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
2026년 상반기 주택 시장을 돌아보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초양극화’와 ‘정부 부동산 정책 강화’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했지만 거래는 정책에 따라 출렁였고, 지방은 미분양과 시장 침체에 허덕였다. 정부가 규제 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공시 가격 인상, 대출 규제 강화와 주택 공급 확대책 등 굵직한 정책 카드를 잇달아 꺼내면서 시장 수요자도 바쁘게 움직였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주택 시장은 서울과 지방, 매매와 임대차,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사이의 자산 운용과 행동 패턴 차이가 뚜렷해진 ‘초양극화의 시대’로 기록됐다. 올 상반기를 관통한 주요 시장 이슈들을 순서대로 짚어보자.
서울 독주와 전세 소멸·월세화
첫 번째 이슈는 ‘서울 주택 시장의 독주 심화’다. 연초부터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 벨트가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지방은 수요 부재와 아파트 미분양 적체로 정체를 면치 못했다. 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4.5%(6월 15일 기준·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육박하는 아파트값 상승을 기록했지만 지방은 보합세(0.17%)를 보이는 등 전국 평균 집값으로 시장을 해석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하나의 주택 시장 안에 서로 다른 시장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의 고착화’다. 부동산 세금과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금은 우량 자산으로 집중됐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신축, 역세권·학군지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선호도를 유지했다.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가장 좋은 입지의 한 채를 선택하는 전략이 일반화됐다. 이달 말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이 현실화하면 관련 규제가 오히려 선호 자산 쏠림을 심화시키는 역설을 낳을 전망이다.
세 번째는 ‘전세난과 월세화의 가속화’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6월 24일 아실 조사 기준 2만 31건)이 지난해 같은 시기(2만 4734건)보다 19.1% 감소했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와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겹치며 전셋값 상승률(4.42%)은 매매 상승률(4.5%)에 육박한다. ‘전세 1건의 매물이 나오면 4~5명이 달려든다’는 중개 현장의 표현처럼 임차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 물건의 급감 속에 임차인들은 결국 월세를 선택했고, 서울 임대차 거래의 상당 부분이 월세로 전환됐다. 전세 제도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한 것이다.
네 번째는 ‘아파트 입주 절벽의 현실화’다. 올해 시장을 지배한 강력한 변수는 주택 공급이었다. 입주 물량 감소와 착공 지연이 동시에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민간 사업 착공 지연 물량만 수만 가구에 달했고 공급 부족이 향후 집값의 하방을 제한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매물이 줄고 거래가 감소했음에도 서울 집값은 버텼다. 이는 공급 부족 우려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는 ‘주택 공급 대책의 속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1·29 대책을 통해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해 수도권 6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은 공급 확대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시장 안정에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은 물량과 속도다. 공급은 발표가 아니라 입주 시점에서 체감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킨 이슈였다.
정책 변수와 시장 학습
여섯 번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이다. 이는 올 상반기 시장을 크게 흔든 정책 변수였다. 다주택자들은 지난 5월 9일이라는 데드라인을 앞두고 매도와 버티기 사이에서 고민했다. 일부 급매물이 출회됐지만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유예 종료 이후 매물이 다시 감소하며 거래량이 줄고 있다. 양도세 강화가 투기 수요를 제한하긴 했으나 매물 잠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곱 번째는 ‘공시 가격 상승과 보유세 부담 확대’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 가격은 18.6% 상승했고, 강남과 한강 벨트 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증가했다. 절세 매물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일부 다주택자는 보유 전략을 유지했고, 일부는 증여와 월세화 전략으로 대응했다.
여덟 번째는 ‘대출 규제가 만든 현금 시장’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수도권과 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가액대별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현금 동원력이 있는 계층은 여전히 핵심지를 고수하지만, 현금 여력이 제한되는 서민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은 진입 장벽이 높아지며 서울 외곽과 경기 동남권에 집중됐다.
아홉 번째는 ‘민간 정비사업이 도심 주택 공급의 변수’가 됐다. 서울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제도 개선에 대한 시장 요구가 늘었고, 토지거래허가규제를 피할 수 있는 한강 벨트의 재개발 주요 사업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 수단으로 여겨졌던 정비사업이 이제는 도심 공급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열 번째는 ‘부동산 정책과 수요자의 학습 효과’다. 집값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책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한 부동산 자산 관리가 중요해졌다. 대출 및 세제 강화가 현실화하며 주택 수와 규제 지역 여부에 따른 절세 전략과 규제 우회 전략이 시장의 투자 흐름을 바꾸고 있다. 시장은 정책을 학습하며 규제 지역을 피한 수도권 비규제 지역이나 경매 상품, 재개발, 분양 시장, 월세화 등으로 수요를 분산하면서 정책 민감도가 높은 상반기를 보냈다.
이제 올 하반기의 시선은 이달 부동산 세제 개편과 금리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 전반을 강화할지, 기준금리가 인상 기조로 전환될지에 따라 시장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서울 핵심지의 공급 부족과 전세 매물 구득난, 그리고 초양극화(지역·상품별)라는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올 상반기는 그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리서치랩장(2024.03.04~재직중)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발전자문위원회 위원 위촉(2023.06.29~2024.06.28)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2018.4~2024.02.20)
▲전 서울시 지방세 세수추계 자문위원(2022.6~2023.12)
▲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2012.11~2018.3)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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