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경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은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집합건물에서 관리주체의 전기요금 체납으로 인해 선량한 개별 입주자가 단전 피해를 보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그간 집합건물은 관리비 미납이 발생할 경우 건물 전체의 전기가 끊기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으나, 한전은 이번 대책을 통해 입주민의 전기 사용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집합건물은 소유주들이 운영을 위탁한 관리주체가 한전과 단일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관리주체는 한전으로부터 받은 청구서를 바탕으로 각 입주자에게 관리비에 포함된 전기요금을 부과하는데, 최근 경기 침체와 공실 증가로 인해 관리주체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요금 미납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관리비를 성실히 납부한 입주자라 하더라도 관리주체가 총액을 결제하지 못하면 건물 전체가 단전 대상이 되어 연쇄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한전은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실행 과제를 수립했다. 첫째로 ‘변압기설비 공동이용계약’의 적용 범위를 전격 확대한다. 이 제도는 개별 입주자가 한전과 개별적인 계약을 맺고 직접 요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관리주체는 ‘대표고객’이 되고 개별 입주자는 ‘공동이용고객’ 지위를 갖는다. 이 경우 대표고객이 요금을 체납해 단전 조치가 내려지더라도 공동이용고객은 전기를 중단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제도는 계약전력 2천㎾ 미만인 집합건물에만 허용되고 있으나, 한전은 향후 이 기준을 대폭 완화해 수혜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제도 신청 시 별도의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건물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구내 배선공사가 필요한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일부 실비가 발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둘째로 단전 집행 방식 자체를 ‘핀셋형’으로 정교화한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개별 세대를 차단할 수 있는 전용 개폐기가 없는 건물은 미납 시 건물 전체를 정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한전은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5년 11월부터 새로운 운영 지침을 적용한다. 고객의 협조를 전제로 구내에 설치된 개별 차단기를 활용해, 체납이 발생한 당사자만 선별적으로 전기를 끊는 방식이다. 전용 개폐기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체납자만 관리함으로써 성실 납부자의 피해를 원천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셋째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알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다. 그동안 입주자들은 실제로 전기를 사용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한전과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관리주체의 미납 상황을 제때 인지하기 어려웠다. 대개 엘리베이터나 공용 게시판에 부착되는 공고문을 통해서야 위기를 감지하는 수준이었다.
앞으로는 계약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확보해 체납 1개월 시점부터 개별 입주자가 납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안내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뒷받침할 관련 IT 시스템 마련에도 속도를 낸다. 입주자가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주체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한전은 이번 제도 개선이 본 궤도에 오르면 관리주체의 부실 경영으로 인해 죄 없는 입주민들이 암흑 속에 방치되는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김동철 사장은 "한전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면밀히 살피는 동시에 모든 국민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이용할 수 있는 보호망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광민 기자 ef799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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