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한은 '신현송' 등장에 떨고 있는 웹3 금융…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해질까

카카오·네이버·토스 같은 핀테크 빅테크가 단독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금산분리 원칙 훼손 및 비은행에 의한 경제력 집중" 문제를 이유로 선을 그었다. 신 후보자는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한은 '신현송' 등장에 떨고 있는 웹3 금융…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해질까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사진=대통령실

"같은 회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도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서 다른 비율로 교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난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 등장한 이 한 문장이 국내 웹3 금융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발언의 주인공은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이재명 대통령이 3월 지명한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출신으로, 글로벌 중앙은행 진영에서 '스테이블코인 회의론'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온 인물이다. 그가 한국은행 수장으로 낙점되면서 이미 지연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진행될 인사청문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그의 웹3 규제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구조적으로 화폐를 분절시킨다" 철저한 중앙화 화폐 신봉자

신 후보자의 스테이블코인 인식은 그가 BIS 재직 시절 발표한 논문 'Tokenomics and blockchain fragmentation(토큰경제와 블록체인 파편화)'에서 이미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논문의 핵심 논지는 이렇다. 화폐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하나로 통합될수록 가치가 커진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검증자들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보상이 필요하고, 이는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져 사용자들이 더 저렴한 다른 체인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여러 블록체인이 공존하게 되고, 전체 시스템은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분산된다는 것이다.

이더리움 USDC와 솔라나 USDC가 호환되지 않아 브릿지가 필요한 현실이 바로 이 '분절(fragmentation)'의 증거다. 신 후보자는 "이러한 구조는 탈중앙화·보안·확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트릴레마로 이어지며, 스테이블코인 역시 체인별로 나뉘어 동일한 화폐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유용하지만, 완전한 탈중앙 구조 위에서 화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중앙기관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미래 통화 생태계 내에서 충분히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에도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도입 초기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 모델을 통한 발행을 우선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은행 지분 50%+1주' 컨소시엄 구조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그가 비은행 발행에 제동을 거는 근거도 구체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소뿐 아니라 장외에서도 익명 거래가 가능하고, 예금토큰과 달리 실명확인 기관과 보유자가 분리돼 실명인증·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네이버·토스 같은 핀테크 빅테크가 단독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금산분리 원칙 훼손 및 비은행에 의한 경제력 집중" 문제를 이유로 선을 그었다.

신 후보자는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 지적한 7대 리스크에 공감하며 관련 입법 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7대 리스크에는 디페깅 위험, 디지털 뱅크런, 소비자 보호 공백, 금산분리 원칙 훼손, 규제 우회와 자본 유출 위험, 통화정책 효과 약화,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 약화 등이 있다.

이미지=챗GPT

'프로젝트 한강'의 설계자가 총재로...민간시장 우려 커진다

시장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신 후보자와 한국은행의 예금토큰 프로젝트가 맺고 있는 관계다. 업계에서는 신현송 후보자가 현 한은 예금토큰 시스템을 BIS에서 고안한 인물인 만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한은의 입장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점쳐왔다. 이창용 현 한은 총재도 인사청문회에서 신 후보자가 "'프로젝트 한강'을 잘 알고 있으며 해당 분야를 BIS에서 수년간 전문적으로 공부해왔다"고 언급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9개 시중은행의 예금토큰이 연결되는 구조다. 신 후보자는 이 '이중 구조'에 대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확장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며 "민간 기업과 협력해 사용처를 확대하고 예금토큰의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송 후보자가 CBDC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점도 예금토큰 확대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 신 후보자 등장과 별개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자체의 지연 문제도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4년 7월 1단계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2단계 기본법은 2년 가까이 입법 공백 상태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15~20%)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은행 50%+1주 vs. 비은행 허용)다. 당초 지난 15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예상됐으나, 2월 28일 시작된 중동전쟁 여파와 6월 3일 지방선거 일정이 겹치면서 법안 심의가 추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iM증권 양현경 연구원은 "한국은행 총재는 법적 입법 주체는 아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나 예금토큰 도입 방식과 같이 통화 시스템과 맞닿아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정책 방향을 제안하거나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신 후보자의 입장이 법안 최종 형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록체인·핀테크 업계와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에서는 은행 중심 발행이 혁신 동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 지분 과반 강제를 "경쟁을 제한하는 전형적인 진입 규제로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지분과 의결권을 쥐면 비은행 기업이 기술을 제공하면서도 종속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은행 중심 발행은 은행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준수 역량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 접근"이라며 "비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용자 접점과 유통 기반 조성에서 기술혁신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따.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현송 체제의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반대'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주도로'라는 명확한 방향타를 들고 출범한다"며 "웹3 금융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규제의 주인이 누구냐는 문제로, 이제 그 주인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