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선서한 뒤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보수 진영 인사들이 전면적인 대여 투쟁과 고강도 제도 개혁을 선언하며 가파른 정국 경색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2곳을 싹쓸이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강력하게 결집한 보수 표심으로 국민의힘이 4석을 확보하며 원내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대구 달성에서 당선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부산 북갑에서 생환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선명성이 강한 인사들이 일제히 전면에 나서면서 지선 패배의 충격을 ‘보수 결집의 극대화’와 ‘강대강 대치’로 정면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동훈 의원은 등원과 동시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한 고강도 개혁 입법을 쏟아내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한 의원은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전국 50여 개 투표소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정조준해 ‘선관위의 안일함과 무능이 부른 참사’로 규정하고 패키지 개혁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선관위 개혁법 1호인 감사원법 개정안은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과거 결정을 뒤집고 감사원이 선관위를 대대적으로 직무감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2호 법안으로는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무분별한 휴가 및 휴직 사용을 최소한 민간 사업장 수준으로 제한하도록 했으며 3호 법안으로는 대법관이 겸직하는 현행 비상임 구조를 ‘전임 상임 책임직’으로 전환해 법원과 선관위 간의 구조적 밀착을 끊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 의원은 이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공소취소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뻔뻔한 저질 범죄”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실제 자기 사건을 공소 취소한다면 국민과 함께 탄핵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선서한 뒤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이끌며 당시 야당과 극한 대립을 벌였던 이진숙(대구 달성)·김태규(울산 남갑) 의원도 국회로 입성해 매서운 신고식을 치렀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본회의장 첫 인사말에서 “개인적으로 국회 상임위실과 본회의장에 대단히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며 과거 방통위 개편 과정에서 탄핵 소추와 경찰 체포를 겪었던 일화를 언급하며 당시 다수 의석을 가졌던 민주당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김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잘 싸운다”며 강성 기조를 감추지 않았다. 언론인 및 방통위 거물 출신인 두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방송·언론 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방위는 이미 YTN 민영화 의결 무효 판결 후속 조치와 방송3법 시행 등을 두고 여야가 칼을 겨누고 있어 보수 진영의 ‘여전사’와 ‘파이터’로 각인된 두 의원이 전면에 배치되면 과방위가 정국을 뒤흔들 가장 뜨거운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 의원이 얻은 대구 달성의 59.06%, 김 의원의 울산 남구갑 51.15% 득표율은 지방선거 참패 위기 속에서 보수 지지층이 강력하게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원내 입성과 향후 행보가 흐트러진 보수 대오를 다시 묶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명성 높은 대여 공세가 본격화할 경우 전통적 보수 지지층뿐만 아니라 정권 견제론에 피로감을 느끼는 온건 보수층까지 자극해 ‘보수 결집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보수 인사들의 화려한 복귀 뒤편으로 당 내부에서는 주도권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장동혁 대표와 한 의원 간의 앙금이 지선 패배 책임론과 맞물리며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장 대표 지도부는 한 의원을 제명 조치했고 선거 기간 내내 낙선 공세를 펼쳐왔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등원 첫날부터 “리더는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라며 사실상 장 대표의 거취 결단을 압박했고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 역시 선거 패배의 화살을 지도부로 돌리며 한 의원의 조속한 복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장 대표와 당권파 측은 사퇴론에 선을 긋고 한 의원의 복당 요구에는 당내 다수 의견이 중요하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처럼 장 대표의 완강한 버티기와 한 의원의 복귀 공세가 정면충돌하면서 야당 내 권력 지형의 향방은 구주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세 대결이 될 차기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분수령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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