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 참가 기업들에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 규모의 AI 토큰(API 크레딧) 투자를 제안했다. 현금 대신 AI 사용량 자체를 투자 수단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 투자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트먼은 20일(현지시간) 열린 YC 행사에서 “현재 YC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모든 스타트업에 오픈AI 토큰 형태로 2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오픈AI와 YC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다. 대상은 2026년 봄·여름 YC 프로그램 참가 스타트업들로, 수백개 초기 스타트업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재 YC 디렉터리에 등록된 이번 배치 스타트업은 169개다.
투자 방식은 일반적인 현금 투자와 다르다. 오픈AI는 스타트업들에 현금 대신 API 토큰을 제공한다. 이 토큰은 GPT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크레딧으로, AI 코딩 에이전트 운영이나 챗봇 서비스 구축 등에 사용된다.
계약 구조는 조건부 지분 인수 계약(SAFE)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타트업들은 우선 토큰을 지급받고, 앞으로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오픈AI의 실제 지분율을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시드 투자 단계에서 1~4% 수준으로 지분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가치 1억달러 수준에서는 2%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봤다.
이번 프로그램은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 확산 중인 ‘토큰맥싱(tokenmaxxing)’ 흐름과 맞물린다. 이는 직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AI 토큰과 컴퓨팅 자원을 최대한 확보해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뜻한다. 실제로 많은 AI 스타트업이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되는 대신 막대한 API 사용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AI 스타트업들에 토큰 비용은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하는 모델 종류와 입력 반복 정도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지지만, 대규모 AI 서비스 운영 시 막대한 토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만달러 규모 토큰은 'GPT-5' 기준 1조개 토큰 사용량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초대형 AI 사용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메타의 일부 직원은 최근 30일 동안 73조7000억개 토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클로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는 한달 동안 6030억개 오픈AI 토큰을 구매하는 데 13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초기 스타트업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이 경쟁사 대신 오픈AI 생태계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 등 경쟁 AI 플랫폼으로 스타트업들이 이동하는 것을 막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AI 추론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오픈AI에 유리한 요소다. 현재 제공하는 토큰의 실제 비용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픈AI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유망 스타트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엔젤 투자자이자 팟캐스트 ‘올인’ 진행자인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오픈AI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분석한 뒤 자체 제품에 통합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창업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일부 창업자들은 어차피 스타트업들이 오픈AI 토큰을 구매해 사용하는 만큼, 이번 제안이 초기 현금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YC도 창립자들에게 인력 확대보다 AI 토큰 활용에 집중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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