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따른 물류경로 재편 분석
자폭 드론 등 비대칭 공격 확산에 취약성 확대
인도-중동-유럽 육·해상 복합 물류망 IMEC
다자 협력형이라 "한국 기업 참여 여지"
이달 1일 서울 영등포구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 열린 '이란 전쟁의 진실과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관한 토론회' 중 호르무즈해협 지도가 화면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의 핵심 해상 요충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자 기존 해상 물류경로가 '구조적 취약점'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단기적 공급망 대응을 넘어 대체 물류망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이후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은 하루 평균 135척에서 4척으로 급감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원유의 27%, 액화천연가스(LNG)의 22%가 지나는 에너지 수급의 '초크 포인트'(choke point·병목 지점)로 꼽힌다.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봉쇄가 아닌 반복되는 구조적 위험으로 진단했다. 저비용 비대칭 무기의 확산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가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며 핵심 물류망을 교란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서다. 자폭 드론 가격은 수십만~수백만 달러인데, 요격하는 미사일은 수백만~수천만 달러라 공격과 방어 간 비용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로 인해 국가 간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손쉽게 해상 초크 포인트를 반복적으로 마비시키는 게 가능해졌다.
특히 중동은 한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인접한 물류경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호르무즈해협에 바브엘만데브해협(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과 수에즈운하까지 3대 초크 포인트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노드스트림 폭발, 2023년 홍해 공격, 최근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초크 포인트에 대한 타격이 글로벌 물류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입증했다.
이달 3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런 변화 속에서 연구원은 신물류망으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제시했다. IMEC은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육상 복합 물류망으로,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우회해 리스크를 분산한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와 달리 다자 협력형 구조라 국내 건설·제조·물류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와 달리 일대일로 사업은 전체 프로젝트의 약 89%를 중국 기업이 수주했고 제3국 기업 참여는 3.4%에 그쳤다.
다만 연구원은 IMEC이 기존 에너지 공급 경로의 완전한 대체제가 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모든 육상 파이프라인 노선을 합산했을 때 수송량(약 470만 배럴)이 호르무즈해협 물동량(2,090만 배럴)의 4분의 1에 불과해서다. 또한 팔레스타인 분쟁 지속으로 IMEC 중 이스라엘 경유 구간의 안정성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리스크다. 그럼에도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 하나의 대안이자, 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화물의 신속한 운송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단기적 공급망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물류경로 재편에 대응하는 중장기 전략 수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IMEC 등 신물류망 동향을 주시하며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레거시 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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