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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텐트폴로 세계에 우뚝 선 K-아웃도어 DAC...마침내 자원봉사의 빅텐트를...

씨티은행과 증권사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이용해 현자·석학들과...

텐트폴로 세계에 우뚝 선 K-아웃도어 DAC...마침내 자원봉사의 빅텐트를...

[K-강소기업 탐방] 텐트폴 기업 DAC(동아알루미늄)

세계 텐트 10개 중 9개가 DAC 선택…텐트폴의 표준이 되다

창업자 라제건의 새로운 실험, 한강변 볼론티움 빅텐트

6월 13~14일 볼런티움 한강 캠프...자원봉사의 시간

공장이야? 갤러리야?..."보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인천광역시 가좌동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자리잡은 DAC(동아알루미늄) 공장. 회색 건물과 굴뚝 사이에서 단번에 눈에 띈다. 외국 바이어들 사이에선 진즉부터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DAC 갤러리에 한번 가봐라, 볼 만 하다.”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전임자에게서 이미 전설처럼 그 이야기를 듣고 온다는 것이다.

동아알루미늄 공장 입구. 옥상에 사슴 한마리, 건물 중앙에 생각하는 소녀가 있다. (사진 = 김희연)

DAC에 들어서면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르는 철제 나무 조형물, 로비를 채운 조각과 회화, 사무실 복도마다 걸린 작품들...

중간층 테라스에는 턱을 괴고 앉은 소녀 조각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옥상에는 뿔이 긴 사슴이 하늘을 향해 서 있다. 공장 안에 있는 것이 맞는지 잠시 의심이 든다. 3층에는 ‘DAC Gallery Map’이라는 이름표를 단 '스카이 가든(Sky Garden)'이 있다. 연못 바닥이 투명해 아래층까지 빛이 흘러내린다. 그 연못 주변으로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공장에서 가장 뷰가 좋은 자리에는 구내식당이 있다. 기계가 들어설 자리에 사람을 위한 공간을 놓은 것이다. DAC가 제조업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DAC는 2013년 인천광역시 건축상을, 2016년에는 인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곳에서 만난 라제건 DAC 회장은 “결국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발전의 마지막 단계는 문화와 디자인이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삼가하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공장 건물 로비와 사무실에 걸려있는 문구들이다. 이 공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아버지가 써준 글이라고 한다. DAC가 지난 37년간 만들어온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문과생이 알루미늄을 택한 이유

라 회장은 연세대에서 사학·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MBA를 받았다. 미국 퍼스트인터스테이트은행에서 일하다 귀국해 1988년 DAC(동아알루미늄)를 창업했다. '세계 최고를 만들어낼 수 있는게 무엇일까'하고 깊게 생각하며 범위를 좁히다가 내린 결론이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이었다. 마침 미국에서 사업을 하던 형이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를 필요로 하던 상황이었는데, 생각과 맞아 떨어져 알루미늄 제조에 나서게 된 게 계기였다.

문과 출신이 제조업을, 그것도 알루미늄 튜브를 제조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창업 초기, 공장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1년 중 거의 364일을 출근했다. 시작부터 생소한 공정 투성이였지만 그는 “처음부터 세계 최고가 목표였다"고 했다.

그의 '세계 최고' 목표를 이해하려면 어머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공장 탐방 당일 스크린에 띄워진 슬라이드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Beyond & Above(비얀드 앤 어보브)’. 구불구불한 언덕 그림 아래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지금의 너는 첫 번째 언덕 앞에 서 있어. 그 너머에 더 큰 언덕들이 많다는 걸 너는 알지 못해. 첫 번째 언덕 정상에 도달해야만 그것을 볼 수 있지. 여러 언덕을 넘고 나면, 그때에는 비로소 보이지 않더라도 그 너머에 훨씬 더 크고 많은 언덕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라 회장이 어릴 적, 어머니 김옥라 박사가 직접 그려준 그림이라고 한다. 눈높이를 높여 넓고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뜻이었으리라. 그 그림은 그의 삶의 지표가 됐다.

어머니가 그려주신 언덕과 그 야야기가 평생 나아가는 지표가 되었다고 한다. (자료 = 라제건 회장 제공)

텐트폴 표준을 만들다...세계 1위를 만든 기술의 계보

1991년 개발한 DA17은 새로운 패밀리 텐트의 시대를 열었고, 1998년 완성한 페더라이트(Featherlite·초경량 알루미늄)는 세계 고급 브랜드의 텐트폴 표준이 됐다. DAC는 글로벌 프리미엄 텐트폴 시장의 표준 기업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아웃도어·스포츠 산업 전문 매체인 에스뉴스(SNEWS)는 지난 20년간 가장 혁신적인 소재 1위에 고어텍스를, 5위에 페더라이트를 선정했다.

이후로도 소재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항공기 합금 수준의 초경량 고강도 알루미늄 TH72M을 자체 개발해 기존 폴 무게보다 30%를 줄였다. TH72M 소재 덕분에 더 얇고, 가볍지만 더 강하고 깨지지 않는 텐트폴 생산이 가능해졌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휘는 폴은 라 회장이 추구하는 회사의 성격이기도 했다.

폴만이 아니다. 텐트의 구조를 바꾸는 다양한 연결 부품, DAC가 ’토이(Toy)’라고 이름 붙인 허브들도 세상에 없던 것들이었다. '토이'는 디자이너들이 장난감처럼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자국 제품만 고집하는 미 육군도 폴만은 DAC 제품을 사용한다. DAC가  보유한 특허는 전 세계 180여 건에 이른다.

헬리녹스, 그리고 제이크라

노스페이스·콜맨·MSR·몽벨·NEMO·힐레베르그 등 세계 아웃도어 프리미엄 브랜드 텐트 10개 중 9개가 DAC의 텐트폴을 사용하지만, 소비자들은 DAC가 독일 업체인 줄 알고 있다. 라 회장이 설계하고 만든 텐트가 미국 과학 잡지에 실렸는데, 기사에는 DAC도, 라 회장도 없었다. 그래서 태양신(헬리오스)과 밤의 여신(녹스)의 이름을 담아 2011년 '헬리녹스'라는 새 브랜드를 만들었다.

헬리녹스는 분사 후 3년 만에 매출 200억 원을 돌파했고,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세계적 권위의 '레드닷 어워드'를 10번 넘게 수상하며 슈프림·나이키·칼하트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는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가 됐다. 이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라 회장은 이번엔 자신의 영어 이름을 그대로 딴 브랜드 ’제이크라(JakeLah)’를 직접 런칭했다. 헬리녹스가 아들 세대의 감각으로 세운 브랜드라면, 제이크라는 창업자가 직접 이름을 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 축구공 모양을 종이로 오려가며 처음 개발한 지오데식 돔 텐트가 23년이 지나 '제이크라'라는 브랜드로 다시 펼쳐지려 하고 있다. 이름을 건다는 것은 그 브랜드에 나를 걸었다는 것이다. 기술도, 텐트도, 철학도  ‘라제건’이라는 사람과 함께 세상에 나가겠다는 선언이다.

라제건 각당복지재단 이사장 겸 DAC 회장. (사진= DAC 제공)

어머니가 평생 심어준 씨앗, 자원봉사

세계 1위 기업을 만들고도 라 회장이 가장 자주 하는 이야기는 기술도 매출도 아니다. '각당복지재단' 얘기다. 1986년, 라 회장의 부모인 라익진 박사와 김옥라 박사가 설립한 한국 최초의 전문 자원봉사자 양성 기관이다. 라 회장은 2015년부터 이사장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어머니 김옥라 박사의 자서전 제목은 ‘나 하나님께 이끌리어’였다. 평생을 자원봉사와 사회 헌신에 바쳤다. 각당복지재단의 주요 활동이 각당아카데미, 삶과 죽음 교육, 무지개 호스피스, 애도 상담, 자원봉사교육, 비행청소년 상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 정신의 연장선이다. 아들 라제건은 공장에서 세계와 싸우는 동안, 어머니는 사람 곁에서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그 어머니는 100세를 넘겨 살았다. 늘 베품 속에서 여장부였던 분이 말년에 달라졌다. 받는 것이 주는 것보다 많아진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며느리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세상을 떠나기 석 달 전까지도 유튜브를 촬영, 170만 뷰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신이 받는 게 더 많아지는 나이라는데서 오는 외로움은 피하지 못했다. 아들은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외로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의 병

수많은 사회문제 중에서 라 회장이 자원봉사의 핵심 키워드로 잡은 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가난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공한 사람도, 부자도, 100세 어머니도 외로웠다. 50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도 결국 같은 자리에 있다. 진단명은 달라도 외로움이 근본 원인 병들은 많다. 더우기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외로움은 더 촘촘하게 번진다.

“이 세상에 외로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도, 부자도 외롭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 그것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원봉사입니다.”

외로움을 타깃으로 잡으면 자원봉사의 대상도, 자원봉사자의 자격도 달라진다. 전문 기술이 없어도 된다.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 경험을 나눠줄수도, 코칭을 해줄 수도 있고, 타로로 위로를 건넬 수도 있다.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AI를 활용한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개발에 각당복지재단이 지원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사람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는 만들어야 생긴다. 그 발상이 볼런티움(Volunteeum) 캠프로 이어졌다.

한강에 펼쳐질 볼런티움 텐트...자원봉사의 새로운 실험

이제 라 회장은 새로운 텐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웃도어 텐트가 아니다. 텐트폴 사업을 하면서 오래 품어온 구상이 있었다. 자원봉사의 빅텐트. 텐트가 쳐지는 곳마다 자원봉사의 장이 되는 것. 특정 건물도, 지정된 기관도, 사전 등록도 필요 없다.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처음 만든 지오데식 돔 텐트를 이제 한강변 위에 전혀 다른 의미로 다시 펼칠 계획이다.

“볼런티움 텐트가 펼쳐지는 곳이 자원봉사장이다. 강변이든, 광장이든, 골목이든,  텐트가 서면 그곳이 세상이 된다.”

라 회장이 내놓은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강하다. 전 세계 어느 캠페인도 이런 발상은 없었다. 텐트를 치는 곳마다 자원봉사의 장이 되는 것, 이것이 DAC와 헬리녹스가 평생 만들어온 최고의 텐트폴 기술이 마침내 도달한 가장 인간적인 쓰임일 것이다.

공장을 나오며 다시 로비의 문구 앞에 섰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37년간 텐트폴 안에 숨겨온 기술처럼, 공장 안에서 조용히 키워온 직원들을 향한 마음처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조용히 드러나지 않게 이어온 봉사의 시간처럼, 라 회장이 가장 공들여온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자리에 있었다.

이제, 그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강 위에 텐트로 피어날 예정이다.

6월 13~14일, 한강으로 오세요

한강을 문화와 예술과 나눔이 살아 숨쉬는 빌리지로 만들고 싶다는 건 라 회장이 평소 품어온 꿈이다. 그 꿈의 첫 발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시도가 시작된다.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에든 텐트를 치면 그 다음은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게 라 회장의 지론이다.

6월 13~14일 오후 5시~밤 10시, 서울 마포대교 여의도 선착장에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볼런티움 텐트가 처음 펼쳐진다. 이 자리는 DAC와 헬리녹스의 직원들, 각당복지재단을 통해 자원봉사를 이어온 이들, 라제건 회장과 인연을 이어온 이들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모든 이들 누구나가 주체가 된다. 자신의 재능을 들고 나와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누군가 곁에 앉으면 그만이다. 새로운 자원봉사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강으로 나와 그 제안을 직접 꺼내놓으면 된다. 그 제안 자체가 이미 기여다.

행사의 운영은 무연고자들의 장례식 봉사로 잘 알려진 택시기사들의 자원봉사 단체 '사랑실은 교통 봉사대'가 맡았다. 시범 운영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라 회장은 자원봉사의 빅텐트를 한강에 상설로 쳐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볼런티움 한강 캠프 "당신의 삶이 지도가 됩니다"

일시

: 6.13(금)~14(토) 오후 5시~밤 10시.

장소:

서울 마포대교 여의도 선착장.

주최

: 동아알루미늄(DAC) · 헬리녹스 · 각당복지재단

대상

: 외로운 시민 누구나

사진속 텐트 모양이 보이는 곳을 찾아 오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텐트로 자원 봉사의 빅텐트를 치다의 상상도 화면. (자료 = DAC 제공)

김희연

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과 증권사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이용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차별화 전략 및 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했고, 관련 저작권도 갖고 있다. 이 독창적  AI활용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도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감지능시대>와 <리더는 AI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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