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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혼자 여유롭게 봐도 좋은 ‘한편’… 가족과 함께면 더 즐겁다

명절이라고 꼭 특별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니다. 좋은 사람과 밥 한 끼 나누고, 늦잠도 자고, 영화 한 편 보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연휴를 잘 보낼 수 있다. 긴 연휴만큼이나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을 찾아온다. 가족과 함께 웃어도 좋고, 혼자 조용히 울어도 좋다.

[웃음풍년 추석] 경인일보 기자가 추천하는 영화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제미나이AI이미지 재가공

명절이라고 꼭 특별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니다. 좋은 사람과 밥 한 끼 나누고, 늦잠도 자고, 영화 한 편 보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연휴를 잘 보낼 수 있다. 긴 연휴만큼이나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을 찾아온다. 가족과 함께 웃어도 좋고, 혼자 조용히 울어도 좋다. 올 추석,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스크린 속 이야기에 마음을 맡겨보자. 경인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세 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 [황성규 기자의 pick] ‘가능한 사랑’

너무 익숙해서 놓치고 있는 ‘사랑’ 조명

사람과 삶, 그 안에 숨어있는 감정 전달

영화 ‘가능한 사랑’의 스틸컷. /㈜NEW 제공

추석.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뒀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일까.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이 같은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관객을 찾아온 이창동 감독은 이번에도 사람과 삶,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감정을 들여다본다. 영화는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남편 상우(조인성), 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놓치고 있던 ‘사랑’을 바라본다.

사랑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해와 배려, 실망과 오해, 때론 상처도 뒤따른다. 영화는 그런 감정을 애써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이 영화는 완벽한 사랑보다는 지금의 우리에게 가능한 사랑,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서로가 조금씩 노력해서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랑을 말한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스틸컷. /㈜NEW 제공

설경구,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이라는 네 배우의 만남도 기대감을 높인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네 사람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 속 인물이 낯선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지만 정작 그 사랑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영화는 묻는다. 우리에게 가능한 사랑은 무엇이며,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 [구민주 기자의 pick] ‘아버지의 집밥’

음식 못하는 요리백지증 걸린 아내 대신

처음 부엌 들어선 아버지와 가족의 감동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의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평생 부엌 근처에 가본 적 없었던 아버지 하응은 삼시세끼 집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하응은 아내가 차려주는 밥이 너무나도 당연했고, 그의 아내 순애 역시 익숙한 듯 매일 가족의 밥상을 책임져 왔다. 그러던 어느날 순애는 요리를 하지 못하는 ‘요리백지증’에 걸리고 만다. 아내를 대신해 생애 처음으로 부엌에 들어선 하응이 밥상을 차리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족들의 일상과 관계는 뒤집힌다.

‘아버지의 집밥’은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자산어보’, ‘동주’, ‘왕의 남자’ 등 특유의 깊이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이준익 감독의 첫 숏드라마이자 세로형 시네마이기도 하다.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 작품은 회당 2분 안팎의 61부작 숏드라마를 이어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 냈다. 146분 간 영화는 스크린 양쪽이 비어 있는 채 세로형 화면 그대로 상영돼 눈길을 끈다. 지난 17일부터 숏폼 플랫폼인 레진스낵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이준익 감독은 하응 역할의 정진영 배우와 순애 역할의 이정은 배우의 연기는 가로·세로 프레임과 상관이 없었다면서도, 익숙한 영화적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그 차이를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작품은 세로 프레임을 쓴 만큼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 일상의 순간을 가까이 포착하면서 배우들의 호흡을 좀 더 밀도있게 담아냈다. 대사보다는 눈빛과 반응, 순간의 표정 변화 등을 세밀하게 포착해낸 이준익 감독은 세로 그림의 인물화와 초상화에 빗대어 “한 인간의 내면을 아주 깊숙이 엿보는 듯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숏드라마지만 전체적인 서사에서도 모난 구석 없이 탄탄함을 이어간다.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 만들어 낸 한 끼의 식사처럼 편안하고 따듯한 ‘아버지의 집밥’은 켜켜이 쌓여진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서 길어 올려진 깊고 그윽한 맛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 [이영선 기자의 pick] ‘암살자(들)’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풀리지 않는 의문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전부인지 질문

영화 ‘암살자(들)’의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1974년 8월 15일,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광복절 경축식. 박정희 대통령이 기념사를 읽던 순간 총성이 울렸다. 6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은 4발.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형사 철구, 사건의 이면을 쫓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그날의 혼란을 목격한 신입기자 영일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에서 출발한다.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쓰러졌고 용의자 문세광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사건은 국가적 비극으로 기록됐지만 그날의 총성에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다. 영화는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두 발의 탄환을 따라 역사의 빈틈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 나간다.

영화 ‘암살자(들)’의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으로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내며 멜로의 대가로 불린 허진호 감독이 이번에는 미스터리 추리극에 도전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부터 10년간 다큐멘터리와 책, 논문, 해외 자료까지 찾으며 완성했다. 허 감독은 사건을 재현하기보다 기록과 기록 사이에 남은 의문을 파고든다. 엄숙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한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역사를 다룬 영화에는 피할 수 없는 ‘스포일러’가 있다. 관객들은 이미 그날 누가 총을 쐈고 어떤 비극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 ‘암살자(들)’은 그래서 ‘누가 범인인가’를 묻는 대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과연 그날의 전부인지를 되묻는다.

제목에 ‘들’이 붙은 것도 눈길을 끈다. 허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면 왜 ‘들’이 붙었는지, 제목을 어떻게 읽는지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암살자(들)은 역사가 기록한 결말을 뒤집으려 하기보다 남겨진 빈틈을 쫓는다. 이미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허 감독이 10년간 품어온 질문이 스크린으로 찾아온다.

/황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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