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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콩대 먹이면 송아지 잘 낳는다”··· 국산 미네랄 블록 탄생

옛날 암소는 집안의 가장 큰 재산이자 기둥이었다. 1년에 한 번 송아지를 낳아 자녀들 학자금을 비롯한 가정의 중대사를 치르는 재원 등 살림 밑천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출신 김원호 대표 '알지 미네랄 블록' 개발

30여년가축 번식 연구 외길

수입산에 비해 천일염 적고

16가지 광물질·비타민 배합

日 와규농장 등 판매 본격화

"내년 20만개 농가 판매 목표"

옛날 암소는 집안의 가장 큰 재산이자 기둥이었다. 1년에 한 번 송아지를 낳아 자녀들 학자금을 비롯한 가정의 중대사를 치르는 재원 등 살림 밑천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농가에서는 새끼를 낳은 암소에게 콩 수확 후 남은 콩깍지와 짚·쌀겨(미강) 등을 가마솥에 푹 끓여 ‘쇠죽(여물)’을 먹였다. 암소의 번식률과 건강을 지키는 영양 관리법이었다.

콩깍지와 콩 줄기에는 셀레늄을 비롯해 칼슘, 조단백질, 섬유질 등 소에게 필요한 다양한 미량 광물질이 들어 있다.

셀레늄은 암소뿐만 아니라 젖소·염소·사슴·토끼 등 가축의 호르몬 분비와 대사 과정을 도와 수태율(임신 성공률)을 높이며, 유산이나 조산을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광물질 성분이다. 또한 콩깍지를 통한 지속적인 마그네슘 등 미네랄 공급은 근육경련 등 산후 대사성 질병을 막아주는 천연 예방약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 역할을 대부분 수입산 미네랄 블록이 대신하고 있다. 연간 1천만개, 700억~8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시장에서 국산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시장에 30년 간 축산 연구에 몸담았던 연구자가 국산 미네랄 블록을 내놨다. 그동안 외국산이 지배한 미네랄 블록 시장에서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나, 토종화 전략의 토대를 놓았다는 평가이다.

나주시 동강면 나주서부로에 있는 알지 미네랄 블록이 이 화제의 회사이다. 이 회사는 30여 년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조사료를 연구한 김원호 박사가 설립한 회사다. 김 대표는 1994년 농촌진흥청 연구사로 입사한 이후 30여 년간 가축 번식과 면역 등에 영향을 미치는 셀레늄 등 미량 광물질의 적정 배합 연구에 집중했다.

그가 당시 연구사 면접 때 심사위원에게 받은 “한우가 번식을 잘하려면 어떤 걸 해야 되느냐”는 질문이 단초가 됐다. 그때 김 대표는 그간 배운 것을 나름대로 종합해 답변을 했다. 그런데 심사위원의 설명은 의외였다. “‘콩대만 잘 먹여도 새끼를 잘 낳는다’면서 셀레늄이라는 성분을 설명해줬다”고 한다. 그 후 김 대표는 셀레늄 활용 방안에 매달려 16가지 광물질 배합을 통해 미네랄 20%를 첨가해야 효과가 있음을 파악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독점 유통되고 있는 외국산 블록의 경우 소금이 97~99%인 것과 차별화를 보일 수 있음을 확신했다.

김 대표는 특허 등록을 하고 국립축산과학원을 지난 2023년 정년퇴직했다. 획기적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술 이전 기업이나 개인이 나타나지 않아 직접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기술을 이전받고 제품 생산에 나섰다.

당시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미네랄 블록이 모두 외국산이어서 제품 제조 기술은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의욕적으로 뛰어든 5~6년 전 시제품 제조 당시에는 시멘트 블록을 찍어내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영양소가 함유된 광물질을 배합해 메주 모양의 블록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강도가 균일하지 않아 쪼개져 버리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농가에 애프터 서비스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 2024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공모를 통한 2억원 지원금은 기술 수준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동력이 됐다. 다시 본격 연구 개발과 생산에 들어간 지 3년 만의 결실이었다.

김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알지 미네랄 블록’으로 국립축산과학원 특허를 획득한 천일염 80%에 미네랄 20%를 함유한 제품이다. 16가지 광물질, 나노 비타민 A·D·E 첨가로 다른 수입 블록과 차별화한 특징을 갖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의 2022년 알지 미네랄 블록 한우 번식우 급여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관행적 급여보다 수태율, 혈액 내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에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현재 한우 번식우의 경우 10마리 중 4마리는 매년 번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미네랄 및 비타민 등 광물질의 급여에 무관심한 경우가 원인”이라며 “미네랄 관리의 작은 빈틈이 소의 건강과 농가의 수익을 무너뜨릴 수 있다. 작은 소홀함이 소 한 마리의 큰 손실로 돌아오는 소탐대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지 미네랄 블록은 올해부터 본격 생산돼 지난 8월 기준 5만여 개가 시판됐으며 일본 와규농장에도 수출됐다. 10만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는 7만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지 미네랄 블록 1개 무게는 총 10㎏에 달하며, 소 4마리가 한 달에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김 대표는 “서서히 한우 농가를 비롯해 축산 농장에 입소문이 나고 있어 내년에는 20만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한우를 비롯한 가축들의 번식과 비육에 중요한 미네랄 공급이 외국산에 장악됐는데 이제는 국산화에 성공해 우리나라 축산 농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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