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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步武堂堂 BTS, 그래미를 향한 경고

음악은 국경과 언어, 인종을 초월하여 인간의 감정을 하나로 잇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그러나 세계 대중음악계의 최고 권위이자 성벽인 미국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는 오랜 기간 음악에 인종과 지역이라는 선을 그어왔다.

[충청논단] 步武堂堂 BTS, 그래미를 향한 경고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음악은 국경과 언어, 인종을 초월하여 인간의 감정을 하나로 잇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그러나 세계 대중음악계의 최고 권위이자 성벽인 미국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는 오랜 기간 음악에 인종과 지역이라는 선을 그어왔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 출품을 전격 거부하며 선언한 보이콧은, 권위라는 이름 뒤에 숨은 시상식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비음악적 배타성에 던진 단호하고도 울림 있는 경종이다.

이번 보이콧의 발단은 그래미 주최 측인 전미 레코딩 예술 과학 아카데미(NARAS)가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이었다. 주최 측은 아시아 음악의 영향력과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세계 음악계와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다. 글로벌 차트 정상과 월드 투어를 석권하며 대중음악사의 이정표를 바꿔놓은 아시아 아티스트들을 본상(General Fields) 영역에서 배제하고, 특정 카테고리라는 ‘울타리’ 안에 격리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위켄드(The Weeknd)나 드레이크(Drake) 등 글로벌 팝스타들이 그래미의 인종적 심사 기준에 반발해 출품을 거부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사실 그래미를 둘러싼 인종 차별과 보수성 논란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매우 깊다. 1988년 제3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마이클 잭슨의 앨범 ‘Bad’가 평단의 극찬에도 6개 부문 후보 중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한 사건은 대표적이다. 당시 흑인 아티스트에 대한 푸대접과 파격적인 외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평단의 보수성이 낳은 이변으로 기록됐다. 또한 90년대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 역시 1996년 6개 부문 최다 지명에도 무관에 그치는 고배를 마시며 그래미와 오랜 기간 날을 세워야 했다.

이처럼 반복되어 온 그래미의 백인·영미권 위주의 혈통주의는 오늘날 K-팝을 비롯한 비영어권 음악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BTS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라는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로 보이콧의 이유를 밝혔다. 수년 간 그래미 수상 후보에 오르고도 주류 장벽에 막혔던 이들이 선택한 것은 권력화된 상패를 향한 구애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존엄과 음악의 본질이었다. 보장된 유력한 상마저 마다하고 시상식의 보수적 구태를 직접 비판한 BTS의 행동은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BTS의 팬덤 ‘아미(ARMY)’는 이 결단에 뜨겁게 화답했다. 아미는 그래미 공식 채널 차단 운동을 펼치는 한편, 인종 차별과 편견을 비판한 BTS의 수록곡을 전 세계 음원 차트 정상에 다시 올리는 등 강력한 연대로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권위주의적 시상식이 정한 가치 기준을 거부하고,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새로운 문화적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주체성을 보여준 것이다.

시상식의 권위는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고 아티스트와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과거 마이클 잭슨과 머라이어 캐리부터 오늘날 BTS에 이르기까지, 영미권 중심의 보수적인 가치관에 갇혀 글로벌 음악 시장의 역동성을 별도의 구역으로 가두려 했던 그래미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포용성 결여를 자인한 꼴이 되었다.

BTS의 이번 당당한 거부는 시상식 하나를 건너뛰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음악을 언어와 지역으로 나누어 편가르기 하려는 모든 형태의 문화적 패권주의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진정한 음악적 평등을 향한 역사적 발걸음이다. 그래미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채 담장을 높일지, 아니면 BTS와 세계 음악계가 던진 질문을 받아들여 체질 개선에 나설지, 이제 공은 그래미에 넘어갔다.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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