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국회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해 감축 목표와 속도, 비용과 부담 문제를 논의하는 절차입니다.
<뉴스펭귄>은 공론화 과정을 총 3회에 걸쳐 짚습니다. 1회에서는 기후위기와 감축 정책의 기본 개념, 헌재 판결의 배경과 의미를 되새깁니다. 2회에서는 실제 시민대표단 토론에서 다뤄진 쟁점과 논의 흐름을 짚어봅니다. 3회에서는 공론화 결과가 향후 입법과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진단합니다.
[편집자 주]
오는 4월, 탄소 감축 경로를 결정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든다. 이번 공론화는 통상적인 여론조사가 아니라 시민대표단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정책을 학습하고 토론을 거쳐 의견을 형성하는 ‘숙의 과정’으로 설계됐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이를 위해 기초학습자료집과 의제자료집을 공개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학습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이며, 왜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게 된 것일까.
지난 29일 생중계 된 시민 토론. (사진 KBS 유튜브채널 캡처)/뉴스펭귄
왜 지금 '기후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나
먼저 이 공론화의 출발점은 헌법재판소 판결이다. 2020년, '청소년 기후소송단'은 국가 기후위기 대응이 부족할 경우 자신의 생존권과 환경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후위기를 개인의 기본권 침해 문제로 제기한 첫 사례였다. 이후 2021년에는 일반 시민이 참여한 ‘시민 기후소송’, 2022년에는 영유아를 대리한 ‘아기 기후소송’, 2023년에는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직접 문제 삼는 추가 헌법소원이 이어졌다. 단일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문제 제기였다.
기후소송 청구인들의 주장은 모두 "국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학적 기준과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특히 장기적인 감축 계획이 없어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정책 미비를 넘어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후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탄소중립기본법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다. 이 판단에는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이라는 두 가지 헌법 원칙이 기준으로 작용했다.
과소보호금지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는데, 그 보호 수준이 지나치게 낮으면 안 된다는 원칙. 법률유보원칙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은 정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법으로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성격을 규정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따졌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폭염, 가뭄, 홍수, 식량·물 부족,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 붕괴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 생활환경을 위협하는 구체적 위험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환경권'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환경권은 선언적 권리가 아니라,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이며, 국가가 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함하는 종합적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이 판단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정책 선택에 그치는 게 아닌, 기본권 보호를 위한 '헌법적 조치'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헌재가 문제 삼고, 국회가 지금 바꿔야 할 법 조항은 탄소중립기본법 제 8조다. 이 조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는 설정했지만,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 구조는 감축의 연속성과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판결 당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수준은 국제적으로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배출 규모와 경제 수준 모두에서 감축 책임이 큰 국가로 분류된다. 2023년 기준 한국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세계 13위이며, 1인당 배출량은 12.9톤으로 세계 24위 수준이다.
GDP당 배출량은 0.26kg/달러로 111위로 나타난다. 총배출량만 보면 중국, 미국, 인도 등에 비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경제 규모와 인구를 고려한 1인당 배출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 현재 NDC 감축 경로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다. 2025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 기후대응 수준은 전세계 67개국 중 63위로, 비산유국 중 최하위 평가를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단 기준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판단에서 주목할 점은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을 명시적으로 적용했다는 거다. 지구가열화는 특정 시점의 배출량이 아니라, 대기 중에 누적된 온실가스 총량에 비례한다. 즉, 배출을 늦게 줄일수록 전체 지구가열 수준은 더 높아진다. 또 온실가스는 한 번 배출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성을 가지기 때문에 감축은 "나중에 하면 된다"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연결되는 개념이 '탄소예산'이다. 헌재가 인용한 과학적 기준에 따르면 1.5℃ 목표를 50% 확률로 지키기 위한 전지구 탄소예산은 약 500GtCO₂ 남았다. 그러나 현재 추세라면 이 예산은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이다. 즉, 감축을 미루면 미래 선택지가 사라지고, 급격하고 고통스러운 감축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헌재는 국제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파리협정은 지구가열화를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고, 이를 위해서는 2035년까지 약 6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하다는 국제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또한 각 국가는 "가능한 한 가장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됐다. 이 기준에서 보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와 속도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 개정을 공론화 하는 이유?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대상으로 공개한 학습자료집에서 '공론'과 '공론화'를 구분해 설명한다. 여론이 즉각적인 반응과 생각의 집합이라면, 공론은 관련 정보를 학습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의견이라는 것이다.
공론화는 바로 그 공론이 형성되는 전체 과정이다. 현대 사회에서 모든 국민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표성을 갖춘 시민들을 선정해 자료를 제공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 활용되며, 시민배심제나 시민의회, 공론조사, 시민참여형 조사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기후위기 대응처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일수록 이런 방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단순히 찬반을 묻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하고 그 과정을 정책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미를 모두 충족하려면 조건도 필요하다. 첫째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학습 과정이다. 시민들이 정책을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자료집, 강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는 대표성 있는 시민 참여다. 성별과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다양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셋째는 공정한 토론 환경이며, 특정 의견에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적 진행과 공정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공론화의 내용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될 때 비로소 그 결과에 대한 신뢰와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 위에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을 구성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세 이상 남녀 300명이 성별·연령·지역을 고려해 선발됐고, 여기에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중학생 20명, 초등학교 5·6학년 20명 등 총 40명의 미래세대 시민대표단도 별도 운영된다.
시민대표단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사회 전체 입장을 고려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숙의토론 전에 기초자료집과 의제자료집, 이러닝 영상, 홈페이지 질의응답을 통해 사전 학습을 하고, 이후 3월 28·29일과 4월 4·5일 총 4차례 토론회에 참여해 각 지역 KBS 총국에서 전문가 설명과 시민 간 토론을 거쳐 의견을 형성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일부 과정을 생중계 하면서 "공론화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 전 과정을 '숙의'라고 한다. 숙의는 충분한 정보와 토론을 바탕으로 시민이 깊이 있게 의견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시민대표단은 서로 다른 의견을 비교하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면서 보다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정책 결정에 의미 있게 반영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의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 자료집의 설명이다.
공론화는 의제 설정, 시민대표단 학습과 숙의, 정책 반영의 세 단계로 진행되며, 도출된 결과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제출돼 향후 탄소중립 정책과 감축 경로 입법 논의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기후위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고, 탄소중립은 왜 등장했나
자료집에 담긴 '기후변화'는 "기후의 평균 상태 또는 변동성이 수십 년 이상 장기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일시적인 날씨 변동이 아니라,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극단적인 기상 이변, 비정상적 날씨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변화는 태양 에너지나 화산활동, 지구 공전궤도 변화 같은 자연적 요인에서도 비롯될 수 있지만, 인간 활동에 따른 대기 조성 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핵심 배경은 '기후시스템'이다. 기후시스템은 대기권, 수권, 빙권, 생물권, 지권 등 다섯 요소가 서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광역적 지구 시스템이다. 해양은 대기에 열과 수증기를 공급하고, 대기는 해양에 운동에너지를 주며, 빙권은 태양복사를 얼마나 반사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지권은 식생과 토양을 통해 대기로 에너지를 방출하고, 생물권은 탄소순환을 통해 다시 기후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는 단일한 원인이나 단일한 결과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 전체가 맞물려 움직이는 복합 현상이라는 의미다.
이 시스템 변화가 실제 삶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극한기후다. 우리가 체감하는 변화는 주로 폭염, 호우, 한파 같은 기상현상으로 드러나지만, 그 배경에는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가 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에 의해 폭염, 집중호우, 가뭄 등 극한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고, 이러한 변화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관측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앞으로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 여름일수 등 고온 관련 극한지수는 증가하는 반면, 한파일수와 결빙일수, 서리일수 같은 저온 관련 지수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원인은 온실가스다. 지구 평균기온은 온실가스가 없다면 영하 18도 수준이겠지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메탄·수증기 같은 온실가스 덕분에 사람이 살기 좋은 15도 정도를 유지한다. 문제는 자연스러운 온실효과가 인간 활동으로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거다.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증가했고, IPCC 제6차 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관측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인간 활동에 의해 주로 발생했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2025년 12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2023년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의 총배출량(LULUCF 제외)은 7억720만 tCO₂eq이다. 2018년 7억8010만 톤 대비 9.3% 줄어든 수치지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크다.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 부문이 5억4500만 톤으로 가장 크고, 산업공정 및 제품 사용 부문 1억2150만 톤, 농업 2250만 톤, 폐기물 1820만 톤 등이 뒤를 잇는다. 에너지 부문 안에서도 에너지산업, 제조업 및 건설업, 수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수치는 한국의 배출 감축 논의가 단지 개인 생활 속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와 제조업, 운송 체계 전체를 포함하는 구조적 과제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온실가스 배출은 특정 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메탄은 농축산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아산화질소는 연료연소와 산업공정에서, 수소불화탄소는 냉매에서 배출된다. 반도체·전자산업에서는 과불화탄소와 삼불화질소가, 전력 설비에서는 육불화황이 발생한다. 각 기체는 지구가열화 영향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메탄은 이산화탄소 대비 28배, 아산화질소는 265배, 육불화황은 2만3500배 수준의 가열화 효과를 가진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은 에너지 생산, 산업 공정, 농업, 생활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특정 부문 감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 전반과 연결된 문제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은 환경 정책이 아니라 ‘전환 정책’으로 정의된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생산 방식, 산업 공정, 교통 체계, 건물 에너지 사용 방식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 화석연료 중심의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고, 산업 설비와 공정을 전환하며, 교통과 생활 영역의 에너지 사용 방식을 바꾸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감축 규모가 아니라 감축 경로다. 온실가스는 대기 중 누적량이 온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감축 시점이 늦어질수록 전체 가열화 수준은 높아진다. 감축을 뒤로 미룰 경우 이후에는 더 빠르고 급격한 감축이 필요해지며, 이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이러한 비용은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에 집중된다.
헌법재판소가 문제 삼은 것도 이 지점이다. 장기 감축 경로 없이 단기 목표만 제시하는 구조는 감축 부담을 미래로 이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기본권 보호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감축 목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시간에 따른 감축 속도와 경로까지 포함해 설계돼야 한다.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되는 것도 이러한 구조다. 감축 목표뿐 아니라 감축 경로, 정책 수단, 산업별 영향, 비용 분담 방식 등이 함께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판결 이후, 공론화까지 어떻게 왔을까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내린 후, 법 개정을 명시한 시한은 1년 반이 지난 2026년 2월 28일이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가 2월 3일 출범했고 여러 정치적인 상황으로 추정, 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공론화가 본격화됐다. 과거 공론화 사례에서는 보통 4개월 남짓 걸린 기간 대비, 촉박한 일정으로 시민사회의 많은 우려를 안고 진행 중이다. 이 배경에는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임기인 5월 이내에 법 개정을 끝내야해서 촉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정 외 또 다른 우려도 있다. 의제숙의단 워크숍 과정에서 미래세대 부담을 준다는 '볼록 경로(느리게 감축)'를 의제 선택지에서 제외하기로 대다수가 투표하 반면, 공론화위원회가 이를 선택지에 포함하면서다. 이후 여러 시민단체의 성명과 입장이 발표됐고, 지난 25일 의제숙의단에 참여하던 일부 시민 8명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러 우려와 쟁점 가운데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는 재차 강조된다. 기후헌법소원 대리인단 윤세종 변호사(플랜1.5)는 "이 공론화는 헌법재판소 이행을 위한 절차인 만큼, 그 취지와 범위 안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국회가 이를 실제 입법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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