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청사진
한화그룹이 올여름 신설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 출범을 앞두고 김동선 부사장 관할 계열사 간 테크·라이프 사업군 결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을 유통·급식·호텔 현장에 접목해 새 사업 모델을 만들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급식·유통 등 현금 창출 자산과 성장 기대가 큰 테크 계열을 한데 묶는 구조가 단순한 사업 시너지를 넘어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경영 기반, 나아가 승계 지렛대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최근 3남 김동선 부사장 산하 신설 지주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출범을 앞두고 각 사업 부문 간 시너지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한화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부문이 속하는 존속법인과 ▲테크 ▲라이프 부문이 포함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신설법인 출범 예정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이번 재편의 출발점은 인적분할이다. 한화그룹은 방산·에너지·금융을 존속법인에, 테크·라이프 부문을 신설법인에 떼어내기로 했다. 신설 지주 아래에는 한화비전·한화로보틱스·한화모멘텀 등 테크 계열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이 함께 묶인다. 김 부사장이 이를 총괄한다.
영상 AI, 로봇, 물류 자동화 같은 테크 사업과 단체급식·백화점·호텔은 통상 분리된 영역이다. 한화 측은 “AI 카메라로 급식 위생을 관리하고 로봇으로 조리를 자동화하는 등 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아워홈 사업장에는 위생·복장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AI 카메라와 자동 발주 시스템이 도입되고, 갤러리아와 호텔에는 고객 동선·혼잡도를 분석하는 기술 적용이 추진 중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설 지주 설립 이후 방산·조선 등 한화그룹 주력 사업에 가려져 있던 테크(반도체·2차전지 장비), 라이프(호텔·백화점), 로봇 등 사업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며 “특히 백화점 재건축, 로봇 사업 확장 등에 필요한 자본 조달에서 신설 지주 역할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아래) 소믈리에의 움직임을 학습해 브리딩을 하고 있는 로보틱스 협동로봇.
(한화그룹 제공)
왜 지금 이 조합인가
비핵심이라던 급식 팔고 다시 샀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설 지주가 김 부사장의 승계 지렛대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는다. 신설 지주는 겉으로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와 ‘부문 간 시너지’를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김 부사장 몫 사업군이 법적으로 나뉘는 효과를 낳는다.
‘테크-라이프’ 결합이 다소 이질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그룹에서는 이미 ‘푸드테크 시너지’를 여러 차례 실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로봇 우동집 ‘유동’은 한 달 만에 문을 닫았고, 자동 조리 매장 ‘파스타X’도 1년 남짓 만에 철수했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모델을 지주사 구조로 확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급식 사업을 둘러싼 행보는 더 미심쩍다는 평가다. 한화는 과거 단체급식 계열사 푸디스트를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해 약 1000억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이후 아워홈 지분 58.6%를 8695억원에 인수하고,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까지 추가로 확보하며 급식 사업을 오히려 확대했다. 비핵심이라던 사업을 더 큰 규모로 다시 사들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이라기보다 특정 사업군을 재구축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아워홈을 9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들여 인수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도 뒤따른다. 급식·식자재 유통 업종은 통상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7~8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성숙 산업이다. 반면 아워홈은 10배를 훌쩍 넘는 수준에서 인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에도 10배 안팎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적용됐다. 아워홈 인수 전 2024년 매출(2조2440억원)과 비슷한 규모인 CJ프레시웨이(3조2247억원), 현대그린푸드(2조2704억원), 신세계푸드(1조5347억원) 등 3개 기업의 시가총액(3월 26일 기준)은 각각 3674억원, 5174억원, 1892억원이다. “굳이 높은 가격을 치르고 급식 사업을 샀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김동선 부사장이 확보한 ‘실탄’도 맞물린다. 김 부사장은 한화에너지 프리IPO 과정에서 약 8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아워홈 추가 지분 확보나 후속 인수합병(M&A), 향후 신설 지주 내 지배력 확대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급식 사업 인수 배경에 단순한 사업 확장뿐 아니라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군을 빠르게 키우려는 전략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목에서 아워홈 성격을 주목해볼 만하다. 단체급식 사업은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 아워홈은 기존 고객 재계약률이 85%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한화 계열 물량까지 더해지면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과거 아워홈 오너 일가 분쟁 시기에는 배당 성향이 90%를 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급식 사업은 대표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워홈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은 직접 보유한 아워홈 지분이 없고, 아워홈 지분 58.62%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다”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은 ㈜한화가 49.8%, 한화솔루션이 49.57%를 각각 보유해 두 회사가 사실상 대부분을 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워홈 배당을 받아 승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김 부사장이 당장 아워홈 배당을 직접 받는 구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재계에서 ‘승계 지렛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배당이 개인에게 바로 들어오지 않더라도, 해당 사업군이 신설 지주 아래 묶이면서 향후 지배구조 재편 때 ‘현금 창출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키운 뒤 합병이나 지분 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식은 과거 대기업 승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시나리오다.
게다가 아워홈은 비상장사에 외부 매출 비중이 높은 구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워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계열 물량을 붙여도 규제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현금 창출 자산을 운용하기에 유리한 구조”라고 봤다.
한화 측은 이런 해석에도 선을 긋는다. “부문 간 시너지를 통해 새 사업 모델을 만들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재편”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한화비전은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와 협력해 영상보안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등 테크 부문 투자도 병행 중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3호(2026.04.01~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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