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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장칼럼] 명분없는 파업에 ‘공든 탑’ 무너진다

글로벌 메모리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전 세계가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양사 모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급 안정화를 위해 다각도의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업노조...

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코로나19 이후, 2021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당시 외신을 매일 같이 들여다 본 때가 있었다.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에 현대자동차·기아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공장들은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을 반복했다.주요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한파(미국), 지진(일본), 전염병(필리핀) 등의 악재가 발생할 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천재지변’이라는 점에서 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었다.그런데 지금 인공지능(AI) 전환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전 세계가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양사 모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급 안정화를 위해 다각도의 전략을 추진 중이다.이런 상황에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공동교섭본부는 18일 쟁의 찬반투표서 93.1%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내걸고 오는 5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했다.공동투쟁본부는 총 파업 시 회사에 10조원 안팎의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를 노조의 ‘승리 공식’처럼 홍보하고 있다. 노조는 3만명 이상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파업 미참여자’ 등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까지 내걸었다. 공장 가동을 멈춰 회사에 직접적인 손실을 입히겠다는 엄포다. 이들의 파업으로 인한 셧다운은 천재지변으로 보기 어렵다. 파업 명분을 납득하기 어렵다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노조 탓’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사측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와 ‘영업이익의 10%’ 중 직원이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을 제시했다. ‘영업이익 10%’는 SK하이닉스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단 파업 명분이 희석된다.사내 전반적으로도 온전한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의 70%가량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이라는 점에서, TV·가전·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소속 직원들은 파업 강행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성과급 불만에 따른 파업은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메모리 칩 부족으로 전 세계 IT업계가 물량 부족과 원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한도 폐지’를 이유로 셧다운을 유도한다면 글로벌 신뢰도가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특히 간신히 끌어올린 HBM 시장 지위도 다시 놓칠 수 있다. 와신상담으로 일궈낸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이는 비단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 LSI 등 다른 사업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파운드리사업부가 연이어 빅테크 수주를 따내며 흑자 전환 기대감을 키우는 가운데, 노조 파업은 추가 수주의 기회를 날릴 수 있는 패착이 될 수 있다.삼성전자 노조는 2년 전인 2024년에도 성과급을 포함한 ‘투명한 임금제도’를 요구하며 창사 이래 첫 파업을 강행했다. 당시 전삼노 주도로 이뤄진 파업에서 이들은 “경영진의 무능으로 HBM 시장 경쟁력이 뒤쳐졌다”며, 직원들이 성과급 등 임금 손실을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명분을 내세웠다.하지만 이번엔 초대형 이익 기대감에 따른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2년 전과 반대 양상이 됐다. 전삼노는 2년 전 성과급 등 임금 협상에서 ‘경영진 탓’을 내세웠다. 삼성전자가 올해 노조 파업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다면 ‘노조 탓’이라는 부메랑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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