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물가·환율·성장 모두 불안”…
“올해 성장률 2.0% 밑돌고 물가 2.2% 상회 예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금통위원 7명 전원이 동결에 찬성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7회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동결이다.
이란 전쟁에 물가·환율·성장 모두 불안한 상황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 및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중동 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사태의 추이와 파급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에 변화를 주면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며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2.2%)를 상당 폭 상회하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바로 다음 달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4차례 회의 중 2·5월 두 차례 인하로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까지 겹쳐 경제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춘 결과다.
하지만 금통위는 하반기 들어 7·8·10·11월 잇달아 금리를 묶었고, 올해 들어서도 1·2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차례 회의에서도 모두 동결을 택했다. 7연속 동결로 기준금리는 작년 7월 10일 이후 다음 회의(5월 28일) 전까지 약 10개월 이상 2.50%로 고정된다.
이란 전쟁 이후 고환율과 고물가 우려가 커지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각종 규제에도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업황이 좋지 않은 곳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6조2000억원 상당의 추가경정예산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중앙은행인 한은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통위는 "중동 사태 이후 경제 심리가 약화되고 일부 업종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등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는 모습"이라며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 및 추경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하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복합적인 요인들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금통위는 이번에도 결국 '동결'을 선택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창용 총재의 후임인 신현송 총재 후보자는 다음 달 금통위를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에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여부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한은이 지정학적 리스크보다는 우리 경제 현안에 집중해 기준금리를 조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중동 전쟁 등 대내외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및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6월 물가가 상당 폭 오르면 새 한은 총재가 (의결문 등에서) 금리 인하 신호를 없애고 긴축 신호를 시장에 보낼 것"이라면서 "물가 상승세에 따라 하반기 중 금리를 한 두차례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3.00%에 이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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