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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보 후퇴도 기꺼이" 의사·한의사 '의기투합' 22년 통합의학 과학화·표...

유 교수는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활용 방식"이라며 "AI는 통합의학의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다시 환자를 언급했다. 그는 "진료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연구로...

"1보 후퇴도 기꺼이" 의사·한의사 '의기투합' 22년 통합의학 과학화·표...

[인터뷰] 유화승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

대전대 한의대 교수로 한의 과학화에 집중

환자 위해 '1보 후퇴'하며 통합 기반 다져

의사와 한의사 등 환자 치료 위한 연계 역할

"SCI 10편, 한국형 통합 치료 모델 만들겠다"

유화승 대전대 한의대 교수는 올해 2월 제3대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암 환자를 위해 의사와 한의사는 물론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연계 플랫폼 마련과 통합암치료 표준화에 주력하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올해 2월, 대한통합암학회의 세 번째 이사장이 선임됐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유화승 교수다. 초대 이사장이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한의사인 복수면허 의료인이었고, 2대 이사장이 부산대 의대 출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한의학 전공자가 이사장에 오른 것은 학회 창립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유화승 교수는 이를 "자연스러운 컨센서스"라고 표현했다. 환자를 위해 의과와 한의과가 균형 있게 학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쌓여온 결과라는 것이다.

대전대학교 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연구실에서 유화승 교수를 만났다. 1991년 개설된 이 센터는 그의 연구 인생 전부가 담긴 공간이다. 그는 "통합암치료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인 흐름"이라며 "이제는 한국형 모델로 세계와 경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동서암센터는 단순한 연구 공간이 아니라, 한의학의 과학화를 실험하고 입증해 온 '현장' 그 자체다.

◇ 의사와 한의사가 한 무대에 서기까지

대한통합암학회의 공식 출범은 2015년이지만, 그 씨앗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뉴욕에서 열린 국제통합암학회(SIO) 학술대회에서 유 교수는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대한신경외과학회 학회장을 역임한 최낙원 원장을 만나게 된다. 통합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최 원장이 대전대 한의대에 편입하면서 두 사람의 친분도 두터워졌다. 나이 차가 있었지만, 통합암학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큼은 같았다.

두 사람은 중국의 통합의학에서 방향성을 공유하며 "한국에도 통합암학회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키워갔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결정적 계기는 2014년 12월, 최 원장의 전화였다. 당시 의료계 갈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였지만, 최 원장은 "외부 환경이 좋아질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역경을 돌파할 힘이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 제안에 공감하며 의기투합했고, 2015년 1월 학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초대 이사장은 최낙원 원장이 실무는 총무이사인 유 교수가 맡았다.

그러나 출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첫 춘계학술대회는 메르스 확산과 의료계 갈등이라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치러졌다. 결국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이 선택됐다. 통합을 지향하는 학회였지만, 첫 행사에서는 불가피하게 한의계를 전면에서 배제했다.

유 이사장은 "통합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감내해야 했던 결정이었다"며 "섭외했던 한의계 인사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학회의 존립을 가능하게 했다. 같은 해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전략을 바꿔 국제학술대회로 확장했고, 중국·미국·러시아 전문가를 초청하면서 통합의 정당성이 한층 단단해졌다.

이후 학회는 교과서 발간, 국제학술대회 개최, 공익 활동 등 요건을 충족시키며 2018년 보건복지부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암 분야에서 의과와 한의과가 함께하는 학술단체로는 국내 최초였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최낙원 성북성심병원 원장은 신경외과 전문의와 한의사 복수 면허를 가진 의료인으로 통합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진은 대한신경외과연구재단 첫 '자랑스런 신경외과 의사상' 수상 모습. 오른쪽이 최낙원 원장이다.[사진= 대한신경외과연구재단]

◇ SCI 논문으로 입증한 침 치료, 하버드도 인정

유 이사장의 개인적 여정은 학회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동서암센터에서 연구를 시작하며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스승인 조종관 교수는 실험 연구를 기반으로 임상 결과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한의 암 치료의 신뢰도를 높였고, 이는 1990년대 후반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 경험을 가진 동료 연구진이 합류하면서 연구의 방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유 이사장은 박사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에 들어섰고, 임상 증례를 SCI 논문으로 발표하며 한의학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2012년 MD앤더슨 암센터 연수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환경을 경험한 그는 귀국 후 대형 국가 연구 과제를 연이어 수주하며 연구를 확장했다. 한약 기반 항암 신약 개발, 유방암 환자 대상 침술 임상 연구, 다기관 임상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2019년에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약 40억 원 규모의 임상시험 연구를 수행했고, 국내 대형병원과의 협력으로 8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항암제 개발 임상시험을 최종 완료했다. 이 성과는 국제학회에서 발표되며 통합암치료의 근거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만이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통합암치료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버드 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현지 의사들이 환자에게 침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와 국제통합암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임상 지침에서도 침 치료는 주요 영역에서 높은 근거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한의학이 더 이상 '보완'이나 '대체'가 아닌, 과학적 근거를 갖춘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도 통합암치료의 필요성은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화하는 데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며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기반은 과학성이다. 의료계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한의학일 때 비로소 수용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 수레바퀴 암 치료법, 한의 치료의 표준화

유 이사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전인(全人) 치료'다. 동서암센터에서 개발된 '수레바퀴 암 치료법'은 신체적 치료에 더해 정신적·사회적·영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모델이다. 약물과 침 치료뿐 아니라 식이요법, 운동, 예술치료, 심리상담 등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며, 암 환자의 삶의 질까지 염두에 둔 치료법이다.

그는 "암 치료는 생존율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환자가 어떤 삶을 사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통합암치료는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이사장 취임과 함께 그는 학회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내건 5가지 전략 목표는 표준화, 인증, 다학제 플랫폼 구축, 세계화, 공공 책임이다.

그는 "표준화의 핵심은 임상 실무 지침 마련이다. 현재 국가 보건 포털에는 개별 한의 치료에 대한 지침은 있지만, 통합암치료 전체를 아우르는 지침은 아직 없다"며 "보건복지부 인증 학회로서 우리가 그 공백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증 사업도 본격화된다. 학회는 이미 통합종양학 교과서를 기반으로 '통합 인정의 과정'(22시간)과 '전문가 과정'(21시간)을 온라인으로 운영 중이며, 올해 2월 SIO가 발간한 새 교과서에 맞춰 교육 과정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다학제 플랫폼은 의료 인력을 환자 중심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그는 "환자를 가운데 놓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다학제다. 의사와 한의사만의 무대가 아니라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이 함께하는 환자 중심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세계화 전략은 쌍방향으로 구상된다. 중국은 중의학, 인도는 아유르베다를 내세우는 가운데, 한국만의 차별화된 통합암치료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향후 10년의 변화를 '데이터와 인공지능'에서 찾고 있다. 이미 축적된 한의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적용하면 새로운 치료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활용 방식"이라며 "AI는 통합의학의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다시 환자를 언급했다. 그는 "진료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연구로 이어지고, 연구 성과는 교육을 통해 확산되며 다시 임상으로 돌아온다. 이 순환의 중심에는 항상 환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최초의 근대 의료기관 '광혜원'을 언급하며 "의료의 혜택을 널리 펼친다는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유화승 이사장은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이자 동서암센터 소속으로,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 초대 병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미국으로 간 허준' '하버드로 간 허준'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국제통합암학회에서 유화승 교수가 한의치료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연구와 임상사례를 SCI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하며 한의과학화와 표준화에 앞장서고 있다.[사진= 유화승 교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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