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 베일 벗은 연상호의 새 K좀비
'집단지성 좀비'에 2300명 관객 기립박수
21일 국내 개봉
영화 '군체' 출연 배우 김신록(왼쪽부터), 신현빈, 구교환, 지창욱, 전지현과 연상호 감독이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칸=AP 뉴시스
"꿈에 그리던 칸영화제에서 '군체'를 선보일 수 있게 돼서 영광이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연상호 감독)
16일(현지시간) 새벽 3시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영화 '군체'가 세계 첫 상영을 마친 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K좀비'의 등장에 2시간을 숨죽여 보던 2,300여 관객은 연상호 감독과 배우 구교환 전지현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에게 연신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부산행' 이후 10년 만에 칸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연 감독은 5분여간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에게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날 상영에 앞서 열린 야외 레드카펫 행사에선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군체' 팀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공식 부문 중 하나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군체'가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 앞은 1시간 전부터 긴 입장 행렬이 늘어섰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20대 중국 여성 관객은 "지창욱의 팬이어서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객석에 이번 영화제의 여느 상영작보다 젊은 관객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영화 '군체'. 쇼박스 제공
'군체'는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2016), '반도'(2020)에 이어 세 번째 선보이는 좀비 영화다. 팬데믹으로 인해 행사가 열리지 못했던 2020년 '반도'가 공식 초청 명단에 오른 것을 포함해 세 편 모두 칸의 환대를 받았다.
영화는 체인스바이오라는 회사에서 근무했다가 해고당한 생물학 박사 서영철(구교환)이 경찰에 생물학적 테러를 예고하는 전화로 시작한다. 그는 체인스바이오의 사업설명회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친 사장에게 문제의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설명회가 열린 서울 한복판의 초고층 빌딩은 순식간에 좀비가 득실대는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경찰에 의해 건물이 완전히 봉쇄된 상황, 설명회에 참석한 권세정(전지현)과 전 남편 한규성(고수), IT 업체 직원인 최현희(김신록)와 건물 보안 요원인 동생 최현석(지창욱) 등은 좀비들을 뚫고 건물을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한다.
16일 프랑스 칸 크루아제트 해변에서 열린 영화 ‘군체’ 출연진 화보 촬영에서 연상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흔한 좀비영화처럼 보이지만 ‘군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AI의 딥러닝과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좀비 떼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좀비들의 집단지성을 통제하는 우두머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네 발 짐승처럼 뛰던 좀비가 점점 학습과 정보 공유를 통해 똑똑해지는 설정은 여러 변수를 만들면서 긴장을 배가시킨다. 악당 서영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캐릭터가 장르의 관습에 따라 기능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영화는 군더더기를 배제한 채 속도감 넘치게 질주하며 액션 스릴러 장르의 쾌감에 집중한다. 연 감독은 이날 상영 후 만나 "AI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궁금해하다,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라고 생각했다"며 "보편적 사고가 강해지면 소수 의견이 약해지는데 개별성이 인간다움과 휴머니즘의 중요한 특징일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간을 한정해 서스펜스를 강화하고 팬데믹 상황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직관적이고 압축적인 경험 중심의 이야기이면서 개별성에 관한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 '군체'의 해외 팬들이 시사회장 밖에서 지창욱과 출연진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칸=뉴스1
'K좀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아크로바틱한 좀비 안무도 '군체'에서 눈여겨볼 요소다. 이전 좀비영화보다 좀 더 현대무용에 가까운 몸동작은 종종 생경한 풍경을 연출하며 볼거리를 더한다. 한국 최고의 현대 무용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 감독의 주문에 따라 20명의 전문 무용수가 좀비 안무에 참여해 직접 연기까지 했다.
영화 공개 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좀비물의 재해석에 높은 점수를 줬다. 프랑스 영화 매체 프리미어는 "좀비 영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정치와 오락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프랑스 온라인 매체 악투 또한 "'군체'가 특히 인상적인 점은 좀비를 재해석하는 방식"이라며 "좀비를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하며 일종의 '완전한 오염'에 가깝게 묘사하는 듯하다"고 썼다. 프랑스 온라인 영화 매체 크리티카트도 "'부산행'만큼 재미있지는 않지만 좀비 장르에 내재된 정치적 차원을 깊이 있게 다루며 그 논리를 새롭게 해석한다"고 평가했다. 영화는 21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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