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콘텐츠 결합…거래 넘어 고객 '체류' 경쟁
전산장애·민원 급증…속도 못 따라간 안정성
숏폼·커뮤 도입…참여·편의성, 선택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전면 개편하며 경쟁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거래 수수료 중심이던 기존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과 콘텐츠를 앞세운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이미지=생성형AI]
증권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전면 개편하며 경쟁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거래 수수료 중심이던 기존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과 콘텐츠를 앞세운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다만 기능 확장과 이용자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산 장애가 반복되고 있어, 서비스 안정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플랫폼으로 옮겨붙은 경쟁…“MTS가 고객 붙잡는다”
최근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투자 환경을 새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증시 활황으로 개인 투자자 유입이 늘어나자, 고객을 플랫폼 안에 머무르게 하는 전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증권도 이런 변화 흐름에 맞춰 MTS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인공지능(AI)과 숏폼 콘텐츠를 결합한 차세대 MTS를 개발 중이다. 투자 정보를 짧은 영상 형태로 제공해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전 연령층이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콘텐츠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조직 구성도 이에 맞춰 빠르게 재편됐다. 지난해 100여 명 규모로 출범한 리테일 조직은 현재 160여 명으로 확대됐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MTS 개발에 투입됐다. 기존 증권사들이 UI·UX 변화에 따른 고객 이탈을 우려해 점진적 개편을 택한 것과 달리, 넥스트증권은 초기 설계부터 다시 짜는 ‘제로베이스’ 전략을 선택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방향은 유사하다. 하나증권은 상반기 중 AI 기능을 강화한 신규 MTS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사용자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간편 모드’를 추가해 초보 투자자 유입을 노린다. LS증권 역시 MTS ‘투혼’의 메인 화면을 개편하고, 국내외 주식 탭을 분리하는 한편 ETF 전용 메뉴를 신설했다.
메리츠증권도 플랫폼 전환 흐름에 맞춰 연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존 MTS가 로그인 이후 거래 기능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투자 경험의 주도권이 ‘거래 기능’에서 ‘이용 경험’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주문을 빠르게 처리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콘텐츠·참여·편의성이 고객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외형 확장과 달리 시스템 안정성은 여전히 취약한 지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투자 권역 민원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민원은 12만 8419건으로 전년 대비 10.4% 늘었다. 이 가운데 금융투자 권역 민원은 1만 4944건으로 65.4% 증가해 주요 업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산운용과 증권 부문은 각각 249건, 1615건 늘었다. 투자자 기반이 확대되는 속도에 비해 서비스 품질 관리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MTS 장애는 투자자 체감 불편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단순 오류를 넘어 거래 지연이나 주문 실패로 이어질 경우 직접적인 손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500만 계좌 이상 보유한 증권사 12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 계좌 이상 증권사 12곳에서 발생한 MTS 장애는 총 190건에 달했다. [이미지=생성형AI]
■ “투자 늘었지만 시스템은?”…장애 190건, 투자 격차 뚜렷
실제 장애 발생 현황을 보면 이러한 우려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500만 계좌 이상 보유한 증권사 12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 계좌 이상 증권사 12곳에서 발생한 MTS 장애는 총 190건에 달했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이 각각 42건으로 가장 많았고, 두 회사를 합치면 전체의 44%를 차지한다. 신한투자증권(27건), 삼성증권(24건)이 뒤를 이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같은 기간 단 한 건의 장애도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카카오페이증권 5건, 토스증권 4건 등 핀테크 증권사 중심의 장애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2022년 4건에서 2025년 13건으로 매년 증가해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토스증권은 연도별 변동은 있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38개 증권사의 전산운용비 역시 증가세다. 지난해 전산운용비는 97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 늘었다. 시스템 유지·보수뿐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투자 수요가 동시에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의 연평균 IT 투자액은 각각 약 395억 원, 424억 원으로, 미래에셋증권(1585억 원)과 KB증권(1587억 원)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절대 금액 기준에서는 격차가 뚜렷하다.
다만 판매관리비 대비 IT 투자 비중은 카카오페이증권 36.5%, 토스증권 31%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전체 비용 중 IT에 쓰는 비율은 높지만, 회사 규모 자체가 작아 절대 투자액이 제한되는 구조"라며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인프라 확충이 뒤따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의원은 “핀테크 증권사들이 소액 투자의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MTS 사고도 잦았다”며 “더욱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MTS 경쟁은 기능 고도화에서 안정성 확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이 일정 수준 성과를 내더라도, 장애가 반복될 경우 고객 이탈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쟁이 심화될수록 투자 규모와 인프라 격차가 서비스 품질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거래량이 급증하는 장세에서는 시스템 대응 능력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이 MTS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그 기반이 되는 시스템 안정성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경쟁의 방향이 분명해진 만큼, 향후 성패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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