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흑인 등 소수인종의 주택소유 확대를 지원해온 대형은행 웰스파고를 상대로 공정주택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한 인종 형평성 프로그램이 이번에는 ‘역차별’ 논란의 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미 주택도시개발부(HUD)는 7일 웰스파고의 흑인 주택소유 확대 프로그램이 공정주택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HUD는 찰스 샤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은행이 흑인 또는 소수인종 주택소유자를 우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조사 대상에는 웰스파고가 2017년 발표한 흑인 주택소유 확대 계획과 2022년 내놓은 재융자 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웰스파고는 2017년 2027년까지 흑인 주택소유자 25만 명을 늘리기 위해 6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대출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2022년에는 자사 모기지를 보유한 소수인종 주택소유자가 더 낮은 금리로 재융자할 수 있도록 1억5000만 달러(약 2006억 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HUD는 웰스파고가 인종을 기준으로 주택소유자를 분류하고, 서로 다른 대출 상품이나 조건을 제공했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스콧 터너 HUD 장관은 성명에서 “웰스파고가 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미국인을 인종에 따라 나누는 관행은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크레이그 트레이너 HUD 공정주택·평등기회 담당 차관보도 공정주택법은 인종차별을 금지한다며, 이를 ‘인종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밝혔다.
공정주택법은 주택 매매와 임대, 모기지 대출 등 주거 관련 거래에서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 종교, 성별, 가족상태,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HUD도 공식 설명에서 공정주택법이 주택 구입이나 모기지 대출 과정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DEI, 즉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전방위로 재검토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HUD는 지난달 CFPB(소비자금융보호국), DOJ(미 법무부), FDIC(연방예금보험공사), OCC(통화감독청), FHFA(연방주택금융청) 등과 함께 특별목적 신용프로그램 관련 2022년 공동성명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신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활용돼 왔다.
웰스파고의 소수인종 주택지원 프로그램은 과거의 비판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었다. 블룸버그는 2022년 웰스파고가 2020년 재융자 붐 당시 흑인 신청자의 절반을 거절했다고 보도했고, 이후 웰스파고는 소수인종 주택소유자의 재융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특별목적 신용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로이터도 이번 조사가 웰스파고의 흑인 주택소유 확대 노력이 공정대출법 위반인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웰스파고와 HUD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웰스파고가 관련 인종 형평성 자료 일부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안은 미국 기업의 인종 형평성 프로그램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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