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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AI는 거들 뿐"…K-감각으로 빚는 브랜드 가치[에이버튼 김대훤②]

스타트업의 현실은 냉정하다. 대형사에는 축적된 기술과 경험과 인력이 있다. 에이버튼은 그것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쌓아야 한다. 대신 빠른 의사결정과 구성원 간 생각의 동기화는 강점이다. 개인의 권한이 크기...

"AI는 거들 뿐"…K-감각으로 빚는 브랜드 가치[에이버튼 김대훤②]

에이버튼 김대훤 대표/사진 제공=컴투스

약 200명 규모로 성장한 신생 개발사가 MMORPG와 FPS 로그라이트와 소울라이크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면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김대훤 에이버튼 대표에게 이는 '에이버튼'이라는 브랜드 만드는 과정이다. 넥슨 18년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AI를 대하는 원칙, 한국 게임 산업에 대한 그의 시각은 하나의 철학으로 연결된다. 에이버튼은 가장 어려운 장르로 기술력을 증명하고 이후 개성 있는 프로젝트로 브랜드를 넓히고자 한다.

기초부터 다시 쌓아 올린 브랜드

김 대표가 넥슨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하나의 서비스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용자들이 기대하는 품질과 재미의 크기를 파악하고 상황과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니즈에 맞춰 완성도를 높여가는 감각이다. 수많은 게임을 출시하며 쌓은 라이브 서비스의 경험이 그 바탕이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민트로켓 프로젝트를 통해 더 또렷해졌다. 게임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이용자들은 '누가 어떤 철학으로 만들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민트로켓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에이버튼이 만들었으니 일단 한 번 해봐야지라는 기대를 안고 오시면 그에 부응하는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보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현실은 냉정하다. 대형사에는 축적된 기술과 경험과 인력이 있다. 에이버튼은 그것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쌓아야 한다. 대신 빠른 의사결정과 구성원 간 생각의 동기화는 강점이다. 개인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스스로 욕심을 내고 주도적으로 일하게 되는 것도 이 조직의 동력이다.

제우스 외에 두 개의 프로젝트가 더 있다. 하나는 FPS 로그라이트다. 정통 PvP FPS의 경쟁 피로도를 탈피하고자 장르와 로그라이트를 결합한 방식으로 '하데스'나 '뱀파이어 서바이벌' 같은 성공 사례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 대표는 "FPS 로그라이트계의 하데스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로 상당히 진척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소울라이크다. 방대한 오픈 월드와 퀘스트를 더해 초대형 RPG로 진화하는 최근 추세와는 반대 방향이다. 김 대표는 "저희는 오히려 백 투 베이직을 지향한다"며 "작지만 매운맛의 소울라이크를 한창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버튼 김대훤 대표/사진 제공=컴투스

AI로 반복을 줄이고 사람이 완성한다

에이버튼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정보 수집과 자료 정리와 단순 반복 작업을 줄여 개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프로그래머의 생산성이 2배 가까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선을 긋는 지점은 분명하다. 게임은 기능적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라는 인식이다. 김 대표는 "이용자분들은 작품에 창작자의 땀과 정성과 섬세함이 담겨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에 AI의 흔적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신다"며 "효율을 높이는 데는 AI를 쓰지만 핵심적인 재미나 이용자들에게 닿는 최종 퀄리티 영역은 반드시 사람의 손과 치열한 고민을 거쳐 완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칙은 중소·중견 게임사 전반에도 유효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과거에는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기본 작업 자체에 막대한 비용과 노동력이 소모됐다. 지금은 AI가 그 부담을 낮춰줬다.

김 대표는 "중소·중견 개발사들은 대기업의 물량 경쟁을 따라가려 하기보다 절감된 자원을 본인들만의 독특한 색깔과 차별화된 핵심 재미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AI를 지렛대 삼아 고유의 개성을 날카롭게 다듬어낸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제우스: 오만의 신’ 테살리아성 스크린샷/사진 제공=컴투스

K-감각에서 찾은 돌파구

한국 게임 산업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개발 기간과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반면 성공 확률과 리턴은 줄어드는 흐름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위기가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항상 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 혁신이 일어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의 발전이 고비용 구조를 깨는 핵심 돌파구가 될 것으로 봤다. 동시에 K콘텐츠 특유의 감각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오징어 게임과 K웹툰처럼 한국이 잘하고 익숙한 서사와 감각을 자신 있게 내놓았을 때 전 세계가 반응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서구권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억지로 흉내 내기 바빴다면 이제는 우리가 가장 잘하고 익숙한 서사와 감각을 자신 있게 내놓았을 때 전 세계가 열광한다"며 "우리 고유의 감각과 강점을 믿고 완성도 있게 벼려낸다면 지금의 한계를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확신 아래 에이버튼의 초심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시작할 때 가졌던 원대한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저희는 그 초심을 지켜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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