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사업 민간사업자 참여 없어
숙박시설 규모·수요 계산 공개 안 돼
공모 실패 뒤 새 사업 제안만 잇따라
박태훈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 임용후보자가 16일 경남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일찍이 로봇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며 추진한 마산로봇랜드(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반동리 일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멈춰 있다.
2단계 사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한 민간사업자 공모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빈손으로 끝났다. 경남도는 민간자문단을 꾸려 연말까지 사업 정상화 방안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왜 민간사업자가 오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사업비가 부담스러웠는지, 테마파크 운영 위험 때문인지, 숙박시설 수요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주변 관광시설과 경쟁해야 한다고 본 것인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랜드 2단계에 호텔과 콘도가 정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몇 실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도 찾기 어렵다.
경남연구원이 실제 테마파크 운영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연구자료는 비공개 상태다.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에서도 사업 지연과 사업방식, 민간투자 유치 등에 대한 지적이 수년째 이어졌지만 2단계에 필요한 숙박 규모와 주변 공급량을 다시 계산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숙박 800실 ‘단순 제안’
마산로봇랜드 테마파크 전경. /경남도
경남도는 호텔이 몇 실 필요한지 민간에게 물었다. 이번 2단계 공모에서 민간사업자는 11만 7413㎡(3만 5000평) 터를 직접 매입해 관광숙박시설 등을 개발하고 소유·운영하는 BOO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동시에 이미 조성된 1단계 테마파크도 30년간 운영해야 한다.
또 민간사업자가 로봇랜드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 가운데 몇 명이 숙박하는지, 가족·청소년·기업연수 등 어떤 수요가 있는지, 주변에 경쟁할 숙박시설은 얼마나 있는지 따져 그 방법과 근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다만 경남도는 지난해 투자유치를 위해 만든 외부용 투자설명자료(IM)에는 여러 숙박시설 구상을 담았다. 400실 규모 타워형 호텔, 120실 규모 콘도, 280실 규모 콘도, 휴양형 연수원과 워케이션 시설, 테마 펜션 빌리지 등이다. 예시대로라면 800실을 웃도는 숙박시설 구상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확정된 사업계획이 아니다. IM은 필지별 계획을 ‘단순 제안’이라고 밝히면서 민간투자자가 자유롭게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테마파크 사정도 처음과 달라졌다.
2단계 사업을 둘러싼 조건은 사업을 처음 구상했을 때와 같지 않다.
테마파크 운영수지는 지난해 38억 원 적자가 났고, 2024년에는 44억 1000만 원이었다. 경남연구원이 실제 운영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테마파크 연간 운영비는 103억 7000만 원에 이른다.
이에 경남연구원은 앞선 2022년 연구에서도 당시 관광숙박시설 계획에 대해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놓고 시설 규모 조정 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구산면 중복 공급 해결은
구산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창원시
중복 공급도 해결해야 한다. 창원시가 추진하는 구산해양관광단지는 기업연수지구 16만 3000㎡, 건강휴양숙박지구 27만 9000㎡, 모험체험지구 37만㎡, 골프레저지구 203만 5000㎡ 등 4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건강·휴양·숙박과 기업연수·체험 기능은 로봇랜드 2단계에서 제시한 숙박·웰니스·연수시설과 겹친다. 따라서 로봇랜드에 필요한 숙박수요를 계산하려면 로봇랜드만 볼 수 없다. 그동안 두 사업의 기능 중복과 공급 문제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줄곧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단계 사업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새로운 제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박태훈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은 지난달 경남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청소년·청년을 위한 야영시설과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숙박시설 등 체류형 콘텐츠 확대를 제시했다.
창원시의회에서는 2단계 부지에 경남 국립청소년수련원을 유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앞서 로봇산업 기회발전특구 등을 통해 사업의 방향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미 2단계 사업은 이미 한 차례 사업방식까지 바꿨다.
원래 민간사업자가 개발하고서 공공에 소유권을 넘기는 BTO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민간사업자의 사업 중단 이후 2단계가 장기간 표류했다. 이후 경남도는 민간이 개발하고 소유하는 BOO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지만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보니
부산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동해남부선 폐선 터 재개발) 사업은 민자와 공공을 결합해 성공한 대표 관광개발 사례로 손꼽힌다. 사진은 블루라인파크 모습. /부산시
경남도는 민간자문단에서 공모방식 변경 장단점과 민간사업자가 실제로 어떤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지, 그 위험을 감수하고도 수익을 낼 만큼 숙박수요가 있는지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태도다.
부산에서는 사업자를 찾기 전에 시민과 먼저 머리를 맞댄 사례가 있다.
민간투자 관광시설 사업이 처음부터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관광·휴양시설 민간투자사업 관련 연구에서도 민간사업자가 공모에 참여하지 않거나 사업조건을 변경해 다시 공모하는 사례가 있다.
2013년 추진한 부산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동해남부선 폐선 터 재개발) 사업도 처음부터 순조롭게 민간사업자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민간의 사업 위험과 공공성, 개발과 보존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다. 해운대구와 부산시 등 주무관청은 공모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관광·휴양시실 민간투자사업의 현황 쟁점 분석 연구’에서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는 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해 사업의 방향과 조건을 함께 논의했다”며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은 줄이고, 수익시설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시설을 어떻게 묶을지 사업구조를 다시 짰다”고 설명했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는 2020년 개장해 국내 대표 관광시설로 자리 잡았다.
한편 2013년 착공한 마산로봇랜드는 2019년 놀이공원과 연구개발센터 등 1단계 사업만 마무리한 채 멈춰 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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