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
부처 합의 끝냈지만 발의 시점 불투명
‘금산분리’ 성역 건드리기 부담…민주당 딜레마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4개월째 발의조차 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합의가 마무리됐음에도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정체성 훼손 우려 등 정치적 부담에 가로막혀 법안 초안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 발의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 차원에서는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기류가 싸늘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는 합의를 끝냈다”며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지만 정확한 법안 발의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한해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리스사를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열리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공식화했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들며 난색을 보였다. 특례 적용 대상을 ‘비수도권 투자 확대 기업’으로 한정하고, 공정위의 사전 심사와 승인을 의무화하는 안전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직접 드라이브를 건 만큼 논의 두 달여 만에 부처 간 중지가 모였다.
하지만 발의되기도 전에 진전이 멈췄다. 진보 진영의 성역으로 여겨온 금산분리 규제를 민주당이 직접 풀어준다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민주당 강령에는 ‘금산분리 원칙을 견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당이 실용과 정체성 사이 딜레마에 맞닥뜨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여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규제 완화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업들이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어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건데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금산분리는 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는 특정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생기지 않게끔 나름의 장치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개정안의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있다. 법안을 소관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기업들이 자금 조달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며 “반도체 경기 문제 때문에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난해 12월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개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산업계는 정부안대로라면 적은 자본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게 돼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 균형 성장 등 여러 구조적 과제가 엮인 사안이라 (개정안 통과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산업계에 희망 고문만 한 채 개정안 추진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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