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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화장실 인심도 국가 경쟁력이다

비교적 화장실 인심이 좋은 우리나라도 요즘 카페를 중심으로 화장실 인심이 야박해지는 모양이다. 화장실을 그냥 쓰려면 5,000원을 요구하거나 일단 주문 먼저 하면 그제야 화장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형식이다. 화장실 비번을 잘 보이게 써 놓은 곳도 있지만, 요즘은 그것도 없어졌다.

화장실 인심도 국가 경쟁력이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비교적 화장실 인심이 좋은 우리나라도 요즘 카페를 중심으로 화장실 인심이 야박해지는 모양이다. 화장실을 그냥 쓰려면 5,000원을 요구하거나 일단 주문 먼저 하면 그제야 화장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형식이다. 화장실 비번을 잘 보이게 써 놓은 곳도 있지만, 요즘은 그것도 없어졌다. 돈을 내면 영수증 뒷면에 화장실 비번을 찍어 준단다. 5,000원은 너무 비싸다는 비난이 일자, 2,000원을 받는다는 뉴스도 있었다.

문제는 일부 몰지각한 사용자가 물티슈를 써서 변기가 막히게 한다든지, 너무 지저분하게 뒤처리해 놓고 나오는 점이다. 화장실을 개방하면 지자체에서 휴지, 비누, 봉투를 지원해 주는 곳도 있지만 변기가 막히는 사고가 터지면 그까짓 지원 보다는 후회가 앞설 것이다.

남한산성에 가면 주차장 인근 큰 베이커리 카페가 있는데 지인을 통해 그 집 사장과 인사한 적이 있다.

하산하다가 중앙주차장 화장실은 복잡할 거 같아 그 집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보려 했더니 카운터의 그 집 딸이 거부했다. 아버지 친구라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 아버지 이름을 대보라고 했다. 명함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서 이름을 알 턱이 없었다. 그다음부터는 인사받은 그 사람과도 인연을 끊었다. 사장을 소개해 준 사람에게 그 사람 딸자식 교육부터 다시 하라고 쓴소리했다.

유명 백화점에 갔을 때 에스컬레이터 옆에 안내 데스크가 있었다. 화장실 위치를 물으니, 시선은 휴대전화에 가 있으면서 턱으로 한쪽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쪽으로 갔다가 못 찾아 다시 와서 도대체 어디인지 못 찾겠다고 항의했다. 그제야 자세히 알려줬는데 화장실 표지판이 거의 안 보이게 작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민원을 제기했더니 표지판이 잘 보이게 개선된 적이 있다.

화장실 사용은 사람의 존엄과 관계되는 일이다. 똥오줌을 못 가리면 그야말로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 그런데 대소변은 생리현상이니 무조건 참으라고 할 일도 아니다.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화장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부분 유료 화장실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큰 마트에서도 화장실은 안 보인다. 화장실은 보통 1회 사용에 1유로를 받는데 그 때문에 동전을 필수적으로 미리 확보해야 한다. 1유로 때문에 신용카드를 쓰는 일도 있다.

동유럽 갔을 때 가이드가 가는 곳마다 스타벅스 등 유명 카페 화장실 비번을 외웠다가 알려줘서 아주 유용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감탄하고 칭찬하고 가는 것이 화장실 문화다. 깨끗하고 무료이며 어딜 가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지가 상비된 것도 칭찬한다. 관광 한국을 더 키우려면 화장실 문화를 잘 키워야 한다.

나이가 들면 대소변 관리가 문제다. 참는 것도 어렵고 언제 갑자기 화장실 가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빈도도 잦다. 개방 화장실이 보이면 일단 들러서 빼고 가는 것이 요령이다. 심지어 비행기 타면 잠시 기체가 흔들려 화장실을 못 쓰게 하거나 화장실이 꽉 차 있어도 당황스러워한단다. 평소에도 자주 다니는 길목은 곳곳에 개방화장실 있는 위치를 알아둔다. 전철역, 주유소, 병원, 공원 등은 개방 화장실이지만, 그 외에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노인들은 화장실이 보이면 일단 신세를 지는 것이 좋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예 핵 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가 최근 세탁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나, 화장실 막힘 현상으로 결국 이번 이란 전쟁에서 한동안 물러나 있었다. 4,500명이나 타는데 화장실 문제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만큼 중요하다.

미국의 최첨단 달 탐사 우주선에서도 화장실이 고장 나서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무중력 상태라서 고장 나면 배설물이 마구 떠다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치기는 했다지만, 못 고쳤더라면 소기의 목적은커녕, 배설물 처리하다가 볼 일 다 볼 뻔했다. 엘리베이터만 한 공간에 4명이 열흘씩이나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커튼을 친다지만, 화장실을 별도로 못 만드는 것도 고민거리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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