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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영화가 8부작으로…극장 흥행작 다시 꺼내는 OTT[SS연예프리즘]

23년 전 극장가를 달궜던 ‘스캔들’이 오는 18일 다시 돌아온다. 총 8부작이다. ‘스캔들’은 손예진이 조씨부인, 지창욱이 조원, 나나가 희연을 맡아 위험한 사랑 내기로 얽힌다.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2시간 남짓했던 영화가 8부작 시리즈가 됐다.

23년 전 극장가를 달궜던 ‘스캔들’이 오는 18일 다시 돌아온다. 총 8부작이다. ‘스캔들’은 손예진이 조씨부인, 지창욱이 조원, 나나가 희연을 맡아 위험한 사랑 내기로 얽힌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는 이미숙과 배용준, 전도연이 같은 축의 인물들을 연기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약 352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했다. 23년이 지나 같은 인물과 설정이 OTT 시리즈라는 전혀 다른 그릇에 담긴다.

새롭게 탄생하는 ‘스캔들’은 옛 영화를 그대로 길게 늘인 작품은 아니다. 같은 이야기의 뿌리에서 출발하되 2026년의 시선으로 인물을 다시 쓰고, 영화에서는 미처 펼치지 못했던 관계와 욕망을 장편 서사 안에 집어넣었다.

최근 OTT와 방송가에서 오래된 영화 IP를 다시 꺼내는 방식도 이와 닮았다. 과거 흥행작의 제목과 핵심 설정은 가져오되 등장인물과 시대 감각, 이야기의 중심축은 과감하게 손본다. 한때 스크린에서 끝났던 이야기가 8부작, 12부작으로 몸집을 키우며 두 번째 생명을 얻고 있다.

올해 방송된 ‘오싹한 연애’도 15년 전 영화를 다시 불러냈다. 2011년 손예진·이민기 주연 영화에서 출발한 작품은 2026년 12부작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귀신을 보는 여성’이라는 핵심 아이디어는 유지했지만 로맨스와 성장, 힐링 요소를 강화하고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대거 추가했다. 영화의 이야기를 12시간 가까이 단순 확대하지 않고 핵심 콘셉트만 남겨 사실상 새 작품으로 다시 설계한 것이다.

성과도 뒤따랐다. 10회 방송 당시 최고 시청률 8.3%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글로벌 톱10에 4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웹툰과 팝업스토어까지 연결하면서 하나의 영화 IP가 여러 매체로 뻗어나가는 방식도 보여줬다.

영화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이 시리즈에서 재평가되기도 한다. 지난해 공개된 ‘조각도시’는 2017년 영화 ‘조작된 도시’의 핵심 세계관을 시리즈로 확장했다. 영화의 각본과 기획에 참여했던 오상호 작가가 다시 극본을 맡았지만 캐릭터와 사건을 새롭게 구성했다. 총 12부작으로 늘어난 만큼 원작보다 많은 인물과 복수 서사를 추가했다.

영화 ‘조작된 도시’는 약 250만 관객을 모았지만 당시 알려진 약 300만명의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조각도시’는 공개 후 국내 플랫폼 순위 1위에 올랐고 글로벌 TV쇼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극장에서 완전히 폭발하지 못했던 소재가 OTT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다.

‘수상한 그녀’는 성공한 영화를 다시 만드는 경우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2014년 영화는 865만 관객을 모았다. 70대 여성이 어느 날 20대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강력한 설정을 앞세운 작품이다. 2024년 12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이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신 가족의 구조부터 바꿨다. 영화가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중심에 뒀다면 드라마는 딸과 사위, 손녀를 배치했다. 시대에 맞춰 인물의 관계를 여성 3대의 이야기로 넓혔고, 젊어진 주인공의 가수 도전 역시 현대적인 아이돌 데뷔 시스템과 결합했다.

이 흐름의 공통점은 ‘성공한 영화를 다시 찍는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영화에서 가장 강력했던 한두 개의 아이디어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시 쓰는 데 가깝다. ‘오싹한 연애’에서는 초능력 로맨스, ‘수상한 그녀’에서는 젊음을 되찾은 노인, ‘조각도시’에서는 누명을 쓰고 인생을 빼앗긴 남자라는 중심 설정이 살아남았다.

OTT 입장에서는 장점이 뚜렷하다. 수많은 신작이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미 익숙한 제목은 시청자의 클릭을 유도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세계관을 설명해야 하는 신작보다 진입 장벽도 낮다.

결국 영화 IP의 가치는 과거 관객 수에만 있지 않다. 몇 년, 몇십 년이 흘러도 다른 형태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서사의 씨앗’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2015년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내부자들’은 현재 공식 프리퀄 영화 ‘내부자들: 악인들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하정우가 이강희, 안보현이 젊은 안상구, 박해준이 장필우를 맡는다. 원작보다 약 30년 전인 198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 언론·자본·정치 권력의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OTT가 오래된 영화를 다시 꺼내는 것은 과거의 흥행을 그대로 복제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미 한번 완결된 이야기에서 지금 시대에도 살아남을 부분을 골라내고 더 큰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극장에서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갔다고 IP까지 끝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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