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쿠팡 중심으로 굳어졌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선보인 쇼핑 전용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네플스)’가 출시 1년 만에 빠르게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3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77만 명으로 전월 대비 약 9%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월평균 MAU도 752만 명에 달한다. 누적 다운로드는 1576만 건을 넘어섰다. 아직 쿠팡(3500만 명대)과는 격차가 크지만, 신규 설치 증가세와 사용자 체류시간 확대 등을 고려하면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는 평가다.
이용 경험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네플스 앱 사용자 체류시간은 출시 초기 대비 2.3배 늘었다. 단순 검색·구매를 넘어 앱 안에서 상품을 탐색하고 비교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의미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네플스 이용자 만족도가 80%대를 기록하며 주요 경쟁 플랫폼과 비슷하거나 일부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AI 쇼핑 에이전트, ‘검색’을 ‘대화’로 바꾸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AI 쇼핑 에이전트’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쇼핑 전 과정을 지원하는 AI 기반 대화형 추천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여자 혼자 사는 9평 원룸에 봄맞이 커튼을 달고 싶은데 벽에 구멍은 못 낸다”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면, 에이전트는 조건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군을 제안한다. 설치 방식, 공간 크기, 소재, 사용자 특성까지 반영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 서비스는 단순 키워드 매칭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는 ‘멀티턴 대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튼을 추천받은 뒤 “그럼 어울리는 커튼봉도 같이 보여줘”라고 추가로 질문하면, 앞선 조건을 유지한 채 적합한 상품을 이어서 제안한다. 사용자의 검색·구매 이력과 리뷰 데이터, 블로그·카페 콘텐츠 등 방대한 커머스 데이터를 종합해 답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향후 에이전트가 먼저 개인화 제안을 건네는 형태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사용자의 구매 이력과 탐색 패턴을 분석해 홈 화면에서 “신혼 공간에 어울리는 조명을 함께 찾아볼까요?”와 같은 맞춤 제안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쇼핑 탐색 시간을 줄이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적도 ‘상승 곡선’…커머스 비중 30% 돌파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 커머스 매출은 2024년 2조9230억 원에서 지난해 3조6884억 원으로 약 26%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수수료 기반 중개·판매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며 분기당 5000억 원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도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매출을 늘렸고, 2030세대를 겨냥한 신규 패션 플랫폼 ‘노크잇’ 등으로 쇼핑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검색·뉴스 중심 구조에서 쇼핑·핀테크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네이버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가 예상된다.
배송 경쟁력까지 확장…‘선택부터 수령까지’ 통합
네이버의 변화는 추천 기능 강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물류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를 통해 당일배송을 도입했다. 전날 밤부터 당일 오후 3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자정 전 받아볼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새벽배송에 더해 당일배송까지 가능해지면서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졌다.
AI 기반 상품 추천과 빠른 배송을 결합해 ‘탐색–선택–결제–수령’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배송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워온 쿠팡과의 정면 승부를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특정 기능이 아닌 ‘쇼핑 경험 전반’을 통합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플랫폼 전문가는 “쿠팡이 물류 효율로 락인(lock-in)을 만들었다면, 네이버는 AI 기반 탐색 경험으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며 “사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오가는 이유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AI 추천 정확도와 배송 신뢰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시장 점유율 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직 쿠팡의 압도적 점유율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네이버가 AI를 중심으로 쇼핑 경험을 재설계하면서 온라인 커머스 경쟁 구도는 ‘가격과 배송’ 중심에서 ‘데이터와 개인화’ 경쟁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쿠팡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지, 아니면 양강 체제가 굳어질지는 이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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