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하는 '간 전이'를 단순 혈액검사로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됐다. 기존 CT·MRI 영상검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보조 진단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희승 교수와 내과부 고여경 전공의 공동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의 혈액 데이터를 기반으로 초기 간 전이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 ‘LiMPC(림피시)’를 개발하고 그 성능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Cancer" 최신호에 게재됐다.
췌장암은 진단 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으며, 특히 간 전이는 수술 가능 여부와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기존 영상검사로는 작은 크기의 간 전이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희승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 영상검사만으로 전이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혈액검사를 활용해 간 전이 가능성을 예측함으로써 기존 영상 진단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657명 학습·다기관 검증…실제 환자 데이터 기반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 췌장암 환자 2657명의 진단 시점 혈액검사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학습시켰다. 이후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국내 5개 의료기관 환자 272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AI는 초기 간 전이 위험을 구분하는 데 유의미한 성능을 보였다.
외부 검증에서 민감도는 0.81로, 실제 간 전이가 있는 환자의 약 81%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이는 전이 환자를 상당 수준으로 선별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음성예측도는 0.87로 나타났다.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의 87%에서 실제 간 전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불필요한 추가 검사나 과잉 진단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AI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고가 장비 없이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췌장암 진단 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혈액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추가 검사 부담이 없다.
고여경 전공의는 “해당 모델은 기존 혈액검사 데이터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접근성이 높다”며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 진료에 더욱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의료진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기반 계산 도구 개발도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의료기관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영상검사 보완하는 ‘AI 보조진단’…현장 적용 주목
이번 연구는 영상 중심의 암 진단 체계에 ‘혈액 기반 AI 분석’을 결합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대형병원뿐 아니라 의료 인프라가 제한된 지역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췌장암 진단 체계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료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적용될 경우, 조기 전이 탐지와 치료 전략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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