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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현실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씁쓸한 이유... 이거 보면 알게 됩니다

카카오 열매를 단 한 개도 생산하지 않는 나라의 초콜릿 연 수출 규모가 약 56억 달러 (2022년 기준)라는 점은... 그리고 "Made in Germany"라는 품질 브랜드 — 이것이 독일을 카카오 없는 초콜릿 수출 왕국으로 만들었다. 초콜릿...

현실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씁쓸한 이유... 이거 보면 알게 됩니다

[고정희의 오마이 베를린] 설탕, 카카오, 식민지... 그리고 초콜릿 하우스

독일에 와서 몇 해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보는데 유명한 가수가 순백의 턱시도를 입고 순백의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며 멋지게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가사를 유심히 듣다가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했다. 초콜릿 과자를 찬양하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초콜릿이나 과자는 아이들만 먹는 것으로 알면서 살았었다. 그랬기에 다 큰 어른이 초콜릿 찬가를 진지하게 부르는 모습이 좀 우스웠다. 살면서 보니 이들에게 단것은 간식이나 군것질이 아니라 식문화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후식을 먹기 위해 식사를 한다는 사람도 봤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에는 명절 음식보다 케이크와 과자와 초콜릿이 더 중요하다. 그런 문화 때문에 단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단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런 문화가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협박은 "후식 안 준다!"라는 말이다.

독일 사람 한 명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이 세계 2위다. 일등은 스위스. 그리고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아일랜드가 공동 3위라고 한다. 독일 사람 한 명이 일 년에 평균 약 9킬로그램의 초콜릿을 먹는다. 별로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것이 판형의 초콜릿바인데 하나가 보통 100그램이니 한 사람이 초콜릿바 90개를 먹는 셈이다. 4일에 하나꼴이다.

초콜릿 소비량은 세계 2위지만 독일은 초콜릿 수출 1위국이다. 2위 벨기에 수출량의 거의 두 배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 열매를 단 한 개도 생산하지 않는 나라의 초콜릿 연 수출 규모가 약 56억 달러 (2022년 기준)라는 점은 많은 의문을 던진다. 독일에는 2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초콜릿 제조업체가 있다. 게다가 페레로, 마즈, 몬덜리즈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독일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Made in Germany"라는 품질 브랜드 — 이것이 독일을 카카오 없는 초콜릿 수출 왕국으로 만들었다.

초콜릿 왕국

베를린의 중심가의 젠다르멘마르크트 광장.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리는 이곳에 초콜릿 백화점이 있다. 콘서트홀과 두 개의 대성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면적 1500제곱미터, 3층에 걸쳐 1톤가량의 초콜릿을 각양각색의 형태로 만들어 전시하고 판매한다. 베를린의 명소, 브란덴부르크 문, 연방 의사당 등의 2~3미터짜리 초콜릿 모형, 초콜릿 분수 등. 이라는 영화의 장면처럼 초콜릿에 풍덩 빠질까 봐 겁나는 곳이다.

그 외에도 베를린 전역에 크고 작은 초콜릿 하우스가 수십 곳이다. 그런 곳에 가 보면 '초콜릿 문화의 전당'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는 식민지풍의 가구까지 갖춰 놓은 곳도 있다. 나름대로 카카오는 물론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설탕까지 식민주의의 산물이니 식민지풍의 진열대로 구색을 맞추려는 '갸륵한' 발상일 것이다.

원래 메소아메리카의 카카오 음료는 맵싸한 의례용 음료였으나 유럽에 들어온 뒤 설탕, 바닐라와 우유가 더해지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달콤한 초콜릿'이 되었다. 독일은 초콜릿 소비량이 급증했던 19세기 말에 비로소 식민지가 생겼다. 기대와는 달리 독일 식민지에서의 카카오 생산량이 매우 저조해서 막대한 물량을 포르투갈령 서아프리카나 남미 등 외부에서 사들여야 했다. 그러므로 얼핏 보기엔 죄질이 낮아 보이지만 사실은 원료 수급 외에도 대중문화 속 소비 이미지, 그리고 오늘의 글로벌 무역 구조에 이르기까지 깊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중 소비문화에 깊이 침투한 흑인 어린이 캐릭터

▲ Sarotti

베를린 초콜릿 제조사 사로티 벽에 그려진 "사로티 마법사"고 개명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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