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 극복 생존 전략
현대차·르노·볼보 등 적극 반영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시장별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단계에서부터 핵심 시장의 특성과 문화적 코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관세와 중동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극대화한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미국에서 중형 픽업 콘셉트 모델 볼더를 처음 공개했다. 2030년 이전 출시가 목표다. 차세대 중형 픽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로 향후 북미 전략 차종 개발의 밑그림으로 해석된다. 차명을 아웃도어의 성지인 콜로라도 볼더에서 따오는 등 현지 정서를 반영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하려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차량의 개발은 현대차 미국 디자인센터가 주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이 센터는 북미 맞춤형 디자인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북미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디자인과 콘셉트를 구체화한다. 준중형 픽업 싼타크루즈 등 북미 전략 차종 개발에도 이 센터가 핵심 역할을 했다.
고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반등을 위해 꺼내든 카드도 ‘현지화’다. 현대차가 철저히 중국 시장만을 겨냥해 개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일렉시오의 외관은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크리스털’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 ‘8’을 헤드램프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했다.
인도 시장도 철저하게 현지화로 공략하고 있다. 소형 SUV 크레타를 출시할 때부터 현지화를 위해 철저한 시장조사를 했다고 한다. 대가족이 많다는 특성에 맞게 실내를 넉넉하게 설계했다.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뒷좌석에도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다. 비포장도로가 많기 때문에 지상고를 높여 차체를 보호한 것도 주효했다. 무뇨스 사장이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현지화 전략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수입차 업체들도 한국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르노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준대형 SUV 필랑트는 프랑스 르노 테크노센터와 한국 르노 디자인센터가 협업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주행 성능과 정숙성 세팅도 국내 도로 환경에 맞췄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시스템 ‘에이닷 오토’와 생성형 AI 기반 기능을 적용해 국내 소비자들의 디지털 수요를 반영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은 “한국화한 기술로 한국 시장의 수요와 요구 조건에 맞는 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볼보는 최근 출시하는 차량에 티맵모빌리티와 개발한 차세대 커넥티비티를 탑재하고 있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특화 사양이다. 전용 인공지능(AI) 플랫폼은 한국어 인식률이 평균 9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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