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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해외 칼럼] 6G 전쟁의 승자가 다음 디지털 질서 패권 쥘 것

6G는 AI와 첨단 컴퓨팅이 네트워크에 직접 내장돼 있어 대규모 자동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천억 개의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네트워크 자체가 유비쿼터스 센서이자 AI 레이어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설계...

[해외 칼럼] 6G 전쟁의 승자가 다음 디지털 질서 패권 쥘 것

3월 2일(이하 현지시각)부터 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는 차세대 이동통신이자 최초의 인공지능(AI) 기반 네트워크인 ① 6G(6세대 이동통신)의 미래 구상이 주요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부터 노키아, 에릭슨 등 장비 회사 그리고 KT, T-모바일 같은 통신사, 심지어 스페이스X 같은 우주 기업까지 6G 전략을 제시하며 차세대 이동통신 전쟁에 나섰다.

6G는 단순히 5G(5세대 이동통신)보다 통신 속도를 높인 개념을 넘어선다. AI와 고성능 컴퓨팅이 직접 통합되면서 네트워크는 수천억 개 기기를 연결하는 거대한 센서이자 데이터 인프라로 변한다.

필자에 따르면, 현재 스코어는 중국이 상당히 유리하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의 견제를 이겨내고 이동통신 분야의 독자 생존력과 함께 6G 관련 특허출원의 40%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은 통신 규약의 표준화를 이끈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클라우드와 AI 플랫폼 지배력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에릭슨과 노키아를 앞세워 통신 장비 분야의 핵심 경쟁력과 기반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6G 패권을 장비 공급자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기술 설계 자체를 누가 규정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2026년 3월 3일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열린 바르셀로나에서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6G 로고를 배경으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지난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의 수많은 제품 출시와 기조연설 속에서 모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핵심은 바로 ‘과연 누가 6G 경쟁에서 승리할 것인가’다. (이 칼럼은 MWC가 열리기 사흘 전인 2월 27일 작성됐다)

차세대 모바일 기술은 경제, 안보 그리고 현대 민주정치체제가 갈수록 의존하고 있는 핵심 인프라를 누가 통제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현재 각국은 6G 도입을 위한 기술 표준 협상이 진행 중이다. 2028년까지 첫 번째 표준을 확정한 후, 2030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6G 표준을 설계하는 주체가 향후 수십 년간 경제적,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사실 6G 주도권을 향한 경쟁은 5G 때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고, 영향력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5G 시대의 정치 쟁점은 화웨이 같은 중국 장비 업체가 국가 통신망을 구축하기에 신뢰할 만한지에 집중됐었다. 하지만 서방 안보 기관의 압박은 화웨이를 도태시키기보다는 변화하게 했다. 서방의 핵심 부품망과 시장에서 철저히 배제된 화웨이는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체적인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지렛대 삼아 수직 계열화를 강화한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국가 전략 목표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외른 페게르스텐 -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스웨덴 룬드대 정치학 박사, 현 폴리테아(지정학 컨설팅 회사) 최고경영자

6G 시대의 경쟁은 더는 장비 공급 업체를 둘러싼 문제가 아닌, 기술의 청사진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6G는 AI와 첨단 컴퓨팅이 네트워크에 직접 내장돼 있어 대규모 자동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천억 개의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네트워크 자체가 유비쿼터스 센서이자 AI 레이어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설계 단계의 취약점이 시스템 전반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표준을 정하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어떤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될지, 어떤 특허가 필수적인

②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Essential Patent)’

가 될지에 따라 로열티 흐름과 통신 생태계 전반의 영향력 구조를 좌우하게 된다. 표준화 작업의 대부분은 전시장 밖에서 이뤄지지만, 바르셀로나에서 확인된 흐름은 협상 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현재 6G 전쟁은 세 개의 거대 권력이 주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 6G 관련 특허출원의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지원을 기반으로 한 연구 역량에서 두드러진 강점을 보인다. 화웨이는 5G 경쟁을 거치며 더 강해졌고, 이 생태계의 중심을 차지했다. 화웨이는 광범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표준이 분열될 경우에도, 서로 다른 시스템이 병존하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독보적인 생존력을 갖췄다. 중국은 또 국제 표준화 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인프라 외교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테크 기업은 무선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직접 뛰어들지 않더라도, 네트워크 연결로 창출되는 가치 상당 부분을 가져간다. 하지만 미국은 핵심 하드웨어 분야에서 여전히 에릭슨과 노키아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개방형 기지국 기술인

③ ‘오픈랜(O-RAN·Open Radio Access Network·개방형 무선 접속망)’

을 통해 시장을 재편하려는 노력은 아직 성과가 미미하지만, 6G 시대가 다가오면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위성 및 소프트웨어 정의 시스템 등 대안적 아키텍처를 추진하며, 네트워크 스택(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규약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것)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클라우드와 AI 서비스에서 지배력을 네트워크까지 확장하려는 것은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성을 더 심화시킬 것이며, 이는 이미 미국 플랫폼과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에 숙제를 던져줄 것이다.

유럽은 디지털 분야에서 많이 뒤처져 있지만, 통신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완전 무선 접속 네트워크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유럽은 이런 산업적 토대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유럽 통신사가 미국의 공급망과 시장에 깊이 통합돼 있는 만큼, 유럽연합(EU)의 전략을 수립하는 이들이 지정학적 목표와 기업의 사업적 이해가계속 일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럽 역시 중국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규제 개혁을 통해 중국 업체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고 6G 투자를 촉진하는 조치를 취하며, 통신을 전략적 분야로 간주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취약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유럽의 중국 장비 의존도는 EU 회원국마다 서로 많이 다르다. 통신사도 막대한 5G 투자에 대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는 데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다. 재무제표 압박에 직면한 기업은 기존 인프라에 점진적으로 6G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

기술 주권을 생각하는 정책 입안자는 경제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유럽은 자산 부족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일관성 없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정책 입안자는 두 가지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첨단 통신 인프라는 명시적으로 경제 안보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6G 아키텍처, AI 통합, 공급망 의존성과 관련된 위험 평가는 해당 기술이 확정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둘째, EU 정책 입안자와 유럽의 선출직 공직자는 산업 정책과 외교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표준 설정, 연구 자금 지원, 표준 필수 특허 관련 개혁에 대해 대서양 양측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이는 신흥 디지털 질서 속에서 유럽의 입지를 크게 강화할 것이다. 제삼국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업체를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 인프라 외교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역시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오늘 내리는 결정은 향후 수년 동안 국가 부채 노출, 기술 의존도, 사이버 보안, 장기적인 산업 발전 경로를 형성할 것이다. 어떤 통신 인프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기술 소비자에 머물지, 아니면 디지털 경제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디지털 주권은 인프라에 달려 있다. 향후 구축될 네트워크는 병원, 전력망, 국방 시스템, 선거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전달할 것이다. 주요 업계 플레이어가 글로벌 6G 표준 추진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만약 표준이 분열된다면, 강력한 국가 지원과 수직 통합 공급망을 갖춘 기업, 특히 화웨이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통 표준이 마련되더라도 특허와 기술 구현, 시장 접근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이뤄진 논의는 6G 경쟁의 표면적 모습에 불과하다. 앞으로 몇 년 동안 표준 설정 기구 투자위원회, 정책 결정 기관에서 내려질 결정이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런 결정은 단순히 통신 분야의 주도권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차세대 디지털 질서를 누가 형성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Tip

①

5G보다 최대 100배 빠른 이동통신. 미래 핵심 기술인 완전 자율주행, 에어택시, 원격 수술 같은 고도화된 융합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통신 인프라다. 5G는 기가헤르츠(㎓) 대역을 사용하고 있지만 6G는 테라헤르츠(㎔) 대역을 사용한다. 테라헤르츠 대역은 기가헤르츠 대역보다 훨씬 넓은 대역폭을 제공하기 때문에 5G보다 50~10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②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제품의 제조·판매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기술. 이 기술을 침해하지 않고서는 제품 제작·판매가 불가능하여 회피가 어렵고 침해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통상 공정·합리적·비차별적(FRAND) 라이선스 조건으로 기술 사용이 허용된다.

③

기지국 등 무선통신 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서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를 혼용할 수 있는 개방형 무선 접속망 기술.

비외른 페게르스텐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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