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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피하지 말고 즐겨야" AI시대 약국 '건강 관리 센터' 굳건

거대 IT 자본을 등에 업은 비대면 진료 앱과 헬스케어 플랫폼이 점점 커지면서, 약국이 이들 플랫폼에 종속되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이 팽배하다. 환자들이 AI 플랫폼이 정해준 '답'을 들고 와서 약만 받아...

"피하지 말고 즐겨야" AI시대 약국 '건강 관리 센터'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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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지 말고 즐겨야" AI시대 약국 '건강 관리 센터' 굳건

AI 발전으로 약국계에 디지털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 확산과 AI의 한계로 인해 약사의 전문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사는 유연한 해석 능력, 인간적인 소통, 그리고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오히려 더욱 빛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약국은 건강 관리 센터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사들은 AI를 두려워하기보다 능숙하게 활용하여 환자 중심의 상담과 복약 지도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재현 전문기자.

AI의 발전 덕에, 약국계에도 거대한 디지털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챗GPT부터 시작된 생성형 AI의 발전은 perplexity, Gemini를 거쳐 다양한 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소비되고 있다. 필자의 가족들은 모두 AI를 적극 활용해 검색부터 시작해서 많은 일들을 하는 등 일상으로 상당히 스며든 것 같다.

몇 년 전 시범적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사업 역시 이제는 약 배송만 불가할 뿐 이미 일상으로 스며들었고, 최근 다양한 디지털 치료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내 시대에는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약국의 현장이 점점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약국에만 앉아 있어서는 이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태될 것 같아 걱정도 생기고 있다.

최근 상담이나 투약할 때 이런 것을 많이 느낀다. “약사님, 유튜브에서 이거 먹으면 좋다는데요?” “이거 먹으면 안 좋다는데요?” “챗GPT가 이 제품 먹으라는데요?” 라며 우기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검증되지 않은 비전문가 혹은 그냥 자신이 광고 받은 제품을 팔려는 인플루언서들의 과장된 정보들이 AI와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되며, 이를 교정해 주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눈앞의 진짜 전문가인 약사가 아니라 누군지 모르는 AI나 인플루언서의 말만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기술이 놓치는 맥락들에 있다. 화면 너머의 AI는 텍스트와 수치라는 데이터만 읽고 제공한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기저 질환들이나, 현재 상태, 아니면 약사들이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느끼는 비언어적 단서들에 대해서는 AI는 결코 알지 못한다. 게다가 그럴듯한 문장으로 거짓 정보를 지어내는 AI의 환각 현상은 자칫 치명적인 약화사고로 이어질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약국가 전반에 번지는 약국 자체에 대한 위기감도 계속 조성되는 것 같다. 거대 IT 자본을 등에 업은 비대면 진료 앱과 헬스케어 플랫폼이 점점 커지면서, 약국이 이들 플랫폼에 종속되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이 팽배하다. 환자들이 AI 플랫폼이 정해준 ‘답’을 들고 와서 약만 받아 가는 구조가 된다면, 약사의 고유 역할인 상담과 복약지도의 가치가 점점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이 현장 약사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AI와 플랫폼에 밀려나게 될 것인가? 막상 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 약사의 고유한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될 수 있다.

첫째, 현장 약사들에게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있다. AI는 보수적이고 교과서적인 정답만 내놓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임상 현장은 늘 변수 투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늘 논란이 되는 '비타민C 메가도즈 요법'에 대해 AI는 그저 기계적인 부작용만 나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최신 트렌드도 이해하고 있고, 내 앞에 있는 환자의 위장 상태나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환자 맞춤형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 이건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현장 경험이 뒷받침된 전문가만의 고도의 '해석' 영역이다.

둘째, 환자가 진짜로 약을 챙겨 먹게 만드는 핵심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다. 질병으로 지친 환자에게 차가운 텍스트 정보는 큰 위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올바른 약 복용법을 설명해 주는 것을 넘어,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고 "이번 약 잘 챙겨 드시면 금방 좋아지실 거예요"라며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오직 사람 대 사람의 라포 형성만이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실질적인 복약 순응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우리는 AI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영리한 '도구'로 써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맨날 신경 쓰이는 번거로운 재고 관리, 처방전 교차 검수,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 환자 복약지도, 복잡한 건기식 상호작용 검색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에게 맡겨버려도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아낀 우리의 귀중한 시간과 체력을 환자 눈을 맞추고 진정한 상담을 하는 데 쏟아붓는 거다.

AI가 전문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전문직이 그렇지 못한 전문직의 파이를 가져갈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직의 미래가 어둡다며 비관만 하는 태도가 아니다. 약국을 덮쳐오는 거대한 디지털 파도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장비를 챙겨 들고 그 파도 위에 올라타는 능숙한 이용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AI를 가장 똑똑한 비서로 삼아 우리의 직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다면, 약국은 단순한 약국을 넘어 동네에서 절대 대체 불가능한 '건강 관리 센터'로 굳건히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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