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국내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인공지능(AI) 결제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관련 법과 제도가 여전히 미비해 실제 상용화까지는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권과 빅테크 기업들은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결제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결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으로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결제 표준 논의에 참여하거나 기술 검증(PoC)을 진행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제도 미비로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가 아직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실제 카카오 등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으로 논의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 공백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디지털자산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결제 기준을 포함할 것으로 기대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지, 이용자 보호 기준은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 핵심 사항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경우 자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통화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등 신뢰 기반의 디지털 화폐 체계를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도 최근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에 비은행이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정비가 늦어질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실험과 서비스 도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단계적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상용화 초기에는 규제 준수 역량이 검증된 은행 중심으로 활용을 허용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 수준이지만 법적 기준이 없어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렵다"며 "스테이블코인은 AI 결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지만,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은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