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소마 회장 2012년부터 기부
한일 과거사 성찰 차원 직접 방문
광복절 ‘흉상 제막식’에도 동참
일본 사업가 고지 소마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열린 최재형 선생 흉상 제막식 기념행사에서 “큰 용기를 가진 독립운동가이자 애국자인 최재형 선생을 존경하게 돼 관련 사업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26.8.15 /최재형 기념사업회 제공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을 추모하는 사업에 초창기 운영 기금을 내는 등 14년간 사비를 보탠 후원자가 일본 기업인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인 사업가 고지 소마(浩 浩二·75)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최재형 선생 기념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석해 기부금을 기탁하는 등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지 소마 회장은 일본 고베시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건설 기업 ‘산빌더’를 이끌고 있으며, 비영리단체 ‘고베 평화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최재형 선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2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독실업인회 모임에서 김창송 성원교역(주) 회장을 만나면서다. 김 회장은 모임에서 고려인 학생들을 돕기 위해 최재형 장학회를 설립했다는 소식과 선생의 업적을 소개했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고지 소마 회장은 4천 달러(한화 556만원)를 망설임 없이 송금하며 뜻을 함께했다. 김 회장이 설립한 장학회는 사단법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기념사업회로 이름을 바꿔 운영되고 있다.
고지 소마 회장은 한일 과거사를 성찰하기 위한 의미에서 지속적으로 후원의 손길을 이어왔다. 양국의 아픈 과거사를 고려해 주변에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활동해왔다고 한다.
그는 사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최재형 선생의 삶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5일에는 광복절을 맞아 서울 용산구 기념사업회 사무국에서 열린 최재형 선생 흉상 제막식에 선생 후손들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제막식 비공식 행사에서 “큰 용기를 가진 독립운동가이자 애국자인 최재형 선생을 존경하게 돼 그 뜻을 지지하고 관련 사업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깊은 관계가 있다”며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협력해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고지 소마 회장은 2023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최재형 선생 부부의 봉송식 및 안장식에도 함께 했다. 최재형 선생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정부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재형 기념관 뒤편의 흙과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고 묘를 복원해 합장식을 했다.
문영숙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고지 소마 회장은 선생의 행사만 챙긴 뒤 곧바로 돌아갈 만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잊지 않고 한국을 찾는다”며 “아직 청산되지 못한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재형 선생은 일제강점기 연해주에 사는 한인의 생계, 교육을 돕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를 지원하는 등 항일투쟁에 앞장선 독립운동가로 평가받는다. 1920년 일본군이 연해주 일대에서 한인들을 학살한 ‘4월 참변’ 당시 최재형 선생은 피신할 수 있었지만, 자택에 남아 일본군에 체포됐고 우수리스크 언덕에서 순국했다. 정부는 선생이 순국한 지 42년 만인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은 인천에 거주하며 지역사회와 남다른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선생의 외손주인 이 콘스탄틴은 인천 함박마을에 거주하며 최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친손주인 최일리야는 지역사회 도움으로 한국에 들어와 인천대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인천시, 지역 의료기관은 지난 2021년 최일리야가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수술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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