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액티브자산운용
[편집자주] '투자 X-ray'는 금융 상품의 마케팅 메시지와 실제 운용 사이의 거리를 들여다보는 분석 코너입니다. 공시·약관·운용보고서·IR자료·상품설명서 등 1차 자료를 토대로 상품의 구조와 위험을 짚습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미국로봇피지컬AI액티브' ETF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다. 상장 전후로 내세웠던 글로벌 비상장 대어들의 편입 약속이 실제 운용 구조상 원하는 만큼 담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나면서다.
여기에 상품명과 실제 포트폴리오의 괴리, 지수에도 없는 종목의 편입까지 더해지며 마케팅과 실제 운용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상장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순자산(AUM)은 123억원(11일 기준 929위)에 그치고 있다.
◇ '당일 편입 가능' 공언했지만…비중은 지수가 쥐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오픈AI·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비상장 기업의 적극적인 편입 약속이다. 삼성액티브운용은 보도자료에서 "IPO 시 액티브 전략으로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기관투자자 대상 세미나 자료에서는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 시 당일 편입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액티브 ETF 구조상 운용역 재량으로 당일 편입 자체는 가능하다. 삼성액티브운용 관계자도 "운용역 재량에 따른 당일 편입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담을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다'는 전혀 다른 얘기다. 이 ETF는 비교지수인 'iSelect US Robot Physical AI Index'와의 유사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지수에 없는 종목을 대거 편입할수록 포트폴리오가 지수와 달라지고, 상장폐지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예컨대 오픈AI가 상장해도 이 지수에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지수에 신규 종목을 편입하려면 지수를 관리하는 NH투자증권 지수위원회의 별도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 삼성액티브운용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결국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준의 핵심 비중 편입은 NH투자증권의 결정 없이는 구조적으로 제약된다.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0.7 이상이라는 거래소 규정 안에서는 운용역 재량이 작동한다. 그러나 비중이 큰 종목일수록 한 종목의 편입·변경이 상관계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결국 오픈AI처럼 시가총액이 거대한 비상장 기업이 상장한 뒤 의미 있는 비중으로 편입되려면, 그 종목이 지수 자체에 먼저 들어가야 한다.
이에 대해 삼성액티브운용 관계자는 "상관계수는 0.7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답변은 역설적으로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0.7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는 말은 곧 '그 한계 내에서만 재량을 쓸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피지컬' 떼면 기존 빅테크 ETF와 한 끗 차
상품명에 '로봇피지컬AI'를 내걸었지만 정작 포트폴리오 상단은 낯익은 빅테크들이 차지하고 있다. 비교지수 기준 상위 4개 종목은 엔비디아(7%)·테슬라(7%)·아마존(6.5%)·알파벳(6.5%)으로, 합산 비중만 27%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마이크론·브로드컴까지 더하면 범용 빅테크·반도체 기업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삼성액티브운용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 분야 선도 기업이고, 아마존은 물류 로봇 100만대 이상을 운용하며, 알파벳은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해 피지컬AI와 접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사실상 모든 대형 IT 기업이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류 로봇을 쓰는 페덱스도,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애플도, AI 모델을 개발하는 메타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운용사가 제시한 편입 근거가 '로봇·피지컬AI 전문 ETF'가 아닌 '빅테크 ETF'와 구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운용사 스스로도 이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지수 산출 방법서에 "텍스트 마이닝 기술의 한계로 기업의 실제 산업 내 지위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서면 답변에서도 "피지컬AI처럼 개화기 산업은 매출 비중으로 종목을 선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품명에 '로봇피지컬AI'를 달았지만 해당 분야 매출이 검증된 종목을 담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상품이 기존의 'TIGER 미국테크TOP10'이나 'KODEX 미국빅테크10'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수 무색하게 만든 액티브 재량…'전략'인가 '괴리'인가
실제 포트폴리오와 비교지수를 맞붙여보면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지수에 없는 ARM·인텔·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가 포트폴리오에 각각 2.5%씩 담겼다. 반면 지수 최상위 종목인 엔비디아는 지수 비중 7.0%에서 포트폴리오 4.0%로 줄었고, 지수에 있는 암바렐라는 아예 빠졌다.
삼성액티브운용 관계자는 "ARM 등은 로봇 하드웨어의 핵심 프로세서 기업으로 초과 성과를 위해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모순이 생긴다. 운용사가 "핵심 종목"이라고 판단한 ARM·인텔·마이크로칩을 지수를 설계한 NH투자증권은 지수에 넣지 않았다. 운용사와 지수 설계자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앞서 지적한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운용사가 확신하는 종목이 지수에 없으면 원하는 만큼 비중을 실을 수 없다. 결국 '액티브 운용'을 내세우면서도 운용역의 재량은 지수라는 테두리 안에 묶여 있는 셈이다.
삼성액티브운용은 "현재 지수와의 유사도가 0.89로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상장 초기 수치다. 향후 오픈AI 같은 대형 비상장 기업이 실제로 상장해 편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이 수치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상품출시 세미나 자료/사진=삼성액티브자산운용
◇ 데이터 대신 시승기…펀드매니저의 주관적 리서치
최근 열린 기관투자자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테슬라 편입 비중의 근거다. 펀드 매니저의 개인적인 시승 경험이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력 종목(비중 7%)의 핵심 투자 로직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운전이 사람 같다"는 감성적인 접근이 수조 원을 움직이는 기관 자금 운용의 판단 지표가 된 셈이다.
운용사는 논란을 의식한 듯 NHTSA 데이터를 근거로 덧붙였으나, 이 역시 데이터의 객관성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테슬라 측의 일방적인 공표 자료일 뿐 외부 기관의 검증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미나 자료에서 시승 후기가 슬라이드 한 면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참고'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환헤지 리스크, 보도자료엔 없고 투자설명서에만
이 ETF는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는 상품이다. 쉽게 말해 달러와 원화 환율이 출렁이면 수익률도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100%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환율 방어 장치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처음 접하는 보도자료에는 이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없다. 삼성액티브운용 관계자는 "투자설명서와 세미나 자료에 환율 위험이 명시돼 있다"고 했지만, 투자 결정 전에 가장 먼저 보는 언론 보도자료에 환율 리스크가 빠진 것은 중요 정보의 선택적 누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ETF 시장의 과열 경쟁 속에서 투자자 오인을 유발하는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하나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과장광고로 인해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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