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승우 학생기자 = 가을 공원에서 빗자루가 지나간 자리는 말끔하다. 바닥을 덮었던 잎이 사라지고 길의 윤곽도 또렷해진다. 사람에게는 잘 정돈된 풍경이다. 그런데 그 잎 아래를 생활 터전으로 삼는 작은 생물에게도 같은 모습일까. 낙엽을 치우는 일이 누군가의 겨울나기 장소를 없애는 일이 될 수 있다면, 가을 청소의 기준도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낙엽은 나무에서 떨어졌지만 생태계에서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작은 동물이 몸을 숨기는 공간이 되고, 분해되는 동안 다른 생물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10월의 생물다양성을 살피려면 단풍 든 나무 위뿐 아니라 그 아래에 쌓이기 시작한 잎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낙엽 한 장 아래에도 생활 공간이 있다
숲 바닥을 덮는 낙엽과 작은 가지는 흙 위에 하나의 층을 이룬다. 그 안에는 잎을 먹는 동물, 미생물, 다른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생물이 함께 살아간다.
산림청의 산림교육 자료는 지렁이와 노래기, 쥐며느리 등을 낙엽의 분해에 관여하는 토양동물로 소개한다. 겉으로는 멈춰 있는 갈색 잎더미도 생물들의 활동이 이어지는 공간인 셈이다.
낙엽층은 흙을 덮어 수분이 유지되는 데 도움을 주며, 그 안이나 아래에 머무는 작은 생물에게 추위를 피할 덮개가 된다. 물론 잎이 있는 곳마다 같은 생물이 사는 것은 아니다. 주변 식생과 흙의 상태, 지역에 따라 이용하는 생물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낙엽이 단순히 바닥에 흩어진 물건이 아니라 서식지의 일부라는 점이다.
땅 위에 떨어진 잎. 낙엽은 작은 생물의 생활 공간을 이루는 재료가 된다. /사진=환경일보DB
여름에 보이던 곤충은 모두 사라진 걸까
날씨가 추워져 곤충이 눈에 덜 띈다고 해서 모두 죽거나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은 아니다. 종에 따라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 등 서로 다른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
그중에는 낙엽이나 흙, 마른 줄기와 죽은 나무의 틈을 이용하는 종류가 있다. 겨울에는 여름과 다른 모습으로, 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미국의 무척추동물 보전단체인 제르세스협회는 2026년 9월 17일 공개한 안내에서 낙엽을 남기는 가을 관리를 제안했다. 낙엽과 식물 잔재를 한꺼번에 없애면 앞으로 이용할 은신처뿐 아니라 이미 그곳에 자리 잡은 알이나 애벌레 등도 함께 제거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자료는 북미의 사례를 다루므로 소개된 종을 우리 동네에서 그대로 찾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작은 생물의 겨울 서식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관리 원칙을 보여준다.
버려진 잎이 다시 나무의 양분이 되기까지
낙엽의 또 다른 역할은 물질순환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토양동물이 잎을 먹고 잘게 부수며, 균류와 세균 같은 미생물도 유기물을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낙엽에 들어 있던 양분의 일부가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돌아간다. 나무에서 떨어진 잎이 다시 식물의 성장에 쓰이는 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때 낙엽이 그대로 흙으로 바뀐다고만 이해하면 중요한 과정을 놓치게 된다. 흙은 광물 입자와 유기물, 물과 공기, 생물이 어우러진 환경이다. 낙엽을 먹고 분해하는 활동은 그 가운데 유기물을 변화시키고 양분이 다시 이용되도록 돕는다. 지난 9월호에서 살펴본 균류의 분해 활동 역시 이 과정과 맞닿아 있다
숲 바닥의 낙엽 사이로 보이는 흰 균사. 낙엽층에는 균류와 여러 작은 생물이 함께 존재한다. /사진=환경일보DB
작은 생물을 남기는 일은 새의 먹이터와도 이어진다
낙엽의 가치는 그 안에서 겨울을 나는 곤충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낙엽층에서 살아가는 무척추동물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수목원은 낙엽과 썩어 가는 식물체가 여러 작은 동물의 생활 공간이며, 땅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이 관계를 생각하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왜 한 종류의 생물만 돌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꽃이 피는 계절에 나비와 벌을 반기는 것만큼, 꽃이 진 뒤 이들이 살아갈 장소를 살피는 일도 필요하다.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은 계절이 바뀌어도 이어져야 한다. 가을의 낙엽 관리는 그 연결을 생활 속에서 고민해 볼 기회다.
잘게 부수는 청소와 서식처를 남기는 관리는 다르다
낙엽을 잘게 부수어 토양에 돌려주는 방법과 잎을 온전하게 남겨 작은 생물의 은신처를 보전하는 방법은 목적이 다르다.
제르세스협회는 월동 서식처를 남기려는 경우 낙엽을 기계로 파쇄하지 말 것을 권한다. 잎 사이에 있는 알이나 애벌레, 고치가 함께 손상될 수 있고, 잘게 부서진 잎은 원래의 덮개와 같은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야생동물연맹도 낙엽을 화단의 덮개로 활용하거나 한쪽에 모아 자연스럽게 분해되도록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단체가 10월에 진행하는 ‘낙엽 남기기’ 캠페인은 청소를 무조건 중단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같은 잎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하는 활동이다.
떨어진 솔잎 등이 바닥을 덮고 있는 모습. 낙엽은 식물 주변의 흙을 덮는 자연 재료로도 이용된다. /사진=환경일보DB
통행로는 비우고 화단에는 남기는 가을 청소
그렇다면 학교와 공원의 낙엽을 전부 그대로 두어야 할까. 장소의 용도를 나누어 생각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데이비스 수목원은 낙엽을 남기더라도 자주 이용하는 보행로를 확보하고, 빗물 배수구가 막히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작은 초본식물을 낙엽으로 지나치게 덮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시설 관리자와 상의해 통행에 방해가 없는 화단 한쪽을 정하고, 그곳의 낙엽을 일부 남기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잔디를 유지해야 하는 곳에 두꺼운 잎더미를 무작정 쌓기보다 관리 목적에 맞는 구역을 고르는 것이다.
‘겨울을 나는 작은 생물을 위해 낙엽을 남긴 곳’이라는 안내를 함께 두면 방치한 장소로 오해받는 일도 줄일 수 있다.
관찰할 때에도 잎더미 전체를 뒤집어 생물을 찾아내는 데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같은 장소를 사진으로 기록하며 낙엽의 색과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을 발견했는지뿐 아니라 어떤 환경을 남겨 두었는지 기록하는 활동도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내년 봄을 위해 가을에 남겨 둘 자리
낙엽을 조금 남긴다고 모든 생물이 돌아오거나 생태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생물에게도 계절을 건널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한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꽃과 나비의 계절은 관심 밖에 있던 마른 잎과 작은 틈새의 계절과 연결되어 있다.
이번 가을, 깨끗한 길을 만드는 일과 작은 생명의 자리를 남기는 일을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길은 정리하되, 그 옆 화단까지 모두 비워야 하는지는 한 번 더 물을 수 있다.
빗자루를 어디에서 멈출지 결정하는 일에도 생물다양성을 위한 선택이 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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