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생태계 재정비·지원 주문
데이터 활용 규제와 실증 장벽은 과제
20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피지컬AI 최강국 도약을 위한 입법 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정부와 기업이 피지컬AI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산업계는 20일 열린 '피지컬AI 최강국 도약을 위한 입법 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이 제조업과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데이터 활용 규제와 실증 장벽, 인프라 공백을 풀지 못하면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박성중 SK그룹 경영경제연구소 소장, 홍광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팀장,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 소장, 유한종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피지컬AI 팀장, 송창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바이스 AX 혁신팀장, 임경섭 산업통상부 제조인공지능전환협력과 과장 등이 참석했다.
박성중 SK그룹 경영경제연구소 소장 [사진=이슬기 기자]
■ SK그룹 "AI 부가가치의 핵심은 피지컬 영역"
박성중 SK그룹 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피지컬AI를 둘러싼 투자 규모와 산업 전환 속도를 강조했다. 박 소장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AIDC에 대한 추정치의 중간값 정도가 200GW가 넘어간다"며 "앞으로 4~5년 동안 일어나는 투자의 금액이 전 세계 3, 4위 국가의 경제 규모를 훨씬 초월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 언어 모델들은 앞으로 AI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산업 내에서 부가가치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부가가치는 제조와 물류 그리고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의 생태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한국의 구조적 강점도 짚었다. 그는 "한국은 피지컬 AI를 육성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하드웨어라고 이야기하는 반도체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고 미국이 가지지 못하는 제조 생태계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의 기본적인 데이터센터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나머지 산업을 확장한다는 넌센스한 접근이 우려된다"며 인프라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말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피지컬AI 기반의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면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크게 다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광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팀장 [사진=이슬기 기자]
■ 현대자동차 "비싼 가격과 부족한 수요가 병목"
홍광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팀장은 로봇 산업의 병목으로 높은 가격과 낮은 시장 인지도를 지목했다. 홍 팀장은 "AI 로보틱스 분야에는 병목이 있다"며 "로봇 제품 가격이 매우 비싸고, 어디에 써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 산업이 아직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인지도도 낮고, 자연스럽게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홍 팀장은 해법으로 사업화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제시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를 늘리고 로봇 수요를 키워야 한다"며 "쓸 만한 기능을 많이 만들어 사람들이 쓰게 하면 자연스럽게 생산 업체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제품을 늘려야 가격이 내려가고, 다시 시장이 커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이런 방향에 맞춰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바퀴형 로봇, 다양한 팔과 손, 물류·배달 로봇, 착용형 로봇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로봇 산업이 저출산, 고령화, 돌봄, 노동력 부족 같은 사회 문제와도 연결되는 만큼, 산업 현장뿐 아니라 생활 공간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홍 팀장은 R&D 지원과 품질 인증 체계 마련, 지역 인재 육성, 우수 인재 채용 시 고용보조금 지원, 공급·수요 측면의 정책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서는 연구개발 목적에 한해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증 과정에서 여러 부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실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 소장 [사진=이슬기 기자]
■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은 피지컬AI 핵심 응용"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 소장은 자율주행을 피지컬AI의 핵심 응용 분야로 꼽았다. 김 소장은 피지컬AI가 "점점 더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그 가운데 자율주행이 가장 대규모로 구현될 수 있는 분야라고 진단했다. 자율주행은 단순한 로봇 응용이 아니라, 물리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까지 수행하는 피지컬AI의 대표 사례라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한국의 강점과 한계를 함께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제조업 측면에서는 준비됐지만, 이를 컨트롤하고 관리할 소프트 파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업과 반도체 기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데이터를 관리하고 서비스로 연결해 다시 성능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특히 그는 자율주행 경쟁의 핵심을 데이터 축적 역량에서 찾았다. 김 소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잣대"라며 해외 주요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데이터를 쌓아가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가 아직도 여전히 해외에 비해서는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를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주도권과 산업 주권의 문제로도 바라봤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처럼 피지컬AI 시대에도 해외 기업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주도권을 쥘 경우 국내 부가가치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부 "개인정보·실증 규제가 핵심"
유한종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피지컬AI 팀장은 현재 규제 이슈를 개인정보·데이터 활용과 현장 실증 문제로 압축했다. 유 팀장은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 관련해서는 기술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제약이 피지컬 AI 활성화에 제약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지컬 AI의 모델이 고도화되려면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가 중요한데, 현재 정보주체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제한이 걸려 있어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를 확보하고 개발하는 데 지연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범용 데이터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물건을 쥐고 놓는다든지 접고 펼치고 구부리는 등 기본적인 동작에 대한 데이터들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형성된 공감대는 피지컬AI 경쟁의 승부처는 기술 자체보다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 등 산업 기반 마련에 있다는 것이다. 제조와 반도체라는 강점에 데이터, 실증, 인프라, 소프트웨어 등의 경쟁력을 얼마나 빨리 결합하느냐가 한국 피지컬AI 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오늘경제 이슬기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