈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신간 《멈추지 않는 열정》을 펴냈다. 이 책은 정훈 이사장이 3년 동안 추진해 온 학교안전 정책과 현장 행보에 대한 기록이자 학교안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의 프롤로그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한다. 2023년 5월 12일 오후 2시 30분경, 국공립대학교 총장 초빙 최종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교정으로 들어가던 정훈 이사장은 3개월 전 지원했던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제6대 이사장 공모에 최종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30여 년간 대학교수와 부총장 등을 지낸 그에게 총장 최종면접은 중요한 기회였지만, 그는 결국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직을 선택했다.
《멈추지 않는 열정》 발간을 기념해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오랜 대학 경력을 뒤로하고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직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가르치며 학교폭력 등 학교안전과 사회안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고, 안전은 사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예방과 보상을 함께 수행하며 정책과 현장을 연결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다”며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자리라고 판단해 이사장직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정 이사장이 ‘예방 중심의 학교안전’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외 학교 안전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온 기록이 담겨있다. 정 이사장은 3년 동안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10만km 이상을 이동하며 200개가 넘는 기관을 방문하고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났다. 전국 17개 시·도공제회, 시·도교육청을 방문해 담당자들과 의견을 나눴고, 도서벽지 학교, 특수학교, 재외한국학교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학교안전의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예방 활동을 펼쳐왔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2024년 서울에서 ‘세계학교안전 콘퍼런스 및 박람회’를 개최하고, 이어 2025년에는 일본에서 ‘2025 한일 학교안전 국제세미나’를 열며 ‘K-학교안전’의 국제화에도 나섰다. 정 이사장은 한국 학교안전 모델의 강점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안전교육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서 AI, V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안전교육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학생안전체험관과 디지털 기반 교육 콘텐츠를 통해 도서벽지 학교는 물론 재외한국학교까지 안전교육을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K-학교안전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더 많은 학생에게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에도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책에서는 대학안전공제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된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2022년부터 대학으로 영역을 넓히고 대학안전사고공제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15개였던 가입 대학은 2026년 현재 372개 대학으로 늘었고, 공제료도 50배 이상 증가했다. 정 이사장은 대학 안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로 다중 밀집 행사 안전관리와 대상별 맞춤형 안전교육을 꼽았다. 그는 “대학안전사고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체육대회, 축제 등 다중이 밀집하는 행사에서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러한 행사에 대한 사전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은 성인 학습자와 외국인 학생 비중이 높은 만큼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안전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대학 안전을 별도의 영역으로 볼 것이 아니라, 유·초·중·고 단계에서 형성된 안전의식이 대학까지 이어지는 연속선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애주기별로 연계된 안전교육을 통해 대학에서도 안전의식이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며 “대학은 교육과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만큼, 안전을 하나의 관리 영역이 아닌 중요한 교육 요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관점은 대학 교육자로서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정 이사장은 “대학 교육자로서의 경험은 안전을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가치’로 바라보게 했다”며 “안전은 개인의 인식과 행동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정책과 교육이 함께 작동할 때 지속가능한 안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교육과 제도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봤다. 정 이사장은 “현장체험학습이 안전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국 학생안전체험관 등을 활용한 체험 중심 사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체험 중심 안전교육 강화를 위해 전국 115개 학생안전체험관 설립·운영 컨설팅, 교육 콘텐츠 개발, 전문강사 양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학부모와 교사 간 책임을 균형 있게 분담하고,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원보호공제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사전교육과 제도 개선, 학생 참여 중심의 안전문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지속가능하게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멈추지 않는 열정》이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학교안전공단’ 설립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앞두고 있다. 정 이사장은 학교안전공단이 설립될 경우, 현재 공제중앙회가 수행하고 있는 보상 중심 기능을 넘어 인명, 시설, 환경 등 학교안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어린이집 안전까지 포함한 유보통합 영역으로 확장해 학교안전 관련 기능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분산돼 있던 안전관리 체계를 통합하고 보다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이용자가 하나의 창구에서 예방과 보상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받는 원스톱 체계가 구축될 경우 행정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이사장이 말하는 ‘안전한 학교’는 단순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학교는 사고가 없는 학교”라면서도 “안전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고, 학교와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함께 책임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은 사고를 예방하는 제도나 보상 체계를 넘어, 학생들이 안심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추구하는 학교안전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멈추지 않는 열정》은 그 당연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목표를 향한 3년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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