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일본 경제계와 손잡고 저출산 문제 공동 대응에 나서며,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이 구체화 단계에 들어갔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출범한 ‘한일 저출산 대책 교류위원회’의 한국 측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일본 측 위원장은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이 맡는다.
이 위원회는 양국 주요 기업과 경제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민간 협의체로, 오는 8월 31일 일본 센다이에서 ‘제1회 한일 저출산 대책 심포지엄(가칭)’을 개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저출산 정책과 연구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양국을 오가며 매년 정례적으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노동시장 구조, 육아환경, 기업문화 개선 등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이번 협력은 저출산이라는 공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연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생률 하락이 노동력 감소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양국 산업계 전반에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 압박에 직면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가 지난 2024년에 발표한 ‘저출산·고령화의 성장 제약 완화를 위한 생산성 향상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떨어졌으며, 2040년에는 0.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고령화로 인한 인재 구조 변화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 보고서는 일본이 과거 수소저장,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했지만, 젊은 연구인력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현재는 미국·중국을 보조하는 역할로 위상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023년 5월에 발표한 보도에서 "일본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젊은 인재 감소로 국가의 혁신이 정체되어 버렸다"며 이러한 현상을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창의성과 특허 생산성이 30~40대 초반에 정점을 찍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인력 고령화는 기술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 역시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될 경우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여성 연구인력 확대, 해외 전문인력 유입, 적극적인 AI 활용 등 생산성 혁신이 양국 모두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 회장은 그간 한일 협력을 단순 교역을 넘어 ‘경제공동체’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한일의 교역량이 크게 늘었지만 이제 무역만으로는 함께 경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며 “(한일 경제공동체를 만들면)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규모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LNG 공동구매, 반도체 생태계 통합, 여권 없는 왕래 등 파격적인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저출산 공동 대응은 이러한 구상의 ‘첫 단추’로 해석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1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한일 양국 모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대한상의가 과거 전경련 역할을 대신하는 대표 자격으로서의 상징적 의미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그룹 차원의 전략적 협력으로 직접 연결 지어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제안해온 ‘한일 경제 공동체’ 구축에 대해서는 “AI와 반도체 분야에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협력해 실제 시너지가 날지는 질문을 던져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