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T 데이터센터 ‘용산시대’ 개막, MWC25에서 선보인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전시 부스,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 내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사진 = 각 사 종합)
| 이코노미사이언스 정연재 기자 |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반도체 성능과 모델 경쟁이 중심이던 흐름이 최근 들어 전력과 전력망, 냉각 등 물리적 인프라 문제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대규모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가 기존 산업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면서, 기술 경쟁의 병목이 ‘칩’에서 ‘전기’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향후 수년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고성능 GPU 기반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동일 공간에서도 전력 밀도가 크게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역시 데이터센터 전력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전력 시스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수요 증가를 넘어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서버 확보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확보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전 기반 전력 구매 계약(PPA)을 통해 장기 전력 확보에 나섰고, 아마존 역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발전 설비를 직접 연결하는 형태까지 등장하면서, 전력 확보 자체가 기술 경쟁의 일부로 편입되는 흐름이다.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GE Vernova는 가스터빈과 전력망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으며, Bloom Energy는 연료전지 기반 분산전원을 데이터센터 전력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력 생산뿐 아니라 송배전, 변환, 저장까지 포함한 전력 시스템 전반이 새로운 산업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데이터센터 (사진 = 각 사 종합)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기존 전망을 상회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 데이터센터 집중은 전력망 부담과 입지 문제를 동시에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의 대응은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 개선, 전력 인프라 확충이라는 세 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KT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AI 기반 운영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해 전력 사용량 관리에 나서고 있으며, SK텔레콤은 글로벌 장비 기업들과 협력해 고밀도 AI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단순 인프라가 아닌 핵심 사업 축으로 재정의하는 흐름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효율 중심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세종 데이터센터 ‘각 세종(GAK Sejong)’을 통해 재생에너지 활용과 서버 배치·냉각 설계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안산 데이터센터에서 저전력 구조와 고효율 냉각 기술을 적용해 전력사용효율(PUE)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같은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초고압 변압기 (사진 = HD현대일렉트릭)
전력·설비 기업들은 공급 측면에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배전기기 수요 증가를 주요 성장 요인으로 제시했고, LS ELECTRIC은 전력 인프라와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 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하에 대응하기 위해 직류 기반 배전(MVDC) 기술 도입을 검토하며 전력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 (사진 = LS ELECTRIC)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에너지·전력 시스템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밀도가 매우 높아 발전량보다 송전·배전과 입지 문제가 더 큰 병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력 확보 전략이 곧 AI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산업 분석가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중심이던 AI 경쟁이 전력, 냉각, 부지까지 포함한 물리적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AI 산업은 디지털 영역을 넘어 물리적 기반 위에서 다시 정의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전력 부족 여부가 아니다. 전력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에 있다.
AI 경쟁의 다음 단계는 서버실 내부를 넘어선다. 전기를 생산하고 전달하며 유지하는 인프라 전반이 기술 경쟁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아주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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